주민이 멈춘 LNG, 시민이 여는 기후정의

2025-09-11     백형록

 

지역에서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충북지역 시민과 노동자들이 <9.27 충북 기후정의행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릴레이 연재를 통해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지역에서 존엄하고 평등한 삶과 일터를 만드는 기후정의의 목소리가 더 많은 시민에게 가 닿기를 바랍니다. 【“기후정의로 광장을 잇자” 9·27 충북 기후정의행진】

백형록 민주노총 충주음성지부 조직국장

 

글: 백형록(민주노총 충주음성지부 조직국장)

 

지난 8월 27일, 조길형 충주시장은 충주 LNG 발전소 건설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가 두 차례 심의를 보류하고 주민 반대도 거세지자 백기를 든 것이다. 충주시는 기업 유치와 전기공급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그 명분은 허구에 불과하다. 500MW급 LNG 발전소가 연간 157만 톤의 온실가스를 추가 배출한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이는 충주시 전체 배출량과 맞먹는 수치로, 기후위기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발상이다.

충주시는 석탄 발전을 LNG 발전으로 바꾸면 깨끗해질 것처럼 포장했다. 그러나 LNG 역시 화석연료다. 온실가스도, 오염물질도 사라지지 않는다. 미세먼지(PM2.5), 질소산화물(NOx), 벤젠과 포름알데하이드 같은 발암물질까지 발생한다. 특히 발전소의 가동·정지 과정에서 불완전 연소로 오염물질이 급증하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LNG 발전소 굴뚝의 높이는 석탄보다 낮아 오염 확산도 더 심각할 수 있다. 충주의 분지 지형 특성을 고려하면 대기 정체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겨울·봄철 미세먼지 농도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청정 충주’라는 이름과 시민들의 호흡권, 나아가 농산물과 생태환경까지 위태로워진다.

정부는 기존 석탄화력발전소 30기를 폐쇄하는 대신 LNG 발전소 24기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녹색채권 발행액 6조 원 가운데 30%에 이르는 2조 원 가까운 돈이 LNG 사업으로 흘러들었다. 발전공기업 5사가 앞장서 추진했지만, 이는 결코 ‘녹색’이 아니다. LNG 발전은 석탄보다 온실가스를 덜 배출한다고 하지만, 그 차이는 40% 남짓에 불과하다. 결국 기후위기 대응을 미루고 화석연료 체제를 연장하면서, 온전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훨씬 더 먼 훗날로 미뤄버릴 뿐이다. 이는 탄소중립 계획을 거스르는 것이며, 세계적으로 요구되는 ‘탈탄소’ 흐름에도 역행한다.

또 하나의 큰 문제는 주민 동의 없는 개발 과정이다. 충주 LNG 발전소 계획은 시민에게 설명도, 참여도 보장하지 않은 채 추진됐다. 주민은 단순한 수용자가 아니다. 에너지 전환의 주체이며, 그들의 삶과 권리가 걸린 당사자다. 주민을 배제한 채 밀실에서 결정되는 사업은 언제나 저항과 갈등을 불러왔다. 비단 충주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LNG 발전소 건설이 주민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

주민들의 반대는 결코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다. 기후위기 시대, 더는 화석연료 중심의 성장 논리를 용납할 수 없다는 선언이다. 충주의 투쟁은 지역 에너지 주권을 되찾기 위한 싸움이자, 정의로운 전환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다. 주민의 힘으로 LNG 발전소 계획을 멈추게 한 것은 단순한 반대운동이 아니라, 기후정의의 실천이다.

이제 충주시는 ‘탄소중립’을 넘어 ‘탈탄소’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친환경 재생에너지 생산과 공공재생에너지를 위한 계획을, 밀실 행정이 아니라 시민 참여가 중심이 되는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충, 분산에너지 전환, 시민이 주체가 되는 공공적 소유와 운영이 바로 그 길이다. 이는 충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석탄화력발전을 LNG로 대체하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 시대에 ‘성장’을 이유로 LNG 발전소를 세우는 것은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다.

한편 충북의 에너지 정책 역시 충주의 LNG 발전소 추진과 마찬가지로 시민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에너지 정책의 계획 방향과 비전에 시민이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은 애당초 차단당하고 충청북도 탄소중립·녹색성장 위원회 또한 교수와 공공기관, 경영인 등으로 이루어져 기후위기 최전선 당사자인 지역민의 참여는 원천적으로 배제되어 있다. 이처럼 시민을 배척하는 상황에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오는 9월 27일, 충북의 시민과 노동자, 농민, 청년들이 청주에 모여 기후정의행진을 벌인다. 이 행진은 단순한 시위가 아니다. 충주의 LNG 발전소를 멈춰 세운 경험을 이어, 화석연료 체제를 끝내고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다. 기후위기의 비용을 가장 낮은 곳으로 떠넘기는 체제, 대기업과 정부가 주도하는 불평등한 에너지 전환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고 공공재생에너지를 지역에서부터 확대해 나겠다는 선언이다.

우리는 광장에서 이미 민주주의를 지켜낸 경험이 있다. 지난 겨울의 탄핵 광장에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열망해 온 목소리들이 다시 충북에서 이어진다. 기후위기 문제는 지역의 풀뿌리 민주주의의 위기와 불가분하게 연결되어 있다. 대기업의 이윤을 위해 모두의 것을 파괴하는 체제에 맞서, 우리는 기후정의를 요구한다.

충주에서의 승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927 충북 기후정의행진은 또 다른 광장을 열어, 모두가 평등하게 살아갈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이제 우리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석탄에서 LNG로의 전환은 허상이고 착시다. 진정한 대안은 탈탄소 사회이며, 시민이 주체가 되는 정의로운 전환이다. 충북의 광장에서 우리는 다시 외칠 것이다. 기후위기에 맞서 생존과 존엄을 지키고, 모두의 세상을 향한 길을 열자. 충주에서 멈춘 LNG 발전소가 그 시작임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