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극단적인 사교육 시장, 충북교육감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7세 고시’에 따른 아동 인권침해에 관한 교육부 장관의 관리·감독이 소홀하다며 826명의 시민이 참여한 진정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아동권리위원회의 결정이 어제 내려졌다.
국가인권위원회는 ‘7세 고시’를 시행하는 학원이 인권위 조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진정을 각하하였지만 교육부가 유아기 사교육 실태조사를 하고 정보를 공개할 것, 영유아 대상 과도한 학원 입학시험에 대한 규제방안을 마련할 것, 영유아가 학원에서 극단적인 선행학습을 하지 않도록 예방할 방안을 마련하라는 의견을 교육부 장관에게 전달하였다.
이는 사교육 시장이 단순한 사적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 공적 규제와 행정적 관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 사건이었다.
충북교육발전소가 2024년 6월부터 8월까지 청주, 충주, 진천혁신도시의 10개 읍면동에서 실시한 사교육기관의 선행학습 모니터링에서도 초등 의대반, 선행학습, ‘대학입시는 초등부터’ 등의 극단적이면서 과도한 선행학습을 선전하는 광고물에 대해 충북교육청의 지도·감독을 촉구한 바가 있다.
하지만 작년 모니터링에서 지적된 학원의 선행학습 광고는 개선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새롭게 초등 의대반을 운영한다는 광고를 하는 학원이 등장하고 있다. 청주지역의 <영어유치원>은 월 200만 원이 넘는 교습비를 받으며 <레벨테스트> 실전 대비 교재는 20페이지 8만 5000원에서 60페이지 19만 원 수준으로 판매되고 있다. 충북교육청의 지도·감독이 형식적으로 머무는 사이, 학부모와 아이들은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사교육 시장의 논리에 더욱 쉽게 노출되고 있다.
이처럼 아동과 학부모를 불안으로 몰아넣는 극단적인 사교육 시장은 단순히 개별 가정의 선택 문제로 환원할 수 없다. 사교육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는 사회적 불평등을 확대하고,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며, 무엇보다 아동의 발달권과 학습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특히 유아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대학입시를 겨냥한 선행학습에 내몰리는 현실은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고 학교를 공동체가 아닌 경쟁의 전장으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교육은 상품이 아니라 권리이며, 교육의 장은 배움과 성장을 위한 공간이라는 점을 헌법이나 유엔 아동 권리에 관한 협약을 찾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 전체가 지켜야 할 약속이다.
따라서 충북교육청은 단순한 방관자 위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현행 ‘학원법 제16조’는 교육감이 학원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도·감독할 권한을 갖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교육부 장관에게 과도한 사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 제안한 조치들은 충북교육감에게도 똑같이 요구되는 책무다.
충북교육정책 책임자로서 교육감은 유아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입학시험, 레벨테스트, 의대반, 선행학습과 같은 과도한 사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실태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한편, 강력한 규제와 점검을 시행해야 한다.
아울러 공교육 안에서는 기초학력 보장, 맞춤형 학습 지원, 방과후 프로그램의 다양화, 진로 및 진학지도 강화를 통해 학부모와 학생들이 불안 때문에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모든 정책은 시장 관리가 아니라 아동의 권리보장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아동 발달권과 학습권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교육행정이 구현될 때, 과도한 조기 사교육에 기대지 않아도 되는 사회, 교육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길이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