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군, 행방불명 억대 조경수 '특별감사' 착수…기증자는 경찰이 수사해야

강성규 영동 부군수 브리핑 “다음 달 19일까지 내부 감사” 기증자 A씨 “영동군 신뢰 안가…경찰에 수사 맡겨야”

2025-08-23     김남균 기자
지난 21일 강성규 영동군 부군수는 브리핑을 통해 "보도된 조경석, 조경수목 관리 소홀과 관련하여 군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사과했다. (사진제공=조경수 기증시민)

 

충북 영동군(군수 정영철, 국민의힘)이 최근 본보가 보도한 ’억대 조경수 실종사건‘과 관련해 특별 감사에 착수했다.

영동군이 감사에 착수했지만 조경수 이식과정에 참여한 업체가 현 정영철 군수 일가와 관련된 부동산에 사무실을 둔 것으로 확인되는 등 의혹은 확산되고 있다.

조경수를 기증한 서울시민 A씨는 “영동군이 제대로 진상을 규명할지는 의문”이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 21일 강성규 영동군 부군수는 브리핑을 통해 "보도된 조경석, 조경수목 관리 소홀과 관련하여 군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사과했다.

이어 "기증 재산이 군민의 자산임을 잘 알고 있으며,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사실관계 확인과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을 위한 감사도 시작됐다.

영동군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30일간 감사팀(5명)을 꾸려 기증 재산 관리 부실 및 부적정 처리 의혹 전반에 대해 내부감사를 벌이고 있다.

영동군 관계자는 "기증 당시의 동영상과 사진 자료를 토대로 전수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억대의 조경수와 조경석을 기증한 시민 A씨는 경찰 수사를 요구했다.

시민 A씨는 “그동안 영동군은 조경수와 조경석에 대해 여러 차례 말을 바꾸었다”며 “지난 해 말까지 나무가 고사했다고 한 적이 없었는데, 올해 나무가 실종된 것이 드러나자 말을 바꾸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동군이 제대로 진상을 규명할지는 의문”이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영동군이 20일 감사에 시작한 이후, 본보는 조경수와 관련해 추가적인 의문점을 발견했다.

시민 A씨가 영동군이 운영하는 레인보우 힐링관광지에 식재를 마친 날은 2022년 6월 7일이다.

하지만 영동군은 한 달인 7월 12일부터 7월 14일까지 이식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내부 문서를 작성했다.

영동군이 작성한 문서에 따르면 이때 이식작업에 참여한 업체는 정영철 군수 일가와 관련된 부동산에 사무실을 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 정영철 군수가 취임한 뒤에 영동군으로부터 체결한 수의계약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동군이 이 업체에 작업일수를 부풀려 비용을 과다 지급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시민 A씨에 따르면 이식작업은 2022년 6월7일 단 하루였다. 하지만 영동군은 이식업체가 3.5일 동안 이식작업을 진행했다며 임대료를 지급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처음에는 “3.5일 동안 작업을 한 것이 맞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2일 동안 작업을 했다”고 번복했다.

한편 서울시민 A씨는 2022년 서울 청담동 소재 자택 마당에 있던 조경수 48그루와 15톤 분량의 조경석을 영동군에 기증했다.

A씨는 언론을 통해 영동군이 ’레인보우 힐링관광지‘에 조경수와 조경석을 기증받는다는 운동 진행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기증을 결심했다.

기증비용도 자비로 부담했다. 영동군은 예산 부족을 호소했고, 이에 A씨는 자비 2000만원을 들여 장비를 들여 이식작업을 진행했다.

특히 청담동 자택에 있는 조경수를 옮기기 위해 담장까지 허무는 대공사를 진행했다. 이식 당일에는 5톤 트럭 3대와 15톤 덤프트럭 등 차량 4대를 동원했다.

작업에 필요한 노동자 4명도 A씨가 서울에서 직접 데려와 작업을 진행했다.

A씨가 기증한 조경수에는 수령 100년이 넘는 목단(=모란)나무도 포함됐다. 이 나무는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가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렇게 기증된 조경수 48그루 중 현재 남아있는 것은 21그루에 불과하다. 수천만원대이상의 목단 나무 뿐만 아니라 200~300만원 가치로 평가되는 향나무 등 고가의 조경수를 중심으로 27그루가 사라졌다.

또 A씨가 기증한 15톤 분량의 조경석도 행적을 알 수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해 영동군은 나무가 고사에 베어냈고, 조경석의 행방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