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운영하던 학급, 이제 와서 학급 아니라고?

충북교육청 감사관, 13명에 담임수당 환수·경력 말소 통보 “도교육청이 학급 만들어 일했을 뿐…개인에게 책임 전가”

2025-08-04     최현주 기자

 

2015년에 만들어져 운영 중이던 충북지역 직업교육 거점학교 학급을 충북교육청이 정식으로 인가받은 학급이 아니라며 담임수당을 환수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6월 종합감사를 벌인 도교육청 감사관은 최근 충주에 소재한 A고교 내에 있는 직업교육 거점학교 학급 교원들에게 담임수당 5년 치를 환수 조치하라고 통보했다. 감사관은 담임수당뿐 아니라 담임 기록(경력) 또한 말소한다는 입장이다.

감사관 B씨는 “이 학급은 정식으로 학급 배정을 받지 않았고, 복수담임도 임의적으로 배정했다”며 “선생님들이 많은 수고를 해주신 것을 알고 있고 내적 고민과 고통은 있지만 감사는 원칙과 매뉴얼로만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10여 년 동안 이 학급의 담임을 했던 교원은 기간제 교사를 포함해 13명이고, 환수 예정 금액은 3600여만 원(교원 8명)에 달한다. 현재 이 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들은 30명이고, 이 학급을 거쳐 간 학생들은 수백여 명에 이른다.

 

특성화고→일반고…직업교육 거점학교 만들어

A고교는 지난 2013년 특성화고에서 일반계고로 전환됐다. 그리고 전환 이후 2015년 특성화고에서 사용했던 장비를 활용해 이른바 직업교육 거점학교 학급을 만들었다.

2학급으로 총 40명을 정원으로 하며, 입학 조건은 충북지역 일반계고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즉 충북지역 일반계고 3학년 학생 중 진로를 대학이 아닌 취업으로 전환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입시가 아닌 직업 교육을 실시해 사회진출을 돕겠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원적교에서 2학년까지 마친 학생들은 1년 동안 A고에서 직업교육을 받고 원적교 졸업장을 받는 방식이다.

한 학급당 담임은 생활담임과 행정담임 등 2명씩 총 4명이고, 주요 자격증은 △제과 △제빵 △바리스타 △한식 △일식 △중식 조리 자격증 등이다.

이 학교 교사 C씨는 “입시 등 어려움을 겪었던 학생들이 이 학급에 와서 학교에 적응하게 되었고 자격증도 취득해 사회로 진출하거나 대학에 입학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그동안 학생들뿐 아니라 교사들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전했다.

 

“당장 학생들에게 피해 갈 것”

이 학교 교사 C씨는 이번 도교육청 감사관의 조치가 황당하다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라고 분노했다.

우선 ‘담임 없는 학교생활’을 하게 될 학생들에게 당장 피해가 간다는 것이다. 담임수당을 환수한다는 것은 담임이 아니라는 논리이고 그럴 경우 당장 아이들의 출결 기록부터 생활기록부 작성 등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냐는 얘기다. C씨는 “대책도 없이 무조건 조치만 하면 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문제는 담임수당 환수에서 기간제 교사들이다. 기간제 교사는 채용 당시 공고에 적혀 있는 ‘담임교사’라는 문구를 보고 이력서를 냈고 아무 문제 없이 교육 활동을 했는데 이제 와서 수당을 내놓으라는 건 ‘취업 사기’에 해당한다는 것.

C씨는 ”설립 초기부터 매년 학급 운영계획서를 도교육청에 제출해 왔고 도교육청도 이를 인지해왔다. 도교육청이 만들어놓은 학급에서 교육 활동을 했을 뿐인데, 10년이나 지난 이제 와서 정식 학급이 아니었다며 수당까지 다시 내놓으라 하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교조 충북지부도 4일 성명을 내고, “학급 인가 및 복수담임제 인가가 미비하다면 행정상의 미비점을 보완하면 될 일이지 지금까지 교육 활동을 부정할 일이 아니다”라며 “더욱이 여기서 행정상의 미비점이란 것도 결국 도교육청의 잘못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도교육청 차원의 행정적 미비점을 교사 개인에게 전가하는 몰상식하고 비겁한 내용”이리며 “담임수당 환수 및 담임 기록 말소 조치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에 대해 도교육청 감사관 관계자는 “도교육청 행정과와 중등교육과에서 협의를 통해 대안을 마련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등교육과 D씨는 ”감사 결과가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아직 없다“며 논의할 예정이라고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