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행정에 충북문화재단 싸논 이삿짐 풀지도 못하고…세금만 줄줄
예산낭비 논란 속 충북도의회 “청사이전 재검토” 압박 안치영(민주) 도의원 5분발언 “청사 이전 재검토 하라” 최정훈(국힘) 도의원 “예산낭비 뻔해…도의회 패싱도 심각” 충북문화재단, 반대 여론 들끓자 이사 잠정 보류
멀쩡한 사옥을 놔두고 연간 1억8000만원에 월세 건물로 이사하려던 충북문화재단 이사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충북도의회 여야 의원들은 도의회패싱과 예산낭비를 지적하며 ‘청사이전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충북도를 압박하고 나섰다.
급기야 충북문화재단은 지난 주말 예정됐던 이사를 보류하기에 이르렀다.
22일 충북문화재단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주말(19~20일) 예정됐던 청사 이사를 전면 중단했다.
원래 계획은 현 청주시 우암동 사옥(지하 1층, 지상5층)을 비우고 이사비용 2억2000만원을 들여 충북인재양성평생진흥교육원(이하 충북인평원)이 지난 해 매입한 옛 우리문고 건물 1층과 2층으로 이전하는 것이었다.
충북문화재단이 이전하려던 옛 우리문고 건물은 매입과정부터 큰 논란이 됐던 건물이다.
충북도 산하기관인 충북인평원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건물을 매입했고, 이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건물은 지난 해 경매로 나온 상태로 1차 경매가 유찰된 상태로 경매가가 75억원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그런대 이보다 20억원 가량 비싼 금액으로 매입하면서 특혜의혹이 발생했다.
두 번째는 충북인평원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큰 건물을 매입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충북인평원 조직은 원장과 사무처에 총 4개팀으로 구성됐는데 정원은 20명이다. 20명이 사용하기엔 공간과 면적이 너무 넓고 크다는 지적이 일었다.
세 번째는 매입재원의 문제였다. 충북인평원의 가장 큰 사업은 장학사업이다. 금융기관에 예치한 800억원대 금융자산에서 나오는 이자수익을 가지고 충북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은 지급한다.
이자수익에만 의존하다 보니, 장학금 지급규모는 연간 20억원대 안팎이다.
그런데 충북인평원은 금융기관에 예치한 800억원 중 100억정도를 빼내 건물매입에 사용했다. 빠진 돈 만큼 장학금이 줄어드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실제로 충북도인평원은 금융이자소득을 지난해 보다 5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예산을 편성했다.
장학예산으로 사용되는 금융이자소득은 지난 해 보다 5억원 정도 축소해 편성했다.
장학금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충북인평원은 임대수익을 통해 부족한 장학금 재원을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충북인평원 고위관계자는 “이자수익이 줄어든 것은 건물 1층을 임대를 놔서 채우면 된다”고 큰소리쳤다.
충북문화재단, 임대료 내주려 강제 차출?
임차인을 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 3월부터 충북문화재단이 이곳에 입주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결국 소문은 현실화됐다. 충북문화재단이 임차인으로 결정된 것이다.
충북문화재단이 사용하고 있는 우암동 사옥은 충북도가 소유한 건물이다. 별도로 월세가 지출되지 않는다.
충북인평원 사옥으로 가면, 그동안 지출되지 않던 월세가 나가게 된다.
비영리법인인 충북문화재단은 충북도가 지원하는 보조금으로 운영하는 단체다. 따라서 새로이 내게 될 임차료 만큼, 충북도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멀쩡한 제집 놔두고, 월세로 이사하는데 국민세금으로 메꿔야 한다는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결국 충북도의회가 나섰다.
22일 안치영 충북도의원은 도의회 제427회 임시회 2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충북문화재단 청사 이전’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 의원은 “재단은 원도심 활성화라는 이유로 현 청사에서 불과 2.5㎞ 떨어진 충북인재평생교육진흥원 건물로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를 강행할 경우 이전 비용 1억 5,000만 원을 비롯해, 매년 1억 8,000만 원이 넘는 임대료를 지출해야 하며 이 돈은 고스란히 도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했다.
안 의원은 특히 재단이 이전하려는 장소가 지난해 고가 매입으로 논란이 되었던 충북인재평생교육진흥원 건물이라는 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안 의원은 “당시 논란이 일자, 인평원 측은 해당 건물의 공간을 임대 사업에 활용해 연간 3억 원의 임대수익을 창출하겠다고 공언했다”며 “재단이 이 공간으로 이전하면, 결과적으로 도민 세금으로 세금을 메우는 비상식적 구조이며 도민을 기만하는 행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충북문화재단의 독단적 행정도 문제 삼았는데 “재단은 이전에 따른 임차료와 주차비를 도 예산으로 충당할 계획이지만, 정작 예산 승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도의회에는 이전 일정을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충북문화재단은 지금이라도 청사 이전을 전면 재검토하고 도민과 투명하게 소통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안 의원이 5분발언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먼저 포문을 연 것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같은 당(국민의힘) 소속인 최정훈 의원이다.
최정훈 의원은 지난 13일 “충북문화재단이 이전 한다는 사실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의회를 얼마나 우습게 생각했으면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했을까 하는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놓고 의회를 무시하는데, 이런 상태에서 예산을 통과시켜야 할지는 의문”이라며 “일은 충북도가 저질러 놓고, 책임은 의회가 지라는 식”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충북문화재단은 청사이전을 잠시 보류했지만 최종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쌓던 이삿짐을 풀어야 할지, 아니면 풀지 말고 때를 기다려야 할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사가 중단돼도 그동안 이전을 준비하면서 지출한 비용도 길바닥에 버린 돈이 된다.
충북인평원은 충북문화재단이 들어온다는 것을 전제로 내부 인테리어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또한 국민 세금에서 나온 돈이다.
이전을 해도, 이사를 가지 않아도 예산낭비가 발생하게 되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