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이야 기자야…판결문에 나타난 '제천 조폭 기자'
“내가 누군지 알아?”라며 조폭출신 과시 기절한 사람, 깨어나자 또 다시 폭행 경찰이 자신의 범죄 수사 들어가자 보복 기사 작성 역고소와 국민권익위에 진정해 피해자 괴롭혀 친형 관련 기사 쓴 동료기자 신문사에 허위사실글 투고
지난 8일 충북지역 제천시 주재기자로 활동했던 기자 2명이 법정 구속된 가운데 판결문에 나타난 이들의 행태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과거 제천출신 조직폭력배 ○○파에서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협박과 상해죄로 징역8월을 선고받은 A기자의 행적을 살펴본다.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전과8범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A(내외경제TV 전 기자)씨는 2020년 4월 경 제천시청 회계과 공무원 B씨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시청 식당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A씨는 공무원 B씨에게 “내가 뭘 했던 사람인지 알면서 왜 그렇게 뻣뻣하게 나와”라며 “△△전기 ×랑 술 먹은 사실이 있냐?”라고 물었다.
B씨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이날 ‘내외경제TV’ 인터넷 판에 <제천시청 전기직 공무원 향응접대 의혹>이란 기사를 게재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20여일이 지난 2020년 4월 말경 A씨는 공무원 B씨를 불러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거 아니냐”라며 과거 조직폭력 활동을 한 사실을 드러내며 위세를 과시했다.
이날 저녁 다시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제천시청 전기직 공무원 향응접대 의혹>기사는 지금 니 목을 쥐고, 니 가정에 목줄이 담긴 것”이라며 “회계과에서 딴 곳으로 가”라고 위협을 가했다.
다시 하루 뒤 A씨는 B씨를 제천시 소재 모 카페로 불러냈다. 이 자리에서 B씨에게 “기사 내용과 같이 전기업자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내가 니네 가족 목줄을 잡고 있다. 말을 듣지 않으면 너는 직장에서 잘리고, 가정도 잃게 하겠다”고 위협했다.
겁을 먹은 B씨는 결국 A씨의 요구대로 확인서를 작성해 줬다.
이 뿐만이 아니다. A씨는 과거 자신과 말다툼을 벌였던 또 다른 피해자를 폭행해 기절 시킨뒤, 깨어나자 또 다시 전치 3주의 폭행을 가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2021년 11월 경 A씨는 제천시 소재 모 식당에서 피해자 D씨를 주먹으로 때렸다. D씨는 바로 기절했다.
D씨가 깨어나자 A씨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때리고, 발로 걷어찼다. 이 폭행으로 D씨는 치관파절등의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
또 다른 기자 E(전 충청매일 기자)씨는 공무원인 자신의 친형에게 불리한 기사를 작성한 기자 F씨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
2020년 12월 경 충북지역 일간지 중부매일에 <제천시 육상실업팀 횡령 혐의 놓고 법정 다툼 한창>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그러자 E씨는 F씨가 소속된 충부매일 홈페이지에 <업체 협박, 돈 뜯는 비리기자> 란 글을 올렸다.
E씨는 글에서 “F기자는 지역업체에서 공갈과 협박으로 돈을 뜯냈다”, “도박장을 개설하고, 친구나 지인들을 끌어들여 수천만원대 도박판을 벌였다”는 글을 올렸다.
법원은 E씨의 글을 모두 허위 사실로 보고 명예웨손죄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기자, 그 일그러진 자화상
판결문에 따르면 E기자는 2019년 4월 제천시 소속 또 다른 공무원 K씨를 모 카페로 불러내 폭력을 행사했다. 이유는 K씨가 자신과 친형(제천시 공무원)에 대한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 이유였다. 검찰은 “E씨가 ‘개××야. 니가 나한테 뭘 해줬다고 욕을 하고 다니냐’면서 뒷 목을 10회가량 때리고 허벅지랄 발로 차 허벅지에 10cm가량의 멍이 들 정도로 상해를 입게 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K씨가 입은 상해가 ‘폭행치상죄에서 정한 상해에 해당한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E씨가 공무원을 상대로 특정업체에 납품을 주라고 개입한 정황도 드러난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E씨가 2020년 5월경 제천시청의 ‘의림지 한방 치유숲길 경관조명 설치공사의 관급자재 구입’과 관련해 담당공무원에게 ‘특정업체와 결탁이 되어 있고, 뒤돈을 받았다. 당초 계획대로 발주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 그래도 한다면 비리 사업이라고 언론에 보도하겠다’고 위협했다”고 적시했다.
또 한 달 뒤 같은 공무원을 만나 “I사에 배정된 금액이 1300만원 밖에 되지 않아 내가 위신이 서지 않는다. 이대로 시행하면 비리 사업이라고 언론에 써서 가만두지 않겠다‘는 등으로 협박했다”고 기재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E씨의 언동의 동기가 I사가 위 사업에 납품할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적인 것이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위와 같은 납품을 ’비리 사업‘이라고 칭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기자의 일상적 업무 범위에 속하는 행위로, 공무집행방해죄에[서 정한 ’협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무방해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결했다.
E씨는 제천지역 경찰이 자신의 범죄혐의에 대해 내사에 들어간 것을 알자 해당경찰관에 대한 허위 사실을 기사화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E씨는 제천경찰서 수사과 형사팀 소속 G씨가 202년 7월 경 앞서 언급한 공무원 폭행사건에 대해 내사를 벌이는 것을 파악했다.
E씨는 A기자와 함께 G경찰관에 대한 취재에 나섰다. 그러면서 국민권익위원화에 진정을 접수하고, 검찰에 G씨를 피의사실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약 두 달 뒤인 2020년 9월에는 <제천경찰, 음주사건 개입의혹…지역 사업가들에게 향응 제공받으며 편의 봐줘>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E씨는 다만 기사에서 G경찰관의 실명대신 ’A경찰관‘이라고 호칭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E씨가 기사에서 적시한 ’A경찰관‘ G씨라고 인식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아닌, 특정된 사람등에 불과하다’ 할 것”이라며 “공연성이 결여되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4년만에 1심 판결나온 ‘제천 조폭 기자’ 재판
제천지역 조직폭력배 ‘○○○’파 출신 A기자와 E기자의 행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4년 전 ‘제천 조폭 기자’라는 제목으로 여러 언론들이 다뤘다.
<제천시청 일부 출입기자들 도 넘는 횡포>(신아일보, 2021.2.8.), <지역사회 발칵 뒤집은 조폭 출신 기자들 재판>(미디어오늘, 2021.2.15.), <제천 ‘조폭’ 기자들, 아무도 그들을 막을수 없었다>(미디어오늘, 2021..3.16), <관공서 광공비 집행 배분까지한 제천지역 ‘그 기자’>(미디어오늘, 2021.3.7.), <조폭출신 기자 횡포 막아달라 청원…제천시에 무슨일이>(TV조선. 2021.3.26.), <제천 조폭기자 재판, 어떻게 되고 있나?>(단비뉴스, 2021.6.28.), <제천 조폭기자의 경찰관 보복 보도는 ‘허위’>(오마이뉴스, 2021.11.3.) 등 언론 보도도 잇따랐다.
재판도 2021년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4년이 지난 지난 8일에야 1심판결이 선고됐다.
재판이 길어진 이유는 무얼까?
제천지역 현직기자 Q씨에 따르면 “다른 육상연맹 사건과 병합이 되면서 재판이 길어진 것으로 안다”며 “일부 관련자가 해외에 있는 사정이 있었고 이래저래, 재판이 길어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2021년 당시 언론에 보도된 사건 중에 일부만 기소된 것에 대해서는 “제천지역 언론인이나 공무원들이 두려움을 크게 느꼈다. 현재도 그렇다”며 “일부 공무원들은 보복이 두려워, 재판과정에서 진술을 변경하거나, 형사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법정구속된 두 기자 중 E기자는 지난 해 해당 신문사를 퇴사했다. A기자는 회사를 옮겨 충남지역 일간지 소속으로 최근까지 제천시 주재 기자로 활동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 8일 청주지법제천지원 김동원 판사는 도박장개설, 폭행치상, 등으로 기소된 E기자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협박과 상해죄로 기소된 A기자에겐 징역 8월을 선고하고, 마찬가지로 법정 구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