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청소년 정서 위기 대책이 ‘몸근육·마음근육’이라고?

4일 윤건영 충북교육감의 주간 정책회의 당부 발언을 듣고… 윤 교육감, 청소년 정서 위기 해결잭으로 몸·마음근육 강조

2025-07-07     최현주 기자
윤건영 충북교육감.

 

윤건영 충북교육감이 지난 4일 주간 정책회의에서 한 발언은 현재 윤 교육감의 인식이 어떠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날 윤 교육감은 ‘유니세프 이노첸티연구소’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정서 위기는 우려를 넘어 이미 시작되었다고 진단했다. ‘기초학력’은 40개국 가운데 1위지만, ‘정신 건강’은 36개국 중 34위, ‘신체 건강’은 28위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윤 교육감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

윤 교육감이 제시한 대안은 다름 아닌 ‘몸근육’과 ‘마음근육’이다. ‘위기가 깊어지기 전에 아이들이 스스로 감정을 다룰 수 있는 힘부터 길러야 한다’며 구체적인 대안으로 몸근육과 마음 근육을 강조했다. 학교 안에서 몸을 충분히 움직이고 감정을 조절하는 경험이 필요하다며 뛰든, 걷든, 자전거를 타든, 춤을 추든, 자기 방식대로 긴장을 풀고, 감정을 정리하는 것이 회복의 시작이라고도 했다. 또 ‘마음쓰담’ 필사와 명상 프로그램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충북교육청 제공.

 

우리나라에서 청소년들의 정서 위기 문제는 하루이틀에 생긴 문제가 아니고 이미 수십 년간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최근 발생한 부산 여고생 3명이 동반 자살한 사건에서만 봐도 그들의 유서에는 여지없이 ‘학업 스트레스’, ‘진로 부담’이 빠지지 않았다.

살인적인 경쟁과 학업 스트레스, 입시부담이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을 얼마나 옥죄고 정서위기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은 없다. 또한 살인적인 경쟁교육과 입시제도를 바꾸는 것만이 유일하고 근본적인 해결대책이라는 것도 다 안다.

그럼에도 윤 교육감은 어떻게 청소년들의 정서 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몸근육과 마음근육을 언급하는 것일까?

물론 몸활동이나 필사, 명상이 전혀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수단일 뿐 근원적인 해결방안이 절대 될 수 없다.

정말 학생이 스스로 몸을 많이 움직이고 감정을 정리하면 정서위기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 대선을 거치며 전국에서는 교육과 관련해 수많은 목소리가 나왔고 단체도 생겨났다. 교육혁명대행진, 비상시국교육원탁회의 등은 대선기간 동안 교육 의제를 제시하며 ‘교육이 살아야 나라가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들은 한결같이 교육대전환을 주장했다.

충북에서도 수개월 동안 (사)새로운학교충북네트워크 등 교육단체 8개가 참여하는 충북교육포럼이 4차례 포럼을 열고, 충북 교육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는 현재 충북에서 진행되는 정책의 구체적인 현황과 문제점, 개선 방안이 제시됐다.

이러한 의견을 윤 교육감이 단 한 번만이라도 주의 깊게 경청했더라면, 4일 주간 정책회의에서 했다는 발언은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윤 교육감은 이제라도 제발 초등학생도 다 알고 있는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 인식하에서 개선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만일 그럴 의지가 없다면, 이에 대한 발언은 아예 자제하는 것이 오히려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