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의 ‘진짜 대한민국’이야 말로 아리셀유가족이 꿈꾸는 나라

이재명 대통령 취임 한달 기자회견"죽음의 일터를 삶의 일터로 만들겠다"

2025-07-07     김남균 기자
사진=김남균 기자

 

지난 5월 20일, 이재명 대통령은 당시 경기도 의정부시 ‘태조 이성계 동상’ 앞에서 유세를 진행하면서 다음 같이 말한다.

 

‘㈜아리셀 화재 참사’로 목숨을 잃은 23명의 노동자는 곧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살자고 하는 일이 죽자고 하는 일이 된 이 암울한 현실”의 등장인물이다.

23명의 노동자들의 나이가 어떻고, 개개인의 한 맺힌 지난한 삶의 사연을 굳이 언급 할 이유도 없다.

23명은 무게를 달아서 삶의 등급표를 매길 수 없는 딱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목숨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지 못하는 노동자 수만 연간 1000여명이다. 대통령의 말 대로 “암울한 현실”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다시 유세를 이어간다.

 

 

오열하는 아리셀화재참사 유가족들 (사진=김남균 기자)

 

‘풍비박산’. 이재명 대통령은 현실을 지독히 정확하게 꿰뚫었다.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 가족의 삶을 이처럼 정확하게 표현한 단어가 또 있을까?

‘(주)아리셀 화재참사’ 피해 사망 노동자 고 김병철 씨의 가족만 보더라도 딱 그렇다. 고인의 부인은 현업을 중단한 체, 1년 가까이 천막에서, 거리에서 보냈다. 거꾸로 책임을 전가하는 회사에 맞서 법률 전문가가 돼야 했고, 배터리 전문가가 되어야 했다.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거리에서 삼보일배를 하고, 천막에서 웅크린 채 참을 자야 했다.

다른 친구들이 다 누리는 ‘아빠와의 일상’을 잃어 버린 자녀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파괴된 일상은 차마 글로 옮기지 못할 정도다.

이재명 대통령은 “산업현장에서 법이 정한 산업안전 기준을 잘 지키고 있는지, 이런 것들을 잘 관리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아리셀참사’가 23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대형참사로 이어지는 배경에는 바로 이재명 대통령이 지적한 ‘국가 기관(근로감독관)의 관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근로감독관이) 관리를 안하니 (사업주가 법으로 정한 안전의무를) 전부 다 위반하고 있다”고 정곡을 찔렀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해 사고가 발생하기 전 5년동안 한 차례도 산업안전 점검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김남균 기자)

 

㈜아리셀 작업현장이 실제로 그랬다.

고용노동부는 사가가 발생하기 까지 5년 동안 ‘산업안전감독 점검’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매년 유해·위험물질을 다루는 작업장을 중심으로 사업장 안전보건 감독·점검을 실시한다.

아리셀은 고위험 물질인 리튬을 취급하고 이주노동자 밀집도가 특히 높은 지역에 자리 잡고 있었다. 당연히 안전보건 감독점검 대상이다.

그 결과 재난 시 긴급대피 통로 조차 없었던 노동자들은 1000도 가까이 치솟은 열기 속에 뼈까지 타버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유세 도중 “사업주가 안전 시설 안 해서 누군가가 죽고 다치면 책임은 누가 지냐? 고용된 관리자 그 사람들만 책임져요”로 라는 말도 ㈜아리셀화재참사와 100% 상통한다.

㈜아리셀 박순관 대표이사는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재판에서 “실질적인 사업주가 아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故 김병철 씨의 유가족은 “(주)아리셀과 박순관 대표는 재판과정에서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 넘기고 있다”며 “심지어 법정에서 사망한 김병철씨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 가족들에게 손해배상 소송 협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리셀 참사 유가족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장하는 바도 일치한다.

이 대통령은 유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리셀참사 유가족 최현주 씨는 “사고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났다”며 “저에게 1년 이라는 시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형사 재판 1심 선고는 8월 말~9월 초로 예상된다”며 “부디 상식에 맞는 형이 선고되길 고대한다”고 밝혔다.

“상식에 맞는 형이 선고될 고대한다”는 아리셀 참사 유가족의 바램은 철저히 이재명 대통령의 말과 일치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안전 시설을 안해서 누군가가 많이 죽었다. 그러면 그 과실이 있는 사람에게 ‘책임을 묻자. 형사 처벌을 하자’ 이게 잘못된 것입니까?”라고 지극히 상식적인 질문을 했다.

소년공 이재명 대통령의 진심과 아리셀참사

아리셀 화재참사 유가족이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남균 기자)

 

지난 5월 20일 이재명 대통령의 유세를 보면 다른 정치인들과는 여러면에서 차이를 보였다.

우선 이재명 대통령은 ‘근로자’라는 말 대신에 ‘노동자’라는 단어를 일관되게 사용한다.

노동계에선 ‘근로자’란 말은 사업주가 시키는 대로 순종한 채 일만 부지런히 하는 사람이란 뜻을 품고 있어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가릴 것 없이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바꾸자고 요구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심지어 ‘근로감독관’이란 명칭을 ‘노동보호관’ 혹은 ‘산업안전 관리관’이란 단어로 바꾸자고 했다. 줄여서 ‘노동 경찰’로 바꿔 부르자고도 했다.

이런 모습만 봐도 이재명 대통령은 현재 ‘근로감독관’이 해야 될 역할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아리셀 화성공장 담벼락에 걸린 추모 리본 (사진=김남균 기자)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중에 이런 인식을 가진 대통령은 지금까지 없었다.

이 대통령이 “살자고 하는 일이 죽자고 하는 일이 된 암울한 현실”이란 말은 위험에 노출돼 있는 노동자들이 매일 사용하는 일상적인 말이다.

유식한 언어로 포장된 말이 결코 아니고, 노동자들의 삶이 우러난 말이다.

아리셀참사 유가족들의 심금을 울린 지난 5월 20일 의정부 유세이후에도 이재명 대통령의 생각은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 3일 취임 30일을 맞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죽음의 일터를 삶의 일터로 바꾸고, 더는 유가족이 거리에서 울부짖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두달 전, 자신의 말을 잊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이틀 뒤인 5일 예정에 없던 국무회의를 개최하면서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모든 관련 부처가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현재 할 수 있는 대책, 필요하면 제도를 바꾸는 입법 대책까지 전부 총괄적으로 정리해서 보고해 달라"고 관련 부처들에 지시했다.

대한민국 최초 소년노동자 출신이자 산재 피해노동자 출신이었던 이재명 대통령.

취임 한달이 조금 지난 지금까지 산업재해 피해 노동자에 대한 그동안 했던 말을 따라 일관된 행보를 밟고 있다.

㈜아리셀화재참사 유가족이 바라는 나라와 이재명 대통령이 천명한 ‘진짜 대한민국’은 결코 다르지 않다.

두달 후면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리셀 박순관 대표에 대한 1심 선고가 나온다.

이 재판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진짜 대한민국’과 아리셀유가족이 꿈꾸는 나라의 단초가 보여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