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희의 생각 : 청주시의 주인은 시민이다
나이별 이칭(異稱) 중 30세를 ‘뜻을 세우는 나이’라 하여 ‘입지(立志)’라고 한다. 지금이야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직접 뽑는 ‘지방자치제’가 1995년 부활했으니 ‘지방자치제’는 이제 뜻을 세우는 어엿한 30세 젊은이가 됐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제의 역사는 제1대 국회인 ‘제헌 국회’의 역사와 같이 시작한다. 제헌 국회가 1948년 7월에 제정하여 공포한 제1호 ‘대한민국 헌법’의 제96조와 제97조에는 지방자치에 관한 내용이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정의와 조직, 운영에 관한 사항, 지방의회의 조직과 권한, 선거 등을 담고 있다.
헌법에 따라 1949년 지방자치법을 제정하고 1952년 지방의회 선거를 실시했다. 1960년 4·19혁명으로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한 뒤 들어선 민주당 장면 내각은 지방자치체를 더욱 공고히 했다. 그해 12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 선거가 실시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1961년 5·16 쿠테타로 권력을 장악한 박정희 정권은 지방의회와 단체장들을 강제로 해산했다. 1979년 12·12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역시 지방자치를 할 의지가 없었다. 독재자들에게 권력의 분산은 얼토당토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칫 사장될 위기에 처한 지방자치제를 살려낸 건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1971년과 1987년 대선에서의 패배로 그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않고선 정권교체는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1990년 당시 66살의 나이에 13일간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이어갔다. 당시 여당이던 민주자유당의 김영삼 대표가 그가 입원해 있던 병원에 찾아가 지방자치 선거에 합의한 장면은 한국 정치사의 명장면으로 남아 있다.
이후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1995년 지방자치체의 부활을 알리는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렸다. 광역단체장 16명과 기초단체장 230명, 광역과 기초 의원을 포함하여 총 5,578명을 뽑은 선거는 2022년, 제8회에 이르렀다.
촛불의 광장에서 꺼지지 않는 빛의 혁명으로 이어진 지금의 시대정신은 주권자가 보다 깊숙이 보다 직접적인 정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반영해 당원 주권 시대를 열고 있는 민주당의 토대에서 출범한 이재명 정부 역시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고 나섰다.
‘입지(立志)’의 청년 지방자치는 이제 그 ‘입지(立地)’를 다져야할 때이다. 중앙과 지방이라는 양 날개로 더 높은 대한민국으로 비상하려면 일단 ‘지방자치단체’라는 말로 격하되고 국가의 통치권 아래의 개념에 묶인 ‘단체’라는 말 보단 ‘지방정부’라는 말로 바꿔 불러야 한다.
또한 기초 행정단위인 읍·면·동 단위에서도 주민 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2010년부터 경기도 수원시 3선 시장을 역임한 염태영 국회의원은 시장이던 2019년 ‘동장 주민추천제’를 도입했다.
‘동장 주민추천제’는 주민이 추전한 공직자를 동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로 동 단체원과 일반 주민 등으로 구성된 ‘주민 추천인단’ 150여 명이 토론회와 투표를 통해 동장 후보자를 선정하고 임명권자인 시장에게 추천한다.
‘동장 주민추천제’를 거쳐 임용된 동장에게는 인재추천권, 승진·근평 우대, 예산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특히 동장이 주민들에게 내건 공약 사업을 실현할 수 있도록 주민세 환원 사업비 등 각종 예산이 지원된다.
민선 7기(2018~2022년) 들어 대부분의 단체장이 주민추천제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앞서 언급한 수원시를 비롯하여 평택, 김포, 울산 울주군, 경남 고성군, 전남 순천시 등 주민추천제가 확산되었으나 민선 8기에 들어서면서 그 열정과 시도는 많이 가라앉았다.
청주시의 주인은 시민이다. 이 문장을 세단어로 줄이면 ‘청주시’다. 다가올 민선 9기에는 주권자의 시대정신이 반영되어 ‘풀뿌리 민주주의’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젊은 지방자치가 실현되어야 한다. ‘동장 주민 참여제’와 같이 직접 민주주의를 펼칠 수 있는 다양한 도전이 시도되고 활성화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청주시’가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