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라고요?…변화를 꿈꾸는 교장 모여라”

전국교장교감원장원감 좋은교육정책포럼 창립 충북서도 혁신 교육·변화 이끌었던 5인 참여 “아이들의 삶과 성장”…충북 대표 이덕우 교장

2025-07-01     최현주 기자
좋은교육정책포럼 제공.

 

‘꼰대’라는 말이 있다. 융통성이 없고 자기중심적인 기성세대를 비하하는 은어다.

우리 사회에서 ‘꼰대’라는 말은 안타깝게도 미래 세대와 가장 가깝게 있는 공간, 학교에서 자주 등장한다. 교장·교감 등 관리직을 ‘꼰대’라 부르며 비하하는 일은 사실 놀라운 것도 아니다. 잘 바뀌지 않는 학교 문화를 언급하며, 학교의 관리자들을 ‘답답하고 꽉 막힌 사람’쯤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달라졌다. 단적인 예로 일부 학교의 교장들은 과감히 교장실을 없애고, 반바지를 입고 학생들과 캠핑을 즐기며, 양복 대신 털모자를 쓰고 학생들을 위해 어묵을 끓인다.

전국 곳곳에서 교장·교감들이 자신의 권위를 스스로 내려놓고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전통과 규범보다는 혁신을 이야기하며 바꿔보자고 제안한다.

지난달 14일 출범한 ‘전국교장교감원장원감 좋은교육정책포럼’도 그중 하나다.

좋은교육정책포럼 창립총회에는 전국의 전·현직 교장·교감·원장·원감 147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이 모인 이유와 목적은 총회에서 공개한 정관에 명확히 나와 있다.

 

‘학교 교육의 실행자 및 전문가인 교장·교감·원장·원감들이 학생의 삶과 성장에 중점을 둔 교육이 가능하도록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고 유·초·중등교육 전반을 변화시킬 정책을 제안함으로써 우리나라 공교육 및 대안교육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

 

‘공교육의 책임자이자 실행자로서 현재를 성찰하고, 교육 전환과 혁신적인 정책을 발굴하며 제안할 것’

 

좋은교육정책포럼 제공.

 

좋은교육정책포럼이 밝힌 앞으로의 계획은 정관에서 밝힌 목표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전국 모임은 1년에 3회 정도 포럼을 열 계획이다. 첫 번째 포럼은 올 8월 국회에서 예정되어 있다.

좋은교육정책포럼에서는 학교 현장의 문제점과 걸림돌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교원의 정치기본권이 왜 필요한지, 정치기본권이 보장됐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 교사의 정치기본권과 민주시민교육 등을 논의해보고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정책과 개선방안 등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후에는 사교육, 교사의 행정업무, 승진 점수 중심의 교장 제도 등 학교를 어렵게 만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도 만들겠다는 포부도 있다. 굵직한 의제이기에 한두 달 또는 일이 년 내에 성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필요한 일이고, 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좋은교육정책포럼에는 뜻을 같이 하는 교장·교감·원장·원감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논의가 풍성해지면 분과도 만들 예정이다. 제안한 정책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과연 실효성은 있을지 연구해 볼 계획이다. 그리고 현장에도 적용해 볼 참이다. 이 모든 활동의 중심에는 ‘아이들의 삶과 성장’이 있다.

 

이덕우 교장.

 

모임에 중심에는 ‘아이들의 삶과 성장’이 있다

이 모임에는 충북의 인사들도 참여하고 있다. 이덕우 교장(학산중고)을 포함해 총 5명이다. 이들은 정관에 나와 있는 ‘목적’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시대에 맞는 교육정책을 공부하고 제안할 계획이다.

충북지역 대표를 맡고 있는 이덕우 교장은 “관리자의 권한이나 자기 이익보다는 아이들의 삶과 성장에 좋은 정책을 연구하고 제안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할 일이 많다. 우선 자기 자신부터 변해야 한다. 휼륭한 리더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 치열하게 성찰해야 한다. 교사·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눈높이도 갖춰야 한다.

아직은 시작 단계이다 보니 함께 하려는 이들을 모으기 위한 홍보도 해야 한다. 첫 포럼이 열리는 8월 전까지 회원을 모집할 계획이다.

 

“지난달 출범식 관련 공문이 이미 모든 학교에 다 나갔어요.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단은 교장단 연찬회라든지 모임에 가서 정식으로 요청을 드린 후 설명하고 함께 하자고 요청할 생각입니다.”

 

지난 6월 14일 진행된 전국교장교감원장원감 좋은교육정책포럼 출범식 및 창립총회에서 이덕우 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실 충북에서 좋은교육정책포럼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은 김병우 전 충북교육감과 함께 혁신교육을 이끌었던 이들이 대다수다. 그렇다 보니 이 교장은 교육감 선거를 1년여를 남긴 시점에서 또다시 좋은교육정책포럼이 ‘진보’ 또는 ‘보수’로 덧씌워질까 염려스럽다.

이덕우 교장은 “그동안 열심히 했던 분들이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같이 함께하기 위해서,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출발한 거라서 모임이 교육감 선거라든지 진보적 의견을 내야 된다는 식으로 그렇게 결정된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전·현직 교장·교감·원장·원감이라면 누구든지 수용하고 자율적으로 의사 표현을 하면 함께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리더로서의 역할을 하려는 측면 그리고 좋은 교육 정책들을 교사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관리자)도 같이 얘기할 수 있는 힘을 모을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공부를 많이 하자 동참하고 싶다 그런 마음입니다.”

 

충북만의 정책도 공부하고 마련할 계획이다.

가장 먼저 생각하고 있는 정책은 대안교육(학교)다. 아이들의 삶과 성장을 위해서 이제 대안학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야심차게 출발한 단재고등학교가 IB학교로 전환된 것이 못내 아쉬운 마음도 강하다.

다행히 제천간디학교 교장으로 재직했던 이병곤 교장도 좋은교육정책포럼에서 함께 하고 있다.

 

“충북에는 이미 대안교육연구회 결과물이 있지만 교장교감원장원감의 목소리로 또다시 제안을 한다면 더 힘이 될 것입니다. 좋은 정책을 제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공부하고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을 마련해볼 계획입니다.”

 

흔히 ‘교장의 변화’는 학교 변화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관리직의 변화는 어렵고도 지난하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모인 좋은교육정책포럼에 참여한 교장교감원장원감의 행보는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꼰대’이기 전에, ‘관리자’이기 전에 아이들의 삶과 성장을 가장 우선시하는 교육자로 한발 나가고자 하는 이들의 행보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