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교사 10명 중 6명, "현장체험학습 안 하고 싶다"
전교조 충북지부, ‘현장체험학습 실태 조사·교사 의견수렴 설문’ 결과 발표 충북 유치원·초·중·고 교사 1150명 참여…“제도 개선 없으면 폐지 불가피”
충북지역 초·중·고 교사 10명 중 6명은 현장체험학습을 폐지 또는 최소화하길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이유는 안전조치를 다하더라도 안전사고는 예상할 수 없고, 발생한 사고의 책임을 일선 교사들이 져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이는 2022년 속초 현장체험학습 사고 담임교사에 대한 1심 재판에서 교직 박탈에 해당하는 형이 선고되면서 교사들의 불안감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지난달 17일부터 25일까지 진행한 ‘현장체험학습 실태 조사 및 교사 의견수렴 설문’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속초 현장체험학습 사고 관련 1심 판결 이후 현장체험학습 실시에 대해 선생님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설문 참가자 1150명 중 695명(64.3%)이 ‘안전조치를 다하더라도 안전사고는 예상할 수 없으므로 현장체험학습은 폐지 또는 최소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안전사고에 대한 과실 책임을 교사에게 묻지 않는다면 현장체험학습은 실시 가능하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367명(34.1%)이다.
현장체험학습의 가장 어려운 점과 개선 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234명이 ‘안전사고 책임 부담’을 꼽았고, 120명이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보조인력 필요 △교육청·관리자 책임 분담 △숙박형 체험학습 취소 △법적 매뉴얼 필요가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사고 발생’과 ‘과실 책임’에 대한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응답자의 71%가 올해 계획된 현장체험학습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안전 문제 우려가 크지만 변경이 쉽지 않을 것 같아 계획대로 실시하기로 했다’가 52%(395명)로 가장 많았다. 17.8%는 ‘변경하려고 했으나 관리자의 반대로 변경하지 못했다’고 답했고, 8%(61명)는 ‘학부모 민원으로 예정대로 실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현장체험학습과 관련 충북교육청이 가장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할 사항(복수 응답)으로 가장 많이 꼽힌(44.7%, 481명) 것은 ‘현장체험학습 지원비를 전제 조건 없이 교내 체험학습에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교육청이 직접 주관하는 현장체험학습 중심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지원(39.4%, 424명) △교육과정별 현장체험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계획수립 단계부터 직접 지원(38.3%, 413명)이 그 뒤를 이었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현재와 같은 교사 무한책임 구조와 인력·제도적 지원 부족이 해소되지 않는 한 현장체험학습의 축소 또는 폐지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또 “현장체험학습이 지속되어야 한다면, 교사의 법적 책임 완화, 보조 인력 확충, 교육청·관리자의 책임 분담, 명확한 안전 매뉴얼 마련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충북 도내 병설·단설·특수학교 유치원 교사 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유치원 교사들은 현장체험학습시 충북교육청이 가장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은 ‘보조 인력 배치’라고 답했다.
절반에 가까운 32명이 1학급당 1명의 보조 인력을 배치하도록 지원할 것을 꼽았고, 교육청 직접 주관 현장체험학습 실시, 계획 수립단계부터 직접 지원이 그 뒤를 이었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교사들이 느끼는 현장체험학습 운영의 가장 큰 고충은 ‘예측 불가능한 안전사고에 대한 교사의 과도한 법적·행정적 책임 부담’”이라며 실효성 있는 학교안전법을 촉구했다.
오는 6월 21일부터 시행되는 학교 안전법에는 ‘학교장 및 교직원은 학생에 대한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에는 학교안전사고에 대하여 민사상·형사상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안전조치의무 개념이 포괄적이고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전교조 충북지부는 이러한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8일 충북교육청에 △현장체험학습 미실시, 교내 체험학습으로 변경 등 현장체험학습 선택에 대한 교사의 자율권 보장 △현장체험학습 보조 인력 배치 시 현장의 업무를 가중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행·재정적 지원 대책 마련 △현장체험학습 지원비를 전제 조건 없이 교내 체험학습에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식 안내 △현장체험학습 관련 법안이나 조례 개정 시 현장 교사 및 전교조 의견 반영(교사 면책범위 확대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충북교육청 관계자는 “현장체험학습은 학교 교육 여건과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학교에서 설계하고 운영한다"면서 "현장체험학습 지원금은 지침과 같이 학교밖 현장체험학습에 필요한 경비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보조 인력 배치를 위해 노력 중이고 현장체험학습 관련 법안이나 조례 개정시 현장 교사와 전교조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