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비민주…이번엔 “돈 없어 교육 차질”
충북 모 유치원 방학 중 방과후 강사비 하루 8시간→5시간 방학 중 교사 출근 강요, 제대로 된 교육 활동 진행 어려워
유치원 원장의 갑질과 비민주적인 문화를 폭로했던 충북지역 공립 유치원 교사들이 이번에는 예산 부족을 비판하고 있다. 돈이 부족해 원활한 교육을 진행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부 교사들은 현재 유치원에서 진행되는 교육이 자신이 겪은 교직 생활 중 ‘최악’이라는 날 선 비판도 하고 있다.
충북지역 공립 유치원에서 10여 년간 교사로 일하고 있는 A교사는 현재 진행되는 유치원 교육이 자신이 경험한 교육 중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A교사에 따르면, 돈이 없어 예년에 진행했던 교육을 최근에는 최소한으로 줄이는 일이 빈번해졌고 교사들의 업무 과중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인건비 부족이다. 방학 중 이뤄지는 방과후 과정을 책임지고 있는 강사들의 인건비가 부족하다는 것인데, 강사비가 없어 학급을 줄이고 학급당 학생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전했다.
A교사는 “작년에는 방학 중 방과후 강사비가 6시간 금액만 내려왔어요. 원래 8시간 강사비가 지급돼야 해요. 그런데 6시간밖에 주지 않아서 학급 수를 2학급 줄이고 학급당 학생 수를 5~6명 씩 늘렸어요. 그런데 올해는 그나마도 줄여 5시간 예산밖에 책정받지 못했어요”라고 말했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진행되는 유치원 방과후 수업은 교사들이 출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일일 8시간 기준으로 강사를 채용해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올 여름방학에는 하루 5시간의 강사비만 지원됐다는 것이다.
A교사는 “애들이 많아지면 수업의 질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죠. 안전사고도 많이 날 수밖에 없고요”라고 강조했다.
실제 도교육청의 유치원 방학 중 방과후 과정 올해 인건비는 지난해 대비 4만여 시간이 줄었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강사 1인당 인건비로 시간당 1만 2500원 씩 총 31억 5361만 원이었으나 올해는 시간당 1만 5000원 씩 총 31억 9849만 원을 책정했다. 총 예산은 4000여만원 가량 늘었지만 시간은 감소한 것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선생님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최대한 지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인건비 부족 문제는 교사들에게 출근을 강제하는 ‘갑질’로도 이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최근 전교조 충북지부가 실시한 ‘민주적인 유아교육 운영을 위한 긴급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의 72.9%가 ‘방학 중 근무 강요’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방학 중 방과후 과정 운영과 관련된 업무를 교사에게 전적으로 맡긴다’고 답한 교사도 있었다.(사진)
또 다른 문제는 목적 사업비의 감소다.
예를 들어 유치원에서 ‘세대공감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200만 원을 책정했지만, 실제 교육청으로부터 받은 금액은 70만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A교사는 “사업을 신청할 때는 200만 원을 준다고 해서 신청했는데 정작 사업을 하려고 하니 70만 원밖에 못 준다고 하더라고요. 이미 학부모들에게 공지가 나간 상태라서 (교육과정을)바꿀 수도 없고 이 돈으로 뭘 할 수 있을지, 정말 최소한의 프로그램만 해야 할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쩔 수 없을 때는 다른 사업 예산을 써야 하는데 그러면 또 다른 교육에서 차질을 빚고 뭔가 펑크가 날 수밖에 없어요”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충북교육청은 반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도교육청 담당자 B씨에 따르면, 충북 공립유치원 기본 운영경비(본예산)는 2023년 209억 8601만 원이었다가 2024년에는 192억 9612만 원으로 약 17억 원 가량 줄었다. 그러다 2025년에는 214억 1262만 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대비 22억 원이 증가한 것이다. 이 예산에는 강사 인건비, (목적)사업비, 학생 지원금 등이 포함되어 있다.
B씨는 “작년에는 줄었지만 올해는 늘었다. 지난해에도 추경 등을 합하면 올해 수준 정도는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정규직이나 공무직 등 인건비성 경비가 발생하는데 사업비가 그쪽에 치우칠 수가 있으니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