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희의 생각 : 기후위기 본선(The Climate Final Round)
글 : 박완희(더불어민주당) 청주시의원
영국의 시사경제지 <더 이코노미스트>는 2020년 4월, ‘The Preliminary Round(예선)’이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만평을 실어 기후위기의 위협을 강조했다.
만평에서 지구는 코로나19라는 팬데믹과 열심히 싸우고 있지만 이는 예선전일 뿐, 링 밖에는 적어도 2배 이상 체급 차이가 나는 ‘Climate Change(기후변화)’ 선수가 매섭게 노려보고 있다.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과 사투를 벌이고 있던 2021년, 아동 관련 세계 최대 규모의 비정부기구(NGO)인 ‘세이브 더 칠드런’은 벨기에와 스위스 연구팀과 함께 ‘기후위기 속에서 태어나다’라는 보고서를 내놓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 태어난 아이들은 조부모뻘인 1960년생에 비해 평생 폭염을 경험할 확률이 6.8배 이상이라 했다. 홍수와 흉작은 2.8배, 가뭄은 2.6배, 산불은 2배 더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저소득, 분쟁국가 등에 사는 아동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했는데 아프가니스탄의 2020년생은 1960년에 태어난 조부모보다 폭염에 노출될 확률이 18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닐 암스트롱을 태운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1969년 미국의 존 맥코넬(John Mcconell)이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유네스코 회의에서 지구의 소중함을 되새기자는 의미를 담고자 최초 제안하였다.
이듬해인 1970년 4월 22일. 게일로드 넬슨(Gaylord Nelson) 美 상원의원과 대학생이던 데니스 헤이츠(Denis Hayes)의 주도로 미국 전역에서 지구의 날 행사가 펼쳐지면서 공인된 기념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후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이날을 기념해 각종 행사를 개최한다. 유엔이 공식 지정한 ‘세계 환경의 날’과는 달리,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민간 주도의 환경 기념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 특별하다.
우리나라는 1990년 50여 개의 시민·환경·종교 단체들이 ‘하나뿐인 지구, 하나뿐인 국토, 하나뿐인 생명’이라는 주제로 서울 남산 백범광장에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 것이 처음이다. 이후 환경부가 2009년 지구의 날을 포함한 일주일을 ‘기후변화주간’으로 지정·운영하면서 정부가 주도하는 행사로 확대되었다.
‘지구의 날’의 대표적인 행사는 오후 8시부터 10분간 불을 끄는 ‘어스 아워(Earth Hour)’ 캠페인이다. 세계자연기금(WWF)이 시작한 글로벌 환경운동으로 2007년 호주 시드니에서 처음 열렸으며 우리나라도 정부가 주도한 2009년부터 매년 소등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2020년 <더 이코노미스트>의 만평이 나온 지 5년이 지났다. ‘지구의 날’ 기념식도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을 5번이나 훌쩍 넘어섰다. 그만큼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지구를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는 얼마나 나아졌을까? ‘세이브 더 칠드런’이 내놓은 보고서에 전망한 우리 아이들이 받을 기후 재앙의 확률은 조금이나마 줄어들었을까?
바야흐로 ‘기후위기 본선’의 시대다. 본선에 임하는 각오를 다지는 의미로 오늘 진행되는 소등 행사에 모두 참여하자.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가 10분간 암흑으로 뒤덮이게 말이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듯 그 암흑이 역설적으로 지구를 구할 수 있는 희망의 빛으로 다시 빛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