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맞이는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서원고 신우성 교장·권은심 교감이 수년 째 등교맞이를 하는 이유
오래전 학창시절을 떠올려 보면 교장선생님은 범접할 수 없는 분이었다. 운동장 구령대 위에 서 근엄한 얼굴로 학생들을 내려다보며, 길고 긴 훈시를 하던 교장선생님은 말그대로 학교 내 존엄이었다.
언제적 얘기냐 하겠지만 따지고 보면 그리 오래된 이야기도 아니다.
각설하고, 세상은 바뀌었고 학교도 바뀌었다. 학생의 인권이 강조되고, 선생님은 권위를 내려 놓았다.
시대를 불문하고 학생들의 아침은 늘 피곤하다. 밤늦게까지 공부를 했던, 게임을 했던 각자의 사정으로 등굣길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터벅터벅 교문 앞에 다다르는 순간, 밝은 얼굴의 교장선생님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다.
한동안은 어색함 때문에 애써 외면하며 재빨리 지나쳐 교실로 향했다.
하루 이틀, 그렇게 한 학기가 지나고 선생님은 여전히 교문 앞에 계셨다. 정문에는 교장선생님이, 후문에는 교감선생님이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응원의 인사를 건넨다.
나도 이제 제법 익숙해져 눈인사로 답하기도 하고, 되려 안부를 여쭙기도 한다.
서원고 신우성 교장과 권은심 교감에게 일명 등교맞이는 오래된 일상이다.
기자가 취재를 요청하자 손사래를 친다. 신 교장은 "모든 학교에서 다 하고 있는 일"이라며 특별하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맞다. 교장선생님의 권위가 하늘같이 높았을 때는 간혹 권위를 내려놓은 교장선생님의 행동이 기삿거리가 됐다. 이제는 권위의식에 사로잡힌 교장선생님의 시대착오적 행동이 기삿거리가 되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궁금증이 가시지 않는다. 등교맞이가 어떤 의미이길래 교장이 된 후 8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등교맞이를 하는 것일까?
신우성 교장은 '기적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학교폭력·학업중단율 크게 줄어
신 교장은 2016년 교장 공모제를 통해 당시만 해도 청주 외곽의 한 고등학교 교장에 취임했다. 취임과 함께 시작한 일이 등교맞이였다.
학생들과 직접적인 소통 기회가 부족한 교장에게 등교맞이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아이들의 이름을 알아가고, 나아가 고민도 알게 됐다. 무엇보다 시나브로 학생들도 교장선생님을 알아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항상 문이 열려 있어 문턱조차 없는 교장실에 학생들이 먼저 찾아 오기 시작했다. 어떤 학생들은 부모님에게도 털어놓지 않은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다.
신 교장은 "이전 학교 학생들은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한 학생들이 많았다. 그래서 내가 주는 관심이 부담이기 보단 오히려 행복으로 느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신 교장은 "한 눈에 쏙 들어온다"고 표현했다. 어느덧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시야에 들어온 것이다. 학생들도 이를 느꼈고, 그의 말처럼 기적이 일어났다.
신 교장이 4년을 머무르는 동안 학교 폭력은 10분의 1로 줄었고, 흡연율도 절반 이상 줄었다. 13%에 달하던 학업중단율은 3%로 줄었고, 성적도 향상됐다.
신 교장은 그 원동력 중 하나로 등교맞이를 꼽았다. 그가 서원고에 와서도 등교맞이를 계속하는 이유다.
권은심 교감도 같은 생각이다. 신 교장이 이전 학교 교장으로 있을 때 권 교감은 교무부장이었다. 이미 합을 맞춰본 만큼 이심전심이다.
신 교장이 정문을 책임질 때 권 교감은 후문을 책임진다.
학생들에게 연신 고개를 숙여가며 인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학생들에게 건네는 인사말도 권위와는 거리가 멀다. 학생들에게 열심히 '화이팅'을 외치다 인근 아파트 주민으로부터 항의전화까지 받았다. 덕분(?)에 목소리는 작아졌지만 아이들을 대하는 열정은 여전하다.
신우성 교장과 권은심 교감은 등교맞이를 한마디로 인성교육의 시작이라고 정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