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와 무관한 건강상 이유로 한 당연퇴직의 정당성 판단기준

2025-04-17     김민호 노무사

 

김민호 노무사는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과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청주노동인권센터 상담위원과 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장을 맡고 있고요. 『알아두면 힘이 되는 알바수첩』, 『청소년 노동인권수첩』 등 집필활동을 통해 노동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꿈꾸고 있습니다. <김민호 노무사의 노동 시시콜콜>은 직접 상담을 통해 겪은 다양한 주제들을 바탕으로 쓰여집니다. 일하면서 겪는 여러 고충에 대해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편집자주>

Q. 업무와 무관한 건강상 이유로 한 휴직기간 만료를 앞두고 복직신청 및 근로시간단축신청을 했습니다. ‘경도의 장애가 있지만 일상생활 및 경미한 업무(4시간 단축근무, 단순 업무)는 가능하며 계속 호전되고 있다’는 의사소견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당연퇴직을 통보했습니다. 부당해고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A. 당연퇴직도 해고와 마찬가지로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노동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는 사실을 사용자가 증명해야 정당성이 인정됩니다.

당연퇴직이나 해고의 사유가 업무와 무관하게 노동자에게 발생한 건강상 문제인 경우에 정당성 여부는, ➀ 노동자가 신체 장해를 입게 된 경위 및 그 사고가 사용자의 귀책사유 또는 업무상 부상으로 인한 것인지의 여부, ➁ 치료기간, ➂ 치료 종결 후 노동능력상실의 정도, 노동자가 담당하고 있던 업무의 성격과 내용, ➃ 잔존노동능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업무의 존부 및 그 내용, ➄ 사용자가 노동자의 순조로운 직장 복귀를 위하여 담당 업무를 조정하는 등의 배려를 하였는지 여부, ➅ 사용자의 배려에 의하여 새로운 업무를 담당하게 된 노동자의 적응노력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6. 12. 6. 선고 95다45934 판결 등).

다만,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고, 2020년 가족돌봄 등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시행된 이후에는 노동자 보호의 관점에서 사용자에 대해 치료, 회복 및 근무시간 조정이나 전환배치 등의 배려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로 판단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배려의무를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실례로, 뇌수술을 받은 50대 생산직 노동자가 기존 업무 수행을 할 수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생산직에서 갑작스럽게 보직이 변경돼 사무직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해서 정신적 육체적 장해로 업무수행능력이 현저하게 낮다고 볼 수 없어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고(대전고법 2017. 4. 13. 선고 2016누12637 판결[상소 심리불속행 기각 확정]), 수습기간 동안 신부전으로 주 3회 혈액투석을 받으면서 근무한 시내버스 운전기사에 대해 본채용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1.1.14.선고 2020구합50386 판결[항소 기각 확정]).

질의의 경우, 일상생활 및 단순 업무가 가능하다는 의사소견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근무시간 조정이나 전환배치 등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당연퇴직을 통보했다면, 부당해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해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하여 법적 판단을 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