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신짜오 3편 : 공연‧전시가 시작됐다. 그런데 이럴수가?

(기획연재) 충북민예총·베트남푸옌성 2025 문화예술교류 동행기

2025-04-16     김남균 기자
지난 달 31일 베트남 푸예성 뚜이화시에서  열린 한베트남-미술교류전시회 개막식 장면(사진=김남균 기자) 

‘파도를 타고 구름을 넘어 20주년’. 이 문구는 지난 해 베트남 푸옌성 문화관광청이 문화교류를 위해 충북을 찾았을 때 발표된 공식 슬로건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했다고 하는데 20년 동안 변치 않고 진행됐으니, 교류의 깊이는 ‘종가집 묵은 된장 맛’처럼 깊다고 해야 할까?

충북민예총(이사장 김덕근)은 지난 2004년부터 베트남 푸엔성과 문화교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충북민예총은 민간예술단체인데 베트남 푸옌성은 정부조직이다.

올해도 충북민예총과 베트남 푸옌성의 문화예술교류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달 28일부터 4월 2일까지 25명으로 구성된 충북민예총 문화예술교류단이 베트남에 방문해 공연과 전시, 교류행사를 진행했다.

본보는 8박9일 동안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 동행해 ‘종갓집 깊은 된장 맛’처럼 우러나는 우정어린 이야기를 전한다. (편집자 주)

지난 달 31일 베트남 푸옌성 뚜이화시에서 열린 한베트남 미술교류 행사 개막식 장면(사진=김남균 기자)

 

지난 달 31일 베트남 푸옌성 뚜이화시에서 충북민예총 소속 서예위원회, 전통미술위원회 소속 작가의 작품 20여점과 베트남 푸옌성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한베트남 미술교류 행사가 진행됐다. (사진=김남균 기자)
조경애 작가(왼쪽)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사진=김남균 기자)
한베트남 미술전시교류에 참가한 유옥자 작가 (사진=김남균 기자)
캘리그라피  장미란 작가

 

베트남에 도착 해 세 밤을 지내고 난 3월 31일 드디어 문화예술교류의 공식 전시와 행사가 시작됐다.

첫 시작은 ‘한‧베트남 미술교류 전시회’.

충북민예총에선 서예위원회화 전통미술위원회 소속 작가의 작품 20여점을 전시했다. 베트남 미술인들은 풍경화 위주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 교류에서 미술교류전시회가 첫 개막 행사인 만큼 주목도 높았고, 긴장감도 높았다.

오프닝 행사의 첫 시작은 서예가 박수정 작가의 퍼포먼스.

박수정 서예가는 천으로 된 대형 걸개에 붓글씨와 그림, 행위 예술을 통해 의미를 표현했다.

그는 “교류전의 주제중 하나는 ‘세상에서 변하는 것들을 받아들여 나의 방식대로 대응하자’는 것이 였다”며 “그것을 붉은 색의 잎과 꽃으로 표현하고 한글을 쓰는 행위예술로 표현하는 퍼포먼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글을 쓰는 것 자체가 행위 예술이고, 미(美, 아름다움)가 된다는 느낌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무대 위에 오른 박수정 서예가는 곧 바로 사람 키 만한 커다란 붓에 붉은 색 물감에 묻혀 치켜들었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탄성을 쏟아내며 박수를 보냈다.

“불변의 진리. 내 안의 불변의 진리”라는 한글이 쓰여졌다.

 

“사실은 붓이 아니라 호텔에서 쓰던 대걸레였어요”

박수정 서예가가 한베트남 미술교류 전시회 개막시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김남균 기자)
박수정 서예가가 한베트남 미술교류전시회 개막시에서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는 장면(사진=김남균 기자)

 

박수정 서예가에 따르면 베트남에는 동양 전통 붓으로 글씨를 쓰는 서예가는 거의 사라졌다. 한자 문화권이었지만, 프랑스 식민지를 거치며 문자표기를 한자로 하지 않기 때문일 거라는 거다.

다만 캘리그라피 작가들은 폭넓게 존재한다고 한다.

며칠 뒤 박수정 서예가는 뒷 얘기를 고백(?)했다. 미술교류전 오프닝 행사 때 사용한 것은 붓이 아니라 호텔에서 사용하는 대걸레였다는 것.

박 작가는 “대형 걸개 천을 베트남에서 제공했는데, 사전에 논의한 것 보다 크고, 천이 두꺼워 한국에서 가져간 붓으론 물감이 스며들지 않았다”며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이어 “붓을 구하려 했지만 대형 붓은 커녕 붓도 구하기 힘들었다”며 “전시회 바로 전날, 호텔에서 우연히 대걸레를 봤다. 아! ‘이거다 싶었다’며 호텔 측에 이야기하고 대걸레를 빌렸다”고 말했다.

또 붉은 색 물감이 담긴 통도 사실 호텔에서 얼음을 담아 제공하던 얼음통이였다고 밝혔다.

 

베트남 국내선 비행기에  갇혔다! 무슨 일이 벌어졌나?

3월 29일 베트남 호치민시 전쟁증적기념관 방문을 마친 충북민예총 문화예술교류단은 목적지인 푸옌성으로 이동하기 위해 공항으로 이동했다.

예정된 시각에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탑승했지만, 비행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10분, 20분, 30분이 지나도록 출발하려는 기미가 없다.

30분이 지날 즈음, 갑자기 승무원들이 기내 수화물칸 박스를 모두 열고 주인을 일일이 확인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혹시 기내 수화물에 폭발물이 반입됐다는 첩보라도 있는 걸까?

승무원들은 설명하지 않았고, 베트남 승객들도 묻지를 않는다.

나중에 대략 파악한 것은 한 백인 남성이 또 다른 백인 탑승객과 시비가 붙었고 이 과정에서 출발 시각이 한 시간 넘게 지연됐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본 것은 비행기가 목적지에 도착해 모든 탑승객이 떠나는 동안, 한 백인남성이 승무원에 둘러 쌓여 내리지 못했다는 것과 인근에 베트남 공안 차량이 대기해 있는 모습이었다.

 

여기도 이상기후?…덥디 더운 베트남에서도 한 여름인데

서예와 전통미술위원회로 구성된 시각예술팀이 전시를 시작한 가운데, 공연팀은 4월 1일 예정된 베트남푸옌성해방50주년 기념행사 준비에 들어갔다.

북베트남이 남베트남을 상대로 통일을 이룬 지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다.

이 행사는 베트남 정부가 진행하는 공식행사로, 년중 가장 큰 행사다.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무대가 가로 70m, 세로 50m, 높이 30m에 달하는 초대형 무대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큰 무대는 쉽게 보기 힘들다.

예상 참석인원은 3만여 명. 멀리서 볼 수 있도록 초대형LED전광판도 설치됐다.

베트남 정부가 진행하는 국가적인 공식행사에 오르는 공연예술팀(산오락회, 예술공장 두레, 음악분과)은 그 어느 때 보다 긴장했다.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그 긴장감이 공기를 타고 전해진다.

아마도 자신들의 공연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의 우애와 우정을 증진시킨다는 사명감이 어깨를 짓눌렀을 것이다.

3월 30일 오전부터 숙소 인근에 있는 푸옌성 싸오비엔예술단 연습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에 들어갔다.

이들의 공연에는 태극기와 베트남국기를 가지고 깃발춤을 추는 장면이 포함됐다. 연습 도중 베트남 푸옌성 관계자들이 충북민예총 공연단에 새 베트남국기를 제공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무대에서 베트남 국기를 더 많이 들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들 나름대로 자신들의 국기에 대한 자긍심 이리라.

31일부터는 싸오비엔 실내연습장이 아니라, 행사가 진행될 초대형 야외 무대에서 연습이 시작됐다.

그런데 하루 전인 30일부터 날씨가 이상했다.

우기와 건기로 나뉘는 이곳 베트남에서 분명 지금은 건기라는데 비가 내렸다. 이 뿐만이 아니라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강풍이 불었다.

호치민에선 1분만 걸어도 땀이 범벅이 됐는데, 푸옌성은 그렇지 않았다. 이곳 사람들도 “이런 날씨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최저기온 24도, 최고기온 25도 였다. 하루 일교차가 1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베트남 사람들은 털옷과 같은 겨울 옷을 입고 있었다. 신기하긴 했다. 이 따뜻한 나라 베트남 사람들도 털옷을 가지고 있구나 싶었다.

무대에서 넘어지고, 날아 갈 지라도

예술공장 두레 소속 예술인들이  베트남 싸오비엔 예술단 실내연습장에서 공연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김남균 기자)
예술 공장 두레의 공연 준비 모습(사진=김남균 기자)
푸옌성 해방 50주년 기념행사장 무대 전경 (사진=김남균 기자)

 

푸옌성 해방 50주년 기념 행사가 열리는 야외행사장은 바다가 인근에 위치했다.

비바람은 더 거셌다. 여기에다 큰 깃발을 들고 춤을 추어야 했다.

바닥은 미끄러웠다. 연습 도중 넘어지는 단원이 속출했다. 바람의 에너지를 듬뿍 받은 깃발은 들고 있기도 버거웠다.

3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오전 8시부터 시작된 공연단의 하루는 그렇게 갔다.

몸은 고됐지만 국가를 대표해 태극기와 베트남 국기를 들고 무대에서 양국의 우애를 다진다는 마음이 더 컸다.

어서 빨리, 내일이 오라! 그날 그들은 그렇게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