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이 대체인력을 요구하는 이유
노동자 123명 당 1명 꼴…2023년 대체인력 투입 건수는 4.2% 사고는 갑자기 발생하는데, 휴가 쓰려면 2주 전에 신청하라고? 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 기자회견 열고 제도·인원 개선 촉구 충북교육청, ‘인사팀 VS 급식팀’…아직 담당부서 조차 결정 안돼
충북지역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이 충북교육청에 대체 전담 인력을 현재보다 늘려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대체 전담 인력은 급식실 노동자가 질병 등의 이유로 휴가를 사용할 경우 인력을 보충하는 제도로, 현재 충북에는 17명이 있다. 이 제도는 2013년 강원교육청이 처음 실시했으며 충북교육청은 지난 2021년 7월 2년간의 시범운영(대체 전담 인력 5명)을 거친 후 2023년 9월 확대 실시했다.
그러나 급식실 노동자들은 이 17명이 현실적으로 턱없이 적은 숫자로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충북지역 학교의 급식노동자들은 2103명이다. 123명이 1명의 대체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과밀학교가 많은 청주의 경우는 140명 당 1명 꼴이다.
특히 노동자들에게 대체인력이 필요한 경우는 갑작스러운 사고일 경우가 많음에도 노동자들이 대체인력을 사용하기 위해선 2주 전에 배정을 요청해야 하고, 일주일 전에 승인을 받아야 하는 시스템으로 현장에선 사실상 사용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갑작스런 사고 등 급식실 특성상 대체인력은 긴급하게 발생하는데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사용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
그렇다 보니 충북의 조리사·조리실무사 2103명이 일 년 동안 사용하는 휴가 2만 4000여 건 중 대체인력이 투입된 횟수는 1000여 건(4.2%)에 불과하다.
앞서 2021년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의 89%는 아파도 출근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이 중 84%가 그 이유에 대해 ‘동료에게 피해가 갈까 봐’ 또는 ‘대신 일할 사람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부모님 돌아가셔도 대체인력 내가 구해야 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체 전담 인력을 확대하고 노동자들의 휴식권과 안정적인 학교 급식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충북에서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는 대체 전담 인력은 급식 조리 노동자 17명뿐이다. 조리사, 조리실무사는 연간 2만 4000여 건의 휴가를 사용하며 그 중 대다수가 병가임에도 대체인력이 투입된 횟수는 1000여 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 급식실은 업무 공백 허용이 불가능하고, 내가 쉬게 되면 그 피해가 동료와 아이들에게 전가되는 구조다. 오늘도 별 탈 없이 나온 듯한 밥이 사실은 누군가의 골병든 노동으로 지어진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북지부 김미경 지부장은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임종을 보러 채비를 하는 것 보다, 밤새 고열로 시달리다 실신 직전인데도 병원에 가는 것 보다 먼저 조리 카톡방에 대체인력 구인 안내를 내 손으로 올려야 하는 이 상황이 왜 아직도 개선되지 않는지 질문하고 싶다”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충북지역 A고등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하는 B씨는 “급식노동자들이 여기저기 아는 곳에 부탁해도 대체 구하기가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쉴 수나 있겠나?”라며 “우리에게 휴식권은 사치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는 2주 전에 배정을 요청하고 1주 전에 승인을 받는 방식을 개선하고 조리실무사 뿐 아니라 조리사, 초등돌봄전담사, 특수교육실무사, 환경실무사도 대체 인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한편 이와 관련 충북교육청 인사과의 C씨는 “현재 대체 전담 인력 업무를 인사팀에서 할지 급식팀에서 할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논의와 결정이 된 후에 향후 계획을 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