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책임자가 없다. 마냥 미뤄지는 보상에 주저 앉은 농민

오송참사 수해피해 130가구, 피해액 100억원 넘어 대책위, 12월 금호건설과 행복청 상대 분쟁조정 신청했지만 감감무소식 민사소송은 시작도 못한 채 발 동동 1년 8개월 지나갔지만 피해보상 하세월 속 농민고통 가중 7억피해 김남재 농민, 1억 대출 받아 버티며 ‘눈물 농사’ 장창기 대책위원장 “금호건설, 행복청 코빼기도 안 보여” 분통

2025-03-18     김남균 기자
2023년 7월 16일 무너진 미호강교 제방을 넘은 물길이 충북 청주시 오송을 일대 농지와 농가를 덮쳤다. 사진은 당시 물에 잠겼던 샤인머스켓 재배 비닐하우스 내부모습이다. (사진=김남균 기자)

 

2023년 7월 15일 금호건설이 불법으로 해체한 장마를 앞두고 대충 메꿔놓은 충북 청주시 미호강교 제방이 무너졌다. 금호건설이 쌓은 임시 제방은 모래흙으로 대충 흉내만 냈는데, 그것 조차 기본제방보다 1.5m 이상 낮았다.

무너지 제방사이로 성난 물길이 궁평2지하차도를 덮쳤고, 14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물길은 지하차도만 덮치지 않았다. 청주시 오송읍 일대 농가와 농지도 덮쳤다.

오송수해참사피해주민보상대책위원회(위원장 장창규, 이하 대책위)에 따르면 130여 가구가 피해를 입었다. 손해사정사를 통해 확인한 피해금액은 총 100억원이 넘는다.

2023년 7월 15일 청주시 오송읍 서평리 일원에서 다년종 작물 마와 포도(샤인머스켓), 복숭아 농사를 짓는 농민 김남재(61)씨의 삶도 무너졌다.

그가 농사를 짓고 있는 하우스는 물에 잠겼고, 떠내려온 냉장고가 지방위로 올라갔다.

3년동안 애지 중지 키운 1만여평의 다년생 마밭은 물에 잠겼다. 물이 빠지자 진흙을 뒤짚어 쓴 마는 몇일 만에 누렇게 타 죽었다.

샤인머스켓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도 마찬가지다. 설상가상으로 인근 주택에서 흘러나온 석유기름까지 밭을 덮쳐 기름 냄새를 뿜어냈다.

손해사정사를 통해 추정한 피해금액만 7억원이 넘었다. 다년생 작물이라 특히 피해가 더 컸다. 피해를 입은 농지만 4만평에 이른다.

평생 농사꾼으로 살아온 김 씨는 수해 피해를 입고도 울지도 못했다. 살기 위해선 농사를 지어야 했다. 죽은 작물을 뽑고, 새로 하우스를 지었다.

이 과정에서 추가로 1억원을 대출 받았다. 오로지 살기 위해서 였다.

 

1년 8개월이 지났지만 기약 없는 피해보상

2023년 7월 김성호(왼쪽 앞) 행안부 안전차관도이  청주시 오송읍 김남재 (오른쪽)씨의 밭이 있는 마을회관을 찾아 피해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1년 8개월이 지난 현재 피해보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진=김남균 기자)

 

2023년 7월 15일 발생한 청주 미호강교 제방붕괴로 인해 침수된 오송읍 일대 비닐하우스 모습. 비닐하우스 위로 냉장고가 올라가 있다. (사진=김남균 기자)
물에 잠겼던 복숭아 나무에 달린 복숭아가 타들어 가고 있다. (사진-김남균 기자)

 

김 씨는 기존에 해오던 다년생 작물 재배 대신 당장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감자와 대파 등을 심었다.

기존에 있던 대출금 3억여원과 신규로 대출받은 4억원의 이자라도 내야 했기 때문이다.

수해를 입은 다음 해 늦둥이 아들이 대학에 들어갔다. 경제적 고통은 더 심해졌다.

지난 해 12월 대책위와 130여 주민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쟁조정위원회)에 금호건설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을 상대로 100억여원을 보상해달라며 조정을 신청했다. 대책위는 2023년 8월에 결성됐는데 손해사정사를 통해 피해금액을 정리하는데 1년이 넘게 걸렸다.

힘들게 분쟁조정위원회에 신청서를 접수했지만 4달이 지나도록 농민들이 기대하는 소식은 들여오지 않는다.

오히려 안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2월 말경 분쟁조정위원회는 수해원인으로 지목된 부실한 임시제방의 책임주체를 가려 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의 형사재판이 마무리되지 않아 기관별 보상금 지급비율을 산정하기 어렵다며 조정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방붕괴 관련 대책위원회의 입장은 명확한다. 제방을 불법으로 해체하고, 부실하게 만든 금호건설과 공사를 발주한 행복청이 보상책임의 주체라는 것이다.

장창규 위원장은 “형사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하는데 “우리는 제방이 터지면서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일 뿐이다”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제방이 왜 무너졌냐?”라며 “금호건설이 불법으로 제방을 허물었다가 장마를 앞두고 기존 제방보다 1.5m나 낮게, 그것도 허술하게 대충 만들어서 발생한 사고”라고 강조했다.

그는 행복청과 금호건설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장 위원장은 “사고 이후 피해농가에 대한 사과나 보상 관련해 행복청이나 금호건설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며 “연락 한번 온 적이 없다. 코빼기 조차 내보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금호건설과 행복청이 먼져 책임져야 한다”면서 “조만간 분쟁조정위원회에 찾아가 항의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