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당산벙커 개방에 쫓겨 충무시설은 졸속추진

충북연구원 지하에 임시로 마련한 충무시설 연구원 반발, 훈령에 위반되는데도 강행? 도의회 “역점사업 추진에 졸속·무계획 행정”

2025-03-17     이종은 기자

 

지난해 당산 벙커가 공개됐을 당시 내부 모습. (사진=충북개발공사) 

 

충북도가 충북연구원 지하주차장 내 충무시설 이전계획을 밝히면서 연구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2023년 ‘문화의 바다’ 사업의 일환으로 50년간 사용돼 온 당산 벙커의 문화 시설 변경이 추진됐다. 같은 해 충북도와 충북연구원은 연구원 내 지하주차장 일부 부지(430㎡ 가량)를 활용해 충무시설을 임시 이전하기로 협의했다.

지난해 돌연 충북도가 연구원 내 임시 시설을 보강하여 영구시설로 활용하겠다고 방침을 바꾸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더해 연구원 건물이 행정안전부 훈령 ‘정부기관 비상대피시설 설치에 관한 규정’에 따른 충무시설 기준에 부적합하다는 행안부의 자문에도 충북도가 이를 강행하면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열린 충북도의회 건설환경소방위원회 제424회 임시회에서는 충무시설 이전 논란에 관해 "충북도의 무계획·졸속 행정이 현장에 혼선을 낳고 있다"며 의원들의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변종오 의원은 “충무시설은 전시나 비상사태에 대비해 설치기준에 부합하는 시설로 구축되어야 하는데, 현재 시설은 면적이나 화생방 방호 시설 등 기준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의 충무시설 확대 운영 기본계획수립 연구용역 예산에 관해 “규정에 적합하지 않은 건물을 연구용역 비용을 들여 설치하겠다는 것이 맞느냐”고 따져 물었다.

황영호 의원은 “당산 벙커를 충분한 검토 없이 문화시설로 급박하게 변경·추진한 것이 문제”라고 강조하며 “충북도가 졸속·무계획 행정으로 인한 혼선을 초래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황 의원은 “이러한 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업 초기 단계부터 충분한 검토를 거친 후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충북연구원과의 갈등에 관해서 “충북연구원은 독립된 기관으로서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 충북도는 연구원을 하부기관으로 취급하며 일방적 통보를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하며 “충북도는 실무자 간의 구두상 협의가 아닌 책임질 수 있는 대표자와의 정식 합의를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17일 충북도의회 건설환경소방위원회 제424회 임시회 모습. (사진=충북도의회)

 

"임시라더니, 갑자기 주차장 비워달라"

충북연구원 청사현안대응추진단은 “임시 시설로 운영하겠다던 당초 협의와 달리 충북도가 부적합한 연구원 구조물에 충무시설 설치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충북도는 제2청사와 후생관 뒤 주차타워 등 충무시설을 마련할 수 있는 시설을 신축 중임에도 훈령에 위반되는 충북연구원을 고집하고 있다”며 “연구원 전원의 반대 서명을 전달하고, 반대 입장을 전달하고 있지만 충북도는 말을 바꾸며 혼란을 키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충북연구원 청사현안대응추진단 배영순 단장은 “타 지자체에서도 충무시설 보강 이전을 시도했으나, 8기관이 신축 이전으로 계획을 변경했다”며 “행안부는 화생방, EMP 방호 시설의 경우 보강을 통해 마련하기 어려우며 청사 신축 계획이 마련된 경우 신축 설치를 권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행정 편의를 위해 충북연구원을 강행할 것이 아닌, 원점에서 검토를 해야한다”며 “규정을 준수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고려해 충북연구원과 협의해 진행한다면, 얼마든 협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