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역 고교 6곳, ‘자공고2.0’ 왜 신청했나 봤더니…
"지자체가 교육발전특구 신청해 어쩔 수 없었다" 대다수 학교, “줄어든 학교 예산 메꾸기 위해서” 자율성 많다지만 교육과정 크게 달라진 것 없어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공교육 혁신과 지방 소멸 방지 등을 위해 ‘자율형 공립고등학교 2.0(자공고2.0)’을 운영하고 있다. 자공고2.0은 교육발전특구 사업의 하나다.
교육부에 따르면, 자공고 2.0은 ‘학교가 지자체·대학·기업 등 지역의 다양한 주체와 협약을 체결해 교육과정을 혁신하는 학교’를 말한다. 즉 ‘협약기관이 보유한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인문·사회·과학·인공지능과 같은 특성화된 프로그램 및 학생·학부모가 원하는 진로체험, 기초학력 지원, 심화과정 운영 등 공교육의 변화를 선도한다’는 것이다.
예산도 많다. 각 학교는 5년간 매년 3억 원(교육부, 시도교육청, 지자체 각 1억 원)의 예산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자공고 2,0을 바라보는 교육계의 시각은 곱지 않다. ‘자공고와 일반고를 구분하는 것이 어렵다’,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이야기부터 ‘결국은 대입 실적을 끌어올리라는 얘기 아니냐’는 비판까지 많은 논란이 제기된다.
이러한 가운데 충북에서도 현재 6개 학교가 자율형 공립고 2.0 간판을 내걸고 있다. △제천제일고 △청원고 △청주고 △충주고 △괴산고 △음성고 등이다. 6개 학교 중에는 이미 지난해 3월부터 자공고2.0을 진행한 학교도 있고, 9월부터 진행한 학교도 있다.
그렇다면 이들 학교들은 정말 교육부와 충북교육청이 내세웠던 목적, 공교육 혁신과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자공고로 변신을 시도한 걸까? 입시실적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학교들은 어떤 이유로 자공고2.0 사업에 신청한 걸까?
취재 결과, 6개 학교 중 대다수 학교가 자공고 2.0사업을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줄어든 학교 예산을 메꾸기 위해서’라고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신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지자체에서 먼저 교육특구로 신청을 했고, 안 할 수가 없었죠. 그리고 더 중요한 이유는 사실 지금 학교들이 돈이 없어요. 예산이 많이 줄었거든요. 그래서 이왕이면 돈 받아서 아이들을 위해서 쓰자는 생각이 있었구요.”
“전체적으로 교육예산이 많이 삭감되었어요. 자공고2.0 사업으로 좀 더 여유롭게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죠.”
“신청할 당시 교육청에서 배부해주는 예산이 많이 줄어들 거라는 말을 들었어요. 아이들 프로그램을 지속해야 하는데 학교 입장에서는 예산이 줄면 할 수가 없잖아요. 학교는 뭐라도 해서 기존 프로그램을 지속시켜야 하니까요.”
기존 교육과정과 별반 차이 없어
교육부는 자공고 2.0의 특장점이 특목고 자사고 수준의 교육과정 자율성을 부여해 협약기관과 연계한 학교별 과목 신설, 운영도 허용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한 무학년제 조기입학 조기졸업 등도 가능하고 지역 전문가 혹은 대학 교원과 협력 수업도 허용한다. 교육과정 자율화 범위를 확대 요청하면 추가 자율권도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충북지역 자공고2.0학교의 교육과정은 그 전과 크게 달라진 점을 확인할 수 없었다.
대다수의 학교가 기존의 프로그램을 동일하게 운영한다고 밝혔고, 일부 학교는 대학과의 연계,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사업을 고교학점제 교과목으로 정해 공동교육과정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희 학교는 기존에 하던 활동들이랑 크게 달라지는 건 없고요. 다만 큰 액수를 지원받다 보니까 교육활동을 좀 더 확장해서 할 수는 있죠,”
“저희는 애초에 교육과정 자체가 학생 선택형으로 이미 다 되어 있었어요. 사실은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없고요. 다만 대학 협약형으로 있기 때문에 대학교들하고 관련 프로그램이나 교육 과정을 같이 운영을 한다 그 정도입니다.”
한편 충북의 자공고 2.0에 선정된 일부 학교 교사들은 입시실적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학생들을 위한 교육에 더욱 전념할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