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기후명절! 조화(調和)로운 생화(生花)

2025-01-22     박완희 청주시의원
청주시 목련공원 전경. 플라스틱 조화는 실용적이고 관리가 쉬운 장점이 있지만, 합성 섬유와 중금속이 함유된 철심으로 만들어져 분해되지 않는다. 재활용도 거의 불가능하다. (사진 = 충북인뉴스DB)

 

명절이라는 말의 유래는 조선 헌종 때 문인인 정학유가 쓴 「농가월령가」의 한 소절 ‘북어 쾌 젓조기로 추석 명일 쉬어보세’에서 ‘명일’이라는 말이 ‘명절’로 변화한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추석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 명절인 ‘설’이 눈앞이다. 명절은 언제나 즐겁고 반갑다. 각자 생계를 위해 고향을 떠나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고향에 모인다. 소꿉친구들도 만날 수 있다. 차례를 지내고 어른들에게 세배한다. 서로 덕담도 주고받고 조상 무덤을 찾아 성묘한다. 윷놀이, 연날리기와 같은 민속놀이를 하기도 한다. 2023년에는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명절도 예전과 같은 분위기가 아니다. 앞서 열거한 설에 하는 주요 행사들은 축소되거나 생략된다. 하지만 그대로인 게 하나 있다. 바로 성묘다.

청주의 공원묘지는 월오동에 위치한 ‘목련공원’과 가덕면에 위치한 ‘성요셉공원’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매해 설과 추석이 되면 각각의 공원묘지는 성묘객으로 북적인다. 아무리 시대가 변한다 해도 세상을 떠난 부모와 친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그대로인 듯 하다.

이중 천주교 신자 묘역인 ‘성요셉공원’은 지난해 추석부터 뜻깊은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다. ‘플라스틱 조화’의 퇴출이다.

플라스틱 조화는 실용적이고 관리가 쉬운 장점이 있지만, 합성 섬유와 중금속이 함유된 철심으로 만들어져 분해되지 않는다. 재활용도 거의 불가능하다. 하는 수 없이 매립이나 소각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 미세플라스틱이 배출되고 잔류성오염물질이 발생한다.

‘잔류성오염물질’은 독성과 잔류성, 생물농축성 그리고 장거리 이동성과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어 사람과 생태계를 위태롭게 하는 물질을 말한다. 이를 관리하기 위해 2008년부터 「잔류성오염물질 관리법」이라는 법률을 제정해 따로 관리할 정도이다.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에 따르면 플라스틱 조화의 99%를 중국에서 수입해 쓴다고 하니 환경에도 좋지 않은데 굳이 수입해서 쓸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이에 2022년 경남 김해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공원묘지에 조화 반입을 금지했다. 이후 많은 지방정부가 동참하고 있는데 올해 부산광역시는 부산영락공원과 부산추모공원에서 광주광역시는 광주영락공원과 망월묘지공원에 플라스틱 조화의 반입이 금지된다.

반면 목련공원은 이러한 친환경적 흐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플라스틱 조화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지 않다. 청주시 산하 청주시시설관리공단에서 관리하고 있는 만큼 청주시 관련부서의 적극적이고 신속한 검토가 필요하다.

천연의 알록달록함을 뽐내는 생화가 뿜어내는 향기로 공원묘지가 그득하다면 어떨까? 햇빛에 색이 바래 퇴색되는 조화보다 마치 우리의 삶과 죽음처럼 자연스럽게 시들어 흙으로 돌아가는 생화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공원묘지가 갖고 있는 정서적 의미와도 맞닿아있다.

헌화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할 때이다.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이에게 플라스틱 조화는 어울리지 않는다. 돌아가신 후에도 쓰레기에서 자유롭지 않게 해 드린 것과 같다.

다가오는 설 명절에는 헌화의 진정한 의미와 친환경적 흐름에도 조화(調和)로운 생화(生花)를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아름 준비한 생화를 품고 사랑하는 이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유난히 향기롭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