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유가족 법정서 ‘박순관 엄중 처벌’ 눈물로 호소
8일 수원지법서 2차 공판 진행…유가족 그동안의 심경 밝혀 오는 13일 3차 공판 열려…앞으로 주 1회 재판 진행될 예정
“25살 먹고 덩치는 크지만, 아직도 애였어요. 이제와서 엄마 엄마 하면서 애교부리고 귀여움 받을려고 했는데 이런 애를 왜 엄마라는 내가 지키지 못했나 자책도 많이 하고 있어요. 회사라치고 건물 자체부터 불법 건축이고 안전교육 한번 없이 위험한 일하는 줄도 모르고 이주노동자라 차별당하면서 일했었고 정직원도 모르는 출입구를 불법파견으로 가서 일했던 애는 더구나 몰랐을거구요. 이렇게 문제 많은 회사서 일하는 것 막지 못한 저 자신을 가슴 터져라 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 故 엄정정 어머니 이순희.
“사과 대신 우리를 맞아주는 것은 박순관 측 노무사, 변호사의 중대재해는 절대로 될 수 없으니 돈 몇 푼 더 줄테니 합의하라는 말과 에스코넥 직원들의 비웃음뿐이었습니다. 근데 6일날 박순관이 법관 앞에서 우리에서 사과하겠다고 하니 피가 거꾸로 치솟는 것 같습니다. 인간으로서 어떻게 앞뒤가 다르게 행동할 수 있겠습니까. 아직까지도 자기 잘못을 승인하지 않는 박순관 사과를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 故 최은화 남편 박창선.
“사람은 누구나 죽습니다. 판사님도, 변호사님도, 저도, 아이들도 언젠간 다 죽는다는 것을 압니다. 우리는 죽을 것을 알지만 매일매일 자신의 존엄과 명예, 자신의 가치를 위해 애쓰며 살아갑니다. 그 속에서 기쁨과 보람, 행복을 느낍니다. 저는 지난 6개월간 남편의 살아생전 존엄과 명예, 과학자 김병철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싶었습니다. 이를 전혀 모르는 박순관 대표 박중언 본부장에 분노합니다. 인간으로서의 예의를 모르는 박순관 부자를 법에 맞게 엄중 처벌해 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 故 김병철 부인 최현주.
“남들은 하나만 잃었지만 난 박복한 아들과 며느리를 잃어버렸습니다. 세상에 이런 기막힌 일이 있답니까? 몇 명 되지 않는 친구들이 송년회에 오라고 하면서 이제는 시간도 그만큼 지났으니 빨리 잊어버리고 건강을 챙기라고 호의로 권유하지만 그런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을 칼로 저미는 것 같고 정신은 몽롱해지고 나 자신도 모르게 온몸이 떨려옴을 저지할 수가 없습니다.” - 故 이준봉 아버지 이병렬.
지난 6월 24일 발생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법정에서 판사에게 그동안의 심경을 밝히며 박순관 부자의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고권홍)는 8일 오후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 8명의 유가족들은 가족을 잃은 심경과 지난 6개월 동안 유가족협의회와 대책위 활동을 하며 느낀 점, 재판정에 요구사항을 눈물로 호소했다.
故 엄정정 씨 어머니 이순희 씨는 “지금도 꿈만 같고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눈물 없는 하루를 보낸 적이 없다”고 애끓는 심경을 밝혔다.
이어 “사랑한단 말 한마디, 고맙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해줬다”며 “엄마라는 내가 왜 지켜주지 못했나 자책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故 최은화 씨 남편 박창선 씨는 “그동안 박순관 박중언으로부터 진정한 사과 한마디 들어보지도 못했다. 그런데 6일 박순관이 법관 앞에서 우리에서 사과하겠다고 하니 피가 거꾸로 치솟는 것 같다”고 분노했다.
아리셀 연구소장이었던 故 김병철 씨 부인 최현주 씨는 “남편은 아리셀에서 배터리의 위험성을 가장 잘 알았던 사람으로 참사 당시 가장 먼저 도망쳐 살 수 있었던 사람이었지만 고립된 노동자들을 위해 철문을 뜯어내려다 가장 맨 앞에서 죽었다”며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본부장을 대신해 죽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들과 며느리를 동시에 잃은 이병렬 씨는 “우리는 반드시 철저한 진상 규명을 하고 안전한 일터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앞으로도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방청석의 참가자들은 눈물과 한숨을 지으며 분노했다.
유가족 발언 이후 검사 측에서는 참사 (직)전 아리셀 내 CCTV에 찍힌 영상을 공개하며, 아리셀의 불법 사항을 지적했다.
검사들은 △노동자들이 아리셀 생산 현장서 발열검사를 생략하는 모습 △24일 폭발한 전지가 22일 화재를 일으킨 전지와 동일한 제품이라는 것 △안전교육이 진행되지 않은 점 △참사 당시 생산 현장 내 설치된 가벽으로 탈출하지 못하고 고립돼 사망할 수밖에 없었던 모습 등을 공개했다.
또한 오는 3월 24일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본부장의 구속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앞으로 주 2회 재판을 진행, 구속기간 만료 전 선고가 이뤄질 수 있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박순관 대표 측 변호인들은 주 2회 재판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2주 1회 재판을 요구했다. 이에 판사는 주 1회 재판 진행으로 중재했다.
한편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대책위는 이날 공판 직전 기자회견을 열고, “박순관은 참사 발생 이후 단 한 번도 가족들 앞에서 진심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고, 가족들의 집단 교섭 요구는 거부하면서 개별적으로 처벌불원서 작성을 전제로 한 개별 합의를 회유해 왔다”며 “오로지 경영책임자가 아니라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처벌에서 빠져나가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민사회단체 및 대책위는 앞으로도 계속 재판을 주시할 것이며 사법부의 엄중 판단을 요청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