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 서브원 화물노동자, "운송료 40만원 삭감, 싫으면 나가라?"

노조, "운송사 일방적ㆍ노조탄압 노예계약 제시" 사측 "기존 계약 적자 불가피, 사업자간 계약 책임없다" 공정거래법 위반 등 "부당한 조항 다수" 의견도

2024-12-24     이종은 기자

 

오창읍에 위치한 서브원 오창메가허브 앞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이종은 기자)
화물연대 충북본부가 서브원 앞에서 피켓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서브원 오창메가허브센터의 위탁 운영 업체가 바뀌면서 화물 기사와의 '노예계약'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서브원 오창메가허브센터의 운영을 맡아온 CJ대한통운-아이디의 계약이 올해 말일자로 만료되면서, 입찰을 통해 신규 업체로 들어선 LX판토스(물류업체)-대명물류(운송사)가 기존 화물기사들과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운송사인 대명물류는 계약서상으로 올해 대비 12%가량인 40만원이 삭감된 운송료(1톤 트럭 기준 320만원)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해 배송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급여 3개월분의 위약금(계약서상 운송료 기준 1000만원가량)을 지불할 것 △단체행동으로 인한 손해 배상 책임을 질 것 등의 조항을 포함시켜 논란이 됐다.

이에 노조는 노조 탄압 조항과 공짜노동을 강요하는 ‘노예 계약’이라고 규탄했다.

화물연대노조 충북지역본부 서브원분회(이하 서브원노조)는 “신규 업체인 LX판토스와 대명물류는 일방적 임금 삭감과 노예계약서를 요구하면서 계약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면 나가라는 식”이라며 규탄했다.

이어 “사측은 운송료 삭감 외에도 각종 수당과 안전장비 미지급, 위험물 교육 등 자부담 지원을 없애겠다고 밝혀 체감되는 삭감액은 더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브원노조는 지난 12월 9일부터 서브원 오창메가허브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금재성 분회장은 업체들이 성실하게 교섭에 임할 것을 촉구했다.

과중한 업무를 보조하는 각종 수당이 삭감되고 안전에 대한 책임은 모두 화물 노동자에게 있는 ‘불공정한 계약’이지만, 화물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로서 운송사와 계약을 맺어 노무를 제공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금재성 화물연대 서브원분회장은 “7년째 일을 해왔는데 업체가 바뀌었다고 이 자리에서 쫓겨 나야 하는 것이냐”며 “대명물류는 본인들이 제시한 금액을 ‘시장가’라며 기존의 계약사항을 무시한 채 교섭에 성실히 응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금 분회장은 “손쉽게 운송료를 삭감하고, 일을 늘리려고 하는데 아무 말 없이 수용해야 하는 것이냐”며 “강도나 다름없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영수 화물연대 충북본부 전략조직국장은 "화물노동자들은 차량 구매부터 관리, 보험료 등 부대비용을 다 부담해야 한다"며 "320만원 수송료를 받으면 고작 최저임금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지자체가 물류 업체 선정 시 입찰로 인한 폐해를 개선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업체가 저가 입찰로 인한 손해를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외부 업체가 지역에서 10년 이상 일해온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상황”이라며 “충북도와 시청은 기업 유치에만 혈안일 것이 아닌 지역 경제 활성화와 노동자 상생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예 계약' 논란 문제 소지 없나?

사측은 화물차주들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며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해당 계약서가 공정거래법과 약관법 등 위반 사항을 고려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법무법인 여는의 황규수 변호사는 "계약서상 화물 차주의 의무만을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등 사측에 유리하고, 화물 차주에게 부당한 내용을 상당수 포함하고 있다"며 "공정거래법에 따른 노무제공자에 대한 거래상 지위 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황규수 변호사는 “사업자 간 계약의 형태를 띄지만, 을의 사업과 권리를 제약하고 있는 조항이 많다”며 “사고나 문제 상황에서 을이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내용에 더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회사의 책임이나 의무는 전혀 묻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물노동자도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는 경우 적법한 절차를 통해 단체 행동을 할 수 있음에도 무조건 손배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이들의 노동조합 활동을 억압하려는 의도로 보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논란에 운송사인 대명물류는 “원청인 서브원과 LX판토스가 신규 입찰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기존 업체 계약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대명물류 최원기 대표는 “화물차주와는 개인사업자로서 계약을 맺는 것이지 승계에 대한 법적 의무도 없다”며 “업계 관행상 업체들이 기존 화물 기사들에게 지급되는 운송료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입찰된 금액 내에서 운영이 가능한 수준의 운송료를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과도한 배송 위약금에 관해 “말없이 안 나오지 말고 인수인계를 해달라는 의도”라며 “무단으로 배송에 나오지 않았을 때 급여에서 용차비(대체 인력)를 대체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 충북본부는 "화물노동자의 안전한 노동 환경과 생존권 보장을 위해 대명물류와 LX판토스는 성실하게 교섭에 임할 것"을 촉구하며 오는 27일 서브원 오창메가허브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