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계엄발표, 충북인뉴스는 한 밤중에 사무실로 모였다
계엄령 발표 후 20일 동안 계엄령‧탄핵 관련 뉴스 50건 보도 ‘강원도 접경지 장병 유서 작성후 출동’, ‘삼청동 안가’ 관련 단독보도도
狂 (미칠 광) : 犭(개사슴록변) + 王 (임금 왕)
개가 왕이 되니 미치광이가 되고
碎 (부술 쇄) : 石(돌 석) + 卒(군사 졸)
미차광이 돌대가리가 군사를 동원해 나라를 부수려했다.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28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0분 뒤 모든 언론은 계엄사령부의 통제를 받는다는 포고령이 발표됐다.
꿈결이었다. 이 시각, 나는 자고 있었다. “계엄이래! 계엄이래!” 다급하게 외치는 고3 딸 아이이의 목소리에 잠이 깼다.
믿기지 않는 딸 아이의 외침에 TV를 보니, 사실이었다.
‘세상이 미치지 않고서야’라는 말을 속으로 되니이며, 옷을 챙겼다. 특별히 챙길 것도 없었다. 두꺼운 옷을 챙겼는데, 나중에 보니 큰 아이가 군대에서 받은 보급품이다.
운전대를 잡고 사무실로 오는데 막내 기자가 카카오톡을 보냈다. 사무실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사무실에 도착한 뒤 잠시 후 막내 기자가 올린 첫 기사 <종북 세력 척결,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기사가 올라왔다. 시각은 오후 11시 56분.
실시간 중계 영상을 시청하면서, 지역 유관기관에 전화를 돌렸다. 충북도와 청주시청 관계자, 충북교육청 관계자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된 곳은 청주시청 관계자 한 명 뿐이다.
송기섭 군수와 4일 0시가 조금 넘은 경 전화가 연결됐다. 그는 지금 군청으로 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치지 않고서야, 제정신이 아니고서야...”란 말을 반복했다.
송 군수는 “계엄이 선포되면 지역의 계엄사령부는 37사단이라며,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간부회의가 끝나는데로 ‘계엄령은 무효’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겠다”고 말했다.
4일 새벽 0시 30분경, 괴산 북중 최진욱 교감이 페이스북에 계엄을 반대하는 개인성명을 발표한 글을 봤다. 곧바로 기사를 올렸다.
이어 민주노총충북본부가 성명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는 계엄선포로 종말을 고했고, 이제 민중의 힘으로 정의를 바로잡을 시간이 왔다는 내용이었다.
마찬가지로 곧바로 기사를 올렸다.
누가봐도 미치지 않고서는 상상도 하지 않았던 비상 계엄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널리 전파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민주노총충북본부가 발표한 성명서를 발표한 뒤,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이 통과됐다.
그렇게 숨가쁘게 계엄의 밤이 지나갔다.
그로부터 시간이 20일 가까이 지났다. 돌아보니 충북인뉴스는 계엄발표 이후 지금까지 총 50개의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계엄에 분노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촛불과 응원봉을 꺼내들었고, 충북에서도 4일부터 시국대회가 열렸다. 저녁이면 시국대회에 나갔고, 그곳에서 나온 목소리를 기사에 담았다.
단독기사도 있었다.
계엄 발표 이틀 뒤인 12월 5일 <접경지역 장병, 유서까지 쓰고 출동… “전쟁 난 줄 알았다”>는 기사였다. 강원도 접경지역에 있는 일반 장병이 상부의 지시로 유서를 작성한 뒤 시내로 들어가 진지를 구축했다는 내용이었다.
파장은 컸다. 바로 다음 날,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질문에 해당 내용이 언급됐다. 합창 지상군작전사령부에서도 본사로 전화가 왔다.
12‧3 내란음모 아지트로 지목되는 서울시 종로구 삼청도 소재 ‘대통령 안가’와 관련된 단독기사도 보도했다.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가결되던 바로 그 순간, 충북도청 서문앞 도로를 가득 메운 1만여명의 충북도민들의 함성과 눈물도 담았다.
세상은 여전히 혼돈이다. 윤석열은 여전히 반성이 없고, 소수의 지지자에게 선동에 가까운 주장을 꺼내고 있다.
‘부정 선거론’을 믿는 일부 시민들은 여전히 그 글을 퍼나르고 있다. 윤석열의 계엄령을 ‘구국의 결단’이라고 엄호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그 한가운데에 서있다. 우리 <충북인뉴스>는 작은 언론이면서, 지역 언론이다. 별로 눈에 띌 가능성이 없는 신문이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가 서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 안다.
그럴 일이 없겠지만, 또 다른 ‘계엄의 밤’이 온다해도 우리는 그래왔던 것처럼 깨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