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처럼 한 순간에 무너진 아크로비스타의 두 정치인

윤석열은 내란죄, 정우택은 뇌물죄…권력 정점에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2024-12-17     김남균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시절 특별경호구역으로 지정됐던 아크로비스타 아파트. 윤석열 대통령과 정우택 전 국회의부의장이 이곳에 거주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서울 강남구 서초동 무너진 삼풍백화점 자리에 들어선 ‘아크로비스타’ 아파트에 거주하던 두 정치인이 시간을 두고 허무하게 무너졌다.

한 사람은 현직 대통령 윤석열이고, 또 한 사람은 전직 국회의부의장을 지낸 정우택 전 의원이다.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자 주민들은 “아크로비스타의 자랑스러운 주민 윤석열”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대통령을 배출했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웠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자 마자, 곧바로 특별경호지역으로 지정됐다.

주민들의 자랑스러움은 채 3년을 가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2‧3내란 사태로 수사기관의 수사대상이 됐고, 출국금지까지 됐다. 국민의 80% 가까이 그의 탄핵을 지지했고, 결국 14일 탄핵되면서 직무가 정지됐다.

아크로비스타에 거주하는 또 다른 거물 정치인 정우택 전 국회의부의장도 삼풍백화점처럼 한 순간 무너졌다.

지난 2월 본보의 단독보도로 정우택 의원이 지역의 사업가 A씨에게 돈봉투를 받는 장면이 공개됐다.

정우택 전 의원은 영상공개에도 불구하고 “받은 돈을 곧바로 돌려줬다”며 “공천을 앞두고 벌어진 허무맹랑한 정치공작”이라며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본보 취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은 정 의원의 주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업가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과 관련해 정 의원과 보좌진에게 청탁을 하고,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

정우택 의원의 보좌관은 A씨에게 먼저 정치후원금을 요구하고, “현금이 제일 좋지”라며 뇌물을 건네받았다.

이를 수사한 경찰과 검찰도 정 의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특가법상의 알선수재,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등의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심지어 본보 취재기자를 무고한 혐의까지 더해졌다.

지난 12월 10일, 정우택 전 국회부의장이 재판을 받기 위해 청주지방법원 검색대를 통과하고 있다. (사진=김남균 기자)
지난 14일 충북도청 정문에 설치된 윤석열 대통령 관련 피켓 (사진=김남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소추심판과 내란죄 혐의에 대해 방어해 줄 변호사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교롭게도 정우택 전 의원과 청주상당 지역구 공천을 두고 경쟁했던 윤갑근 변호사가 합류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우택 전 의원은 이미 국내최대 로펌인 ‘김앤장’을 선임해 재판에 임하고 있다.

아크로비스타의 자랑스러웠던 두 거물 정치인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한 순간에 무너진 삼풍백화점처럼 권력의 정점에서 순식간에 추락했다는 공통점만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