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이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우리의 책임

2024-11-20     허수영 학부모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이 위기를 맞이했다. 

2000년 국악강사풀로 시작된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은 2024년 현재 4805명의 학교예술강사들이 8475개 초ㆍ중ㆍ고교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국고(문체부), 지방교육재정, 지방비 예산 매칭으로 운영되는데,  윤 정부들어 2년만에 국고 86%가 삭감됐다. 국비가 대폭 삭감되면서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은 시도교육청의 지원 의지에 따라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이에 예술강사, 교수와 교사, 학부모 등 문화예술교육 당사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문화예술교육의 의미를 알리고 교육의 필요성, 지방 정부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아이들이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 예술 기획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서원대문화에술교육센터) 

 

글 : 허수영 (학부모)

 

안녕하세요, 존경하는 교육 관계자 여러분과 학부모님. 저는 두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엄마입니다.

최근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된다'느니 '고교 무상교육의 중앙정부 예산이 사라진다'느니 하는 굵직한 교육 소식을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와중에, 예술 강사제의 예산이 크게 줄었다는 뉴스를 뒤늦게 보았습니다.

그런 직군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는데 기사를 읽고 나서야 연극, 공예, 무용 등의 분야에서 전문 강사의 지도를 받을 기회가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아이가 일상 속에 매일 접하는 만화애니메이션과 사진 수업도 듣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오히려 예산 삭감이라니. 

그것도 작년과 올해 갑자기 대폭 삭감이라니, 학부모이기 전에 세금을 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책의 방향과 예산 집행 절차에 의문이 생깁니다.

일차적으로 의아한 점은 예산을 줄이기로 결정됐다고 해서 이렇게 2, 3년 만에 제도의 존폐를 위협하는 게 옳은가 입니다.

아이들의 교육에 관련한 정책은 안정적으로 꾸준히 지속되어야 그 의미와 효과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예술 강사 제도는 예술인 일자리 정책과 맞물려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민간 기업이 정리해고를 단행해도 사회적 비난을 면치 못하는데 하물며 정부의 예산이 올해는 반으로 내년에는 그 이상으로 깎인다면, 그 사업 예산이 임금으로 사용되는 노동자 입장에서는 정리해고나 다름없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고용이 안정되지 않고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예술인들이 예술 강사직을 희망할까요?

유능한 강사진들이 이탈하지 않는 매력적인 일자리로 자리 잡아 우리 아이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기를 희망합니다.

교육의 질과 더불어 양도 걱정됩니다. 도시 지역 간에도 학군과 학원 밀집도가 차이 납니다.

예산이 줄어든다면 공교육에서 예술수업 기회와 경험이 줄어들 것이고 특히 소외 지역이나 취약 계층 학생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들은 학교에서 제공되는 예술 교육이 거의 유일한 기회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줄어든 예산을 보완하지 못한 우리 지역에서 예술수업 시수가 줄어든 것으로 압니다. 대응책 없이 줄인 예산의 피해는 고스란히 교육현장으로 떠넘겨졌습니다.

요즘 보편화된 공공기관의 SNS에서는 다양한 문화정보를 제공합니다. 공연, 이벤트 소식 뿐 아니라 기성예술인과 청년예술인들 지원 사업 소식도 간간이 본 기억이 납니다.

예술 강사들은 예술을 창작하고 이를 향유하는 문화의 씨앗을 뿌리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예산을 아끼면서 문화예술 사업에 투자를 한다는 것은 씨앗을 심지 않고 물을 주는 바와 다름없습니다.

20여년을 지속해온 예술 강사 수업을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정책의 지속성을 넘어서 문화예술 강국이라는 열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큰 관점으로 볼 수 없을까요?

문화 예술인들이 우리나라의 위상을 크게 높여 일반 국민도 그 수혜를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극단적인 성공을 기대하지 않더라도 악기 하나쯤 다루면 삶이 풍요로워진다는 조언을 흔히 주고받으며, 생활 체육은 일상의 한 부분입니다.

 

학부모들은 예술 수업을 희망합니다

어릴 적 피아노 태권도 미술 학원 한 번도 안 다녀보신 분들 얼마나 계실까요?

요즘도 다르지 않습니다. 학령기가 되면 예체능 할 시간이 없으니 7살부터 2학년까지 빨리 시키라고 엄마들끼리 이야기합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저는 피아노 태권도를 공교육에 편입시키는 날은 안 오는지 궁금할 지경입니다.

우리가 예술 수업을 가까이하려는 이유는 이를 통해 자유롭게 자기표현을 배우고 다채로운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익히며 감정적 공감을 발달시킬 수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재작년 아이 학교로 자원봉사를 나갔을 때 국악선생님을 뵈었던 생각이 납니다. 외부에서 선생님이 오시자 아이들이 복도를 기웃대고 폴짝거리며 말을 걸고, 이내 장구소리가 들렸습니다.

수업분위기가 환기되고 전문성을 갖춘 선생님께 수업을 듣는 현장을 목격하고 예산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자녀 세대에 더 좋은 교육 기회가 주어진 것을 환영하는 마음이었을 뿐입니다.

공급자 중심의 경제적 논리로 접근하지 않기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교육은 아이들의 권리이자, 그들의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

지금 예산을 삭감하여 단기적으로는 재정을 아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아이들이 잃게 될 가능성은 훨씬 큽니다.

학생과 예술 강사 모두가 안정적인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다양한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우리의 책임입니다.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과 결정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