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운동부 성폭행 가해학생, 교육감배 수영대회도 참여할 뻔 했다
지난 9일 충북교육청‧수영연맹 주관 대회 참여 명단에 올라 대회참가위해 8일 청주에 숙소까지 잡아, 9일 새벽 철수한 것으로 전해져 피해 학생은 훈련과 운동 포기, 반면 가해학생은 훈련 및 운동 계속해
충주시 지역 수영부 학생들이 집단성폭행 사실이 학교 관계자에 신고된지 40일 후에 치러진 충북교육감배 수영대회에 참여할 뻔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은 교육청 소속 학교운동부 지도자가 진행하는 훈련에도 배제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피해학생은 오히려 훈련을 중단하고 수영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일 충북학생수영장에선 ‘제47회(충북)교육감배 도내 학생 수영대회’가 진행됐다. 이 대회는 충청북도교육청(교육감 윤건영)과 충북수영연맹이 공동으로 주최한 대회다.
본보가 입수한 참가자 명단에는 피해학생 측에서 지목한 가해학생 5명(초등 2명, 중등 2명, 고등 1명)의 이름이 모두 올라와 있었다.
취재 결과 이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은 대회에는 참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합 당일 대회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이들 학생들은 8일 대회가 열리는 청주의 모 숙박업소에 머물며 참가를 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해학생과 함께 대회에 참가했던 충주 수영부 소속 학부모에 따르면 8일 충주 모 초교 운동부 지도자(수영부 코치) 인솔하에 청주의 한 숙박업소에 머물렀다.
이들 학부모들은 “8일 함께 숙박업소에 머물렀는데, 9일 아침에 보니 가해학생들로 지목된 아이들이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반면 피해학생은 대회 참가는커녕 지난 10월 초부터 훈련을 중단했고, 결국 수영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이뤘다.
피해자는 훈련중단, 가해자는 아무런 제재없이 운동 계속해
교육감배 수영대회 참가는 최종 무산됐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은 사건발생 신고 40일 가까이 어떻게 운동을 지속할 수 있었을까?
먼저 지난 10월 1일 피해학생의 부모 A씨로부터 성폭행 신고를 받은 운동부 지도자(코치) B씨의 말을 들어보자.
코치 B씨는 “한 쪽에선 성폭력이라 하고, 다른 쪽에선 ‘(성기를) 딱 밤 정도로 때린 정도다’라고 이야기 했다”며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사실 관계가 드러나지 않았는데 무슨 근거로 운동을 중단 시킬수 있냐?”라고 반문했다.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학생의 대회참가를 승인해준 모 중학교 고위관계자는 “관련 규정에 대회에 참가를 못하게 하거나, 훈련을 중단시키라는 그런 규정이 없다”며 “사실 관계가 확인되고, 징계라든가 이런 것들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가해학생으로 지목됐다고 해서 훈련을 중단시킬 근거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코치의 신분과 관련해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충주 모 초교에 소속된 공무직(무기계약직) 신분이다. 그에 대한 급여는 교육청이 해당 학교에 교부한 교부금에서 지급된다.
모 초교 소속으로 되어 있지만, 이 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충주시 관내 학교 수영부 학생까지 지도한다.
과연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까?
학교폭력예방법과 교육부 지침에 따르면 ‘성범죄’에 해당하는 학교폭력 사실을 접수받으면 학교장과 교직원은 수사시관에 즉각 신고해야 한다. 또 학교폭력 매뉴얼에 따라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분리조치 및 사실조사,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피해학생의 부모 A씨는 이와 관련 “10월 20일까지 학교나 교육청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없었고, 또 보호서비스를 안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A씨가 충주 관내 초중고 소속 수영부 학생들의 집단성폭행을 알린 시기는 지난 10월 1일이다. 피해학생의 부모는 자녀로부터 성폭행 사실을 전해듣고, 즉각 학교 운동부 지도자(코치)에게 알렸다.
A씨의 말대로 라면 성폭력신고를 학교 관계자에게 신고한지 20일 가까이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이다.
그는 “아이가 사실을 털어놓은 뒤, 형들을 만날까봐 무서워서 훈련장에 갈 수 없다”며 “훈련장에 가지 못하고 있다가 급기야 아이가 ‘운동을 그만두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A씨는 “운동을 하려면 가해 학생이 있는 수영장에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라며 “어떻게 아이를 그곳에 보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훈련이나 운동을 그만둬야 한다면 가해학생이 그만둬야지, 왜 피해자가 그만둬야 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만약 학교가 우리 아이에게 제대로 된 대응방법과 보호 서비스를 안내했다면, 피해자인 우리 아이가 운동을 그만두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관련 학교 관계자들은 A씨 부모가 학교폭력 신고를 접수한 10월 20일 이전에는 일절 성폭행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학교폭력 사실을 최초 접수한 운동부 지도자가 학교에 알리지 않을 탓으로 돌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피해 아동의 부모 A씨에 따르면 학교가 인지한 지난 10월 20일 이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A씨는 “당연히 가해 학생들에게 어떤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고 기대했었다”면서 “하지만 그런 조치는 없었고, 다른 학부모로부터 가해 학생이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수영대회, 그것도 교육감배 수영대회에 참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억울해서 잠도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피해 학생은 운동을 포기한 반면 가해학생은 교육감배 대회까지 참여할 뻔 했던 역설적인 상황이 40일 정도 지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