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고] 잊혀진 살풍경! 비열한 술책, 야비한 도발

2024-11-11     김기연 민주노총 충북본부 사무처장

 

지난 9일 열린 전태일열사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 및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 경찰과 참가자들이 대치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충북본부)

 

글 : 김기연 민주노총 충북본부 사무처장


오래된, 이제는 낯선 풍경

버스에 내리자 마자 눈에 가득찬 낯선 풍경.

따습고 나른한 평온한 오후의 햇살 아래 뿜어나오는 가늠하기조차 힘든 그들의 분주함과 긴장감.

일사분란하게 정강이와 몸통에 검은색 보호대를 착용하는 사람들. 투명 아크릴판이 내려진 헬멧을 착용하고, 방패를 우악스럽게 집어드는 사람들. 삐리릭 삐리릭 연신 그들을 재촉하며 울리는 무전기의 신호음. 

그건 아주 오래전 잊혀졌던 기억 속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던 집회현장에서나 볼 수 있었는 살풍경이었다.

 

진압봉과 방패를 들고 선 경찰들. (사진=민주노총 충북본부)

 

완전군장한 사람들
실로 오랜만에 집회 현장에서 완전군장한 경찰들의 모습을 접했다. 상경하기 전까지 오늘 집회는 평안할 것이라 생각했던 나의 판단은 빗나간 것일까?

그런 생각도 잠시 내가 2시부터 참석한 사전집회는 평화롭게 진행되었다.

살풍경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헤프닝에 불과했을 뿐 평화집회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나의 판단은 그르치지 않았다. 

그러나, 사전집회 행진을 마치고 본 대회 장소로 가는 행진 말미. 그들의 분주함은 결코 예행연습이 아니었다.

본 대회 장소에 참석하려는 대오와 본 대회장에 이미 자리를 잡은 사람들 사이를 마치 홍해를 가르듯 갈라놓은 경찰들.

갈라진 좁은 틈바구니에서 군중유동화 현상을 겪으며 아등거리는 노동자들.

대회장 참여를 봉쇄하기 위해 완전무장한 경찰들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일사분란한 구호. 경찰 작전차량 위에 올라가 기다렸다는 듯이 망원렌즈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르는 사복경찰들.

평화집회를 가르고 충돌을 유도한 후 이를 채증하는 경찰들의 야비한 술책. 그들의 DNA에 내재된 오래 묵혀졌던 잠복된 습관이 넘슬대는 비열한 거리. 

 

시청과 용산의 간극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의 우여곡절 끝에 수천명의 대오가 본 대회 장소에 들어왔다.

자리에 착석하고 평화롭게 대회를 진행하던 도중 집회 참자가들은 스멀스멀 밀고 들어오는 경찰에 의해 또다시 대오분절을 겪어야 했다.

시청과 용산의 거리감만큼 참가자들의 사이의 간극이 생기고 말았다. 집회장의 평화는 산산히 부서졌다.

 

집회 현장 쓰러진 참가자 모습. (사진=민주노총 충북본부)
민주노총 등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가 경찰 진압장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경찰이 가른 윤석열 퇴진 전국노동자대회
경찰은 이날 치밀하게 평화로운 집회 훼방꾼 역할을 자임했다.

윤석열 퇴진을 외치는 노동자의 함성의 파도 앞에 폭력의 방파제를 쌓았다. 민중의 외침을 가로막는 인간방파제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수렴의 정치를 봉쇄한다.

인위적인 입틀막 방파제는 민주주의를 주권자의 권리는 왜곡시킬 뿐이다. 민중의 역린을 건드린 정권의 말로는 불을 보듯 뻔할 뿐이다.

 

사후 목격담
이 글은 내가 있던 곳에서의 목격담이다.

윤석열 퇴진을 외치는 10만여명이 참석한 집회인 관계로 집회 전 과정을 언급할 순 없는 한계가 있는 점을 감안해 주고 읽어 주시길 바란다.

노동자대회를 갈랐던 경찰은 같은 현장에서 이어진 촛불과 정당 집회에서는 밀물처럼 빠져나갔다 한다. 눈독듯 사라진 경찰.

분노한 노동자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시민’과 ‘정치인’의 목소리는 보장하는 그들의 이중적 행태.

짓누르고 제어하는 대상으로 낙인찍힌 노동자들. 그들의 행태는 무엇을 말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