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초등생 집단성폭행 사건, 매뉴얼은 철저히 무시됐다

학교폭력예방법 및 매뉴얼, 성범죄의 경우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 의무 규정 피해학부모 지난 10월 1일 학교운동부 지도자에게 성범죄 피해 사실 통보 10월 20일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할 때 까지 방치…21~22일 돼서야 학교에 신고

2024-11-11     김남균 기자
충주 운동부 집단 성폭행 사건 피해학생 부모가 작성한 메모장. (사진제공=피해아동 부모)

 

촉법 소년 처벌에 관하여 들음.

하늘이 무너짐...

평생 행복을 빼앗고,

○○을 빼앗은 그 놈들. 주여 어찌합니까!

주께서 함께 하소서!

충주시 관내 운동부 소속 초중고생 5명이 동성간인 초등생 후배를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지만, 처리과정에서 ‘학교폭력 매뉴얼’이 전혀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가 발생할 경우 학교장과 교직원은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해야 했지만, 피해학부모가 경찰에 신고할 때 까지 20일동안 아무런 조치없이 방치됐다.

또 피해 학부모로부터 성범죄 사실을 통보받은 충주 모 초교 운동부 지도자(코치)는 20일이 지나도록 해당 학교에 관련사실을 신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0조(학교폭력의 신고의무)에 따르면 학교폭력 현장을 보거나 그 사실을 알게된 자는 학교 등 관계기관에 즉시 신고하도록 의무를 지우고 있다.

교육부가 펴낸 ‘2024년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에 따르면 학교장 및 교직원은 직무상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사실을 알게 된 때에는 즉시 수사기관(112, 117)에 신고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성범죄 신고의무는 피해학생측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반드시 신고하도록 돼 있다.

 

학교 매뉴얼은 제대로 지켜졌을까?

먼저 논란이 되고 있는 충주시 관내 동성 초등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올해 1월과 9월에 걸쳐 6차례 발생했다. 피해자는 만10세 미만의 초등생이고, 가해자로는 같은 운동을 하는 초등생 선배 2명, 중등 2명, 고교생 1명 등 총 5명이 지목됐다.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아동의 학부모 A씨에 따르면 이런 성폭력 사실을 지난 9월 경 인지했다.

이어 10월 1일 운동부 지도자(코치) B씨 에게 알렸다.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지도자 B씨는 충주시 관내 모 초등학교 소속으로 ‘무기계약직’ 신분이다. 그는 피해 아동을 포함해 충주시 관내 초‧중‧고 소속 학생을 지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통보받은 B씨는 수사기관에 신고도 하지 않았고, 즉시 학교에 통보하지도 않았다.

이에 대해 B씨는 피해아동 학부모 A씨 측이 학교폭력 접수를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해 신고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신고의무가 있는 만큼 신고하려고 했지만 가해측과 대화를 하고 있으니 유보해달라고 했다”며 “10월 20일 A씨가 학폭신고와 경찰 고소를 했다고 해서 하루 이틀 뒤에 학교에 학교폭력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피해아동 부모가 작성한 메모. 사건 발생이후 경과가 적혀있다. 여기에는 10월 1일 운동부 지도자 코치를 만나 상황을 통보한 것과 10월 9일 코치에게 문자를 보낸 내용. 정신과 치료를 시작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사진=피해부모 제공)
지난 10월 9일 피해아동 부모 A씨가 운동부 지도자(코치)에게 보낸 문자 (사진제공=피해아동 부모)

 

피해아동의 부모 A씨의 설명은 조금 다르다 A씨는 “10월 9일 코치에게 학폭 신고를 유보해달라는 입장을 건넸다”며 “그 이전에는 그런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긴 하지만, 운동부 지도자 B씨의 주장이 맞다고 하더라도 매뉴얼을 위반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교육부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에는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측의 의사와 상관없이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하도록 의무를 지우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B씨는 성범죄 의심 사건을 통보 받고 20여일이 지난 뒤에야 해당학교에 통보했다.

이렇게 한달 가까운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학교와 교육청은 학교폭력 사안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피해 아동은 치료와 치유를 위한 어떤 공적 서비스도 제공받지 못한채 상처를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