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참사 첫 공판, 박순관 '불출석' 성과도 없어

재판 지켜본 유가족·대책위 "시간 끌기 행태에 분노, 오늘도 사과는 없었다"

2024-10-21     오옥균 기자
아리셀참사 유가족·대책위가 박순관 대표의 첫 공판이 열린 21일 수원지법 앞에서 엄중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23명이 사망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첫 재판이 참사 발생 120일 만인 21일 열렸다. 그러나 재판의 방향이나 증인채택 등 재판과 관련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아리셀과 에스코넥의 대표였던 박순관과 박중언 아리셀 본부장은 법정에 불참했고, 사측 변호인들은 아직까지도 검찰의 증거 문서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유족들은 “120일이 지나는 동안 증거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사측과 변호인단을 규탄한다”며 분노를 표했다. 

21일 오후 3시 수원지방법원 제 14형사형사부(부장판사 고관홍)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파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순관 전 대표와 박중언 본부장의 첫 공판이 진행했다. 수감 중인 박 전 대표는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고, 2명의 변호인단만 출석했다. 

사측 변호인단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서류가 3만 5000여 쪽에 달해 물리적으로 확인할 시간이 없다며 다음 재판일을 11월 30일로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서류를 확인하는 데만 두 달 가량 필요하다는 변호인의 주장에 빠른 진행을 요구, 11월 25일 오전 10시에 다음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박순관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파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박 대표의 아들인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상, 파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방해, 건축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있다.

수원지법 앞에서 절규하는 유가족.

 

아리셀 유가족협의회와 대책위는 이날 오후 1시부터 법원 앞에서 박순관 (전)대표이사의 철저한 조사, 엄정처벌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진행한 후 법정에 참석했다. 

재판 이후 유가족협의회는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이 날 공판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김태윤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아직도 장례를 치르지 못한 유족들의 마음을 안다면 이렇게 시간을 끌 수 없다”며 “법원이 시간끌기로 일관하고 있는 에스코넥에 시간을 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대책위 하태승 변호사는 “증거를 확인하는 데만 두 달이라는 시간이 날아갔다. 신속한 재판이 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은 최악의 참사를 야기한 것에 대해서 지금껏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피고인들이 첫 공판에 출석 의무는 없다지만 아무런 사과가 없는 것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대책위는 현재 12일째 경기도 광주에 소재한 에스코넥 본사 앞에서 현 경영진의 성실한 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에스코넥의 현 경영진은 김치원 에스코넥 부회장, 강동균 부사장, 서정해 감사로 알려져 있다. 이들 세 명은 에스코넥 창립부터 박순관 (전)대표이사와 함께 회사를 운영해왔던 인물이다. 

유가족협의회는 아리셀과 에스코넥의 불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상의 책임은 에스코넥 법인에게 있다고 판단, 현재 에스코넥의 실질적인 경영진에 대해 “박순관 뒤에 숨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진심어린 사과와 정당한 배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유족들에게 민사합의시 박순관 박중언의 처벌불원서는 등 형사합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가족협의회는 사측의 법률대리인이 요구하는 박순관과 박중원 등의 ‘처벌불원’을 요구하는 형사합의 조건은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비인간적인 것으로 절대로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유가족협의회는 에스코넥과의 교섭으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중대재해 참사의 책임이 있는 에스코넥 본사 앞에서의 농성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