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염에도 이동노동자 쉼터 조성 또 연기
가을까지 이어진 역대급 폭염과 열대야에 근무 시간 대부분을 거리에서 보내는 이동노동자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이동노동자들은 2021년 ‘청주시 이동노동자 복리 증진 조례’ 제정 이후 쉼터 설치를 지속 요구해 왔으나, 이번 시의회 예결위 제2회 추가경정예산에도 포함되지 않아 내년도로 미뤄지게 됐다.
지난 6월 청주시는 “타 지자체의 경우 이용객이 저조해 사업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답했다. 당시에도 구체적인 계획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에 노조 측은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플랫폼, 이동노동자 등을 위한 거점 공간으로써의 필요성과 장소 등 대안을 제시했지만 수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1일 민주노총 충북본부는 청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시는 폭염과 한파, 기후 재난을 온 몸으로 받아내는 이동노동자들의 쉴 권리를 예산을 핑계로 또다시 제외시켰다"고 규탄했다.
이어 "쉼터 장소를 여러 곳 제의하고 대안도 제시했지만 '검토하겠다'는 말만 몇 년째 반복되고 있다"며 "그동안 이동 노동자들은 평균 온도 역대 최고, 열대야 최장 일수를 기록하고 있는 참기 힘들 정도의 더위를 버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동노동자란 대리운전기사, 택배기사, 배달종사자, 학습지교사 등 업무장소가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주로 이동을 통해 이루어지는 노동자를 뜻한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의 실태조사 결과 이동노동자의 85%가 최근 2년간 폭염으로 온열질환 및 건강 이상을 겪었고, 96%는 집중호우에 안전 위협을 받는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특별시의 경우 이들이 요구하는 거점형 쉼터를 비롯한 이동노동자 쉴 권리를 위해 편의점과 협약을 맺고 쉼터를 운영하는 등 이동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한 정책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동노동자 쉼터는 충남 천안 등 충청권을 비롯한 전국 60여개가 설치되어 있으나 충북과 청주시에는 운영된 바 없다.
대리운전노조 충북지부는 "대리운전노동자의 시간당 수입은 수수료와 관리비 등 비용을 제외하면 평균 8400원"이라며 "대기 시간 중 잠시 더위를 피하기 위해선 비용을 지불하고 편의점이나 카페를 이용하는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플랫폼 업체는 막대한 수익을 챙기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쉴 권리, 안전할 권리, 적정 생계 유지할 권리는 어디에도 없다"며 "청주시는 조례에 따라 이동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