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해외여행까지 간 가해자들…그들의 일상은 ‘해피’ 했다

【기획】 충주고교생 집단 성폭행 사건, 그 감춰진 진실

2024-08-09     김남균 기자

충북 충주시 고교생 집단성폭행 사건은 2020년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동안 지속됐다. 경찰 수사는 2020년 10월에 시작됐다. 하지만 이 사건은 꼭꼭 숨겨졌다. 충주 지역에선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돌아다녔지만 공론화 되지 않았다. 소문에 대해서 ‘쉬쉬’ 하는 분위기가 지역을 감쌌다.

성폭행 방식은 참혹했다. 오죽하면 재판부는 이들의 성폭행방식에 대해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이라고 표현했다.

경찰과 검찰의 대응도 의문투성이다. 이 사건을 최초로 수사했던 충주경찰서가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는데에만 1년이 걸렸다.

사건을 넘겨받은 충주지검은 또 다시 1년 동안 사건을 캐비넷에 묵혔다. 본보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2020년 충주고교생집단성폭행 사건의 이면을 연속으로 보도한다.(편집자주)

가해자들의 삶은 별로 변한 것이 없었다. 정상적으로 학업을 마쳤고, 대학에 진학했다. 일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아빠와 여행을 가고 심지어 해외 여행까지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의 삶은 철저히 파괴됐다. 지역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겼지만 결국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중단됐다. 피해자는 현재 언론과 여성단체와의 접촉도 일절 피하며 은둔의 삶을 살아간다.

가해자들의 삶은 별로 변한 것이 없었다. 정상적으로 학업을 마쳤고, 대학에 진학했다. 일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아빠와 여행을 가고 심지어 해외 여행까지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신고하면 저 죽을거에요”

피해자는 2020년 4월부터 10월까지 지속적으로 집단성폭행을 당했다. 그해 10월 학교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경찰 수사가 시작되고 나서야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피해자에게 가해자들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가 느낀 공포심읜 2020년 10월 학교 선생님과의 상담과정에서 잘 드러난다.

피해자가 원한 것은 단 하나, 가해자와 맞추지지 않게 ‘조퇴’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성폭행 사실은 전해들은 선생님은 가해자가 처벌 받도록 경찰에 신고할 것을 제안했다.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성폭행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자는 학교 선생님의 말에 “신변 안전을 우려해 경찰 신고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학교 선배인 가해자들을 경찰에 신고할 경우 그 사실이 외부에 알려져 신변의 위협을 위협이 생길 것을 우려했다”고 명시했다.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당시 이 건을 다룬 학교폭력심의원회 내용을 확인한 결과 가해자를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선생님의 말에 ‘경찰에 신고하면 저 죽을거에요’라고 했다”고 밝혔다.

두려움에 떨던 피해자는 결국 지역을 떠났다

가해자들로부터 신변안전의 위협을 느낀 피해자는 결국 지역을 떠났다.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당시 학교폭력심의원회가 2020년 10월 말에 개최됐는데 피해학생은 참석하지 않았다”며 “학폭위가 열리고 약 열흘 정도 뒤인 11월 초에 피해학생은 ○○도 △△시로 전학을 갔다”고 말했다.

충주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전학을 간 피해학생은 결국 학업생활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피해자는 학업포기, 가해자는 ‘퇴학’아닌 전학

2023년 7월 애국국민운동연합 오천도 대표는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앞에서  퍼포먼스와 기자회견을 통해 집단성폭행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사진 : 청주일보 유튜브 갈무리)

 

가해자로 기소된 9명 중 7명은 당시 고등학교 재학생이었고 2명은 자퇴생 신분이었다.

취재 결과 당시 고교 2학년이었던 가해자들은 고등학교를 마쳤다. 또 일부는 대학에 들어갔다.

피해자는 학업을 포기한 것과 대비된다. 어떻게 이런일이 가능했을까?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가해학생에 대해 그 정도에 따라 ‘서면사과’에서부터 봉사활동, 출석정지나 전학과 퇴학 처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별 적용 세부기준’에 따르면 ‘학교폭력대책심의원회’(이하 학폭심의위‘는 가해학생이 행사한 폭력의 △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의 정도와 △ 가해학생의 반성정도, △피해학생과의 화해의 정도 등 5개영역의 각 4점씩 평가하고 그 점수에 따라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각 항목당 4점으로 포력의 정도가 심할수록 평가항목에서 고점을 받게 돼있다. 5개 항목이므로 최고점은 20점이다.

점수에 따라 제일 낮은 조치사항은 ’서면 경고‘이고 최고로 강경한 조치사항은 퇴학처분이다. 전학처분은 퇴학보다 한 단계 낮은 조치다.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당시 열린 학교폭력심의위는 가해자들에게 퇴학처분이 가능한 점수를 받았지만 퇴학 대신 ’전학‘을 결정했다.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그 이유에 대해 “학교폭력 심의위는 가해자들에게 퇴학 처분을 내리면 이들이 다시 모여 충주 지역에서 제2, 제3의 범죄를 행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가해자들이 한군데로 모이지 않도록 충주시 이외의 시·군 지역 학교에 전학을 보내, 서로 어울리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반성문 조차 제출하지 않은 가해자, 해외여행까지 갔다.

피해자와 대비되게 고등학교 과정을 무사히 마친 가해자들은 재판과정에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을까?

대법원 사건검색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들 가해자 중 7명은 1심 판결 선고된 2024년 4월 1일가지 법원에 ’반성문‘ 조차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심 재판기록에 따르면 재판은 2023년 4월에 시작해 2024년 2월 1일 종료됐다.

피고인들은 보통 이 기간에 피해자가 입은 피해에 대해 합의하고, 반성문을 반복해 제출한다. 합의와 반성문은 모두 양형 감경사유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피해자에게 성폭행을 주도하고 가장 높은 형을 선고받은 가해자 A의 경우 반성문을 전혀 제출하지 않았다. 다만 A의 어머니가 6회에 걸쳐 반성문을 냈다.

또 다른 가해자 B는 1심선고를 일주일 앞둔 2024년 1월 23일, 가해자 C는 1월 25일 한 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

전체 피고인 9명중 단 2명만이 반성문을 제출했던 것이다.

피해자와 입은 피해에 대해 보상을 하려는 시도도 가해혐의자 9명중 한 명에 불과했다. 재판기록에 따르면 가해자 부모 한 명이 2023년 8월 보상금을 법원에 공탁했을 뿐이다.

반성문 조차 제출하지 않은 가해자 A의 경우 2022년 해외여행을 떠났다. A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여행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 시기는 경찰이 사건을 검찰로 송치한 이후로, 아직 기소되지 않은 시기이기도 하다.

A는 이 외에도, 문신한 지인들과 술을 마시는 장면, 강아지와 고양이와 어울리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게시하고 아빠와 여행중이라는 소식을 알렸다.

A가 올린 게시물에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가해자들은 댓글을 달며 서로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다른 가해자들의 경우 대부분 SNS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