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충주고교생 집단 성폭행 사건, 그 감춰진 진실

2024-08-05     김남균 기자
2020년 4월 부터 10월까지 10대 여고생을 상대로 집단 성폭행을 한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 명단과 죄명

 

올해 2월 충북 충주시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고교생과 청소년 8명이 한 해 후배인 여고생을 집단적으로 강간한 사건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특수강간으로 기소된 피고 8명중 3명은 유죄, 강간죄로 기소된 피고 1명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한다.”

2024년 2월 1일, 청주지법충주지원형사합의부 재판장의 판결문이 법정에 울려 퍼졌다.

사건이 발생한지 꼭 3년 8개월, 경찰 수사가 시작된지 3년 4개월만이다.

집단성폭행 사건은 2020년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동안 지속됐다. 경찰 수사는 2020년 10월에 시작됐다. 하지만 이 사건은 꼭꼭 숨겨졌다. 충주 지역에선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돌아다녔지만 공론화 되지 않았다. 소문에 대해서 ‘쉬쉬’ 하는 분위기가 지역을 감쌌다.

1심 판결이 나오자 .언론도 이 사건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언론은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충주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라고 명명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사건 당시 피해자는 ‘고등학교 1학년’이였고, 가해자는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선배였다.

성폭행 방식은 참혹했다. 오죽하면 재판부는 이들의 성폭행방식에 대해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이라고 표현했다.

10대 청소년이 했다고는 믿기지 않는 방식이었다. 가해자들은 지속적인 집단 성폭행에 시달려온 피해자가 그들의 부름에 나가기 싫다고 하자 “지금 (집단적으로 성관계를 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얘들이 몇 명 인줄 아냐?”며 오히려 큰소리 쳤다.

경찰과 검찰의 대응도 의문투성이다. 이 사건을 최초로 수사했던 충주경찰서가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는데에만 1년이 걸렸다.

사건을 넘겨받은 충주지검은 또 다시 1년 동안 사건을 캐비넷에 묵혔다.

이 사건에 법원에 기소된 것은 2022년 11월로 최초 사건 발생 시점으로부터 30개월, 수사기 시작된지 23개월만이다.

‘특수강간’이라는 무시무시한 죄명이었지만 불구속 상태로 기소됐다.

재판도 더뎠다. 첫 재판은 2023년 4월에 시작돼 2024년 2월에야 마무리됐다.

수사도 재판도 더디게 진행되는 동안 피해자와 가해자의 인생은 집단강간 당시와 동일하게 흘러갔다.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웠던 피해자는 충주를 떠나 타 지역으로 전학을 갔지만, 결국 학업을 중도에 포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면 가해자들은 아무일도 없었던 듯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부는 대학에 진학했다.

피해자의 일상은 뭉겨지고 피폐돼 갔지만 가해자들의 일상은 평온했던 것이다.

다시 이 사건을 들여다보면서 여러 가지 의문이 든다. 첫째 사안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재판에 회부되기 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는가이다.

두 번째, 이 사건은 왜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는지, 충주지역사회에서 발생한 침묵의 카르텔은 무슨 의미였는지다.

세 번째, 피해자에게 지역사회는 적절한 조력을 제공했는지도 의문이다.

그동안 충주지역에선 이런 저런 소문이 돌았다. 그 중의 하나는 가해자의 부모에 지역사회 유지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취재 결과 가해자의 부모중에는 국립대교수, 현직 시의원, 검찰 간부직원 출신 인사가 들어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는 이제 이 사건을 ‘충주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아니라 ‘충주 고교생 집단 성폭행사건’이라고 호칭한다. 연속보도를 통해 이 사건 이면에 담겨있는 의문점을 파혜쳐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