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와중에 김영환 지사 “멍청도를 실현하겠다” 언어유희 논란
김 지사 “충북, 물멍, 불멍 등 ‘멍 때리는 곳, 멍청도’를 만들고 싶다” 표현 적절성 논란, ‘멍청도’는 충청인 비하하는 대표적인 멸칭 표현 시기도 논란, 아리셀참사 와중이고 오송참사 1주기 코앞인데 ‘멍’ 때린다니
“명상과 힐링의 멍~청도”
“물멍, 불멍, 꽃멍, 호수멍, 산멍 등 벤치에 앉아 ‘멍 때리는 곳’에 전 국민을 초대해 자신을 돌아보는 ‘멍청도’를 실현하여 1년에 1억 명이 찾는 ‘대한민국의 쉼터’ ‘휴(休)의 숲’, ‘천상의 정원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7월 1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
김영환(국민의힘) 충북도지사가 민선8기 후반 2년이 시작을 맞아 “충북을 ’대한민국의 자연정원‘으로 만들겠다”고 직원들에게 다짐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충청인을 비하하는 대표적인 멸칭(蔑稱)인 ‘멍청도’란 단어를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아리셀 화재참사로 전 국민이 슬픔에 빠져있고, 오송참사 1주기를 코 앞에 둔 시점에 사용할 수 있는 표현으로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1일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페이스북에 “충청북도 공직자(공무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 제목의 자필 문서를 게시했다.
김 지사는 글에서 “민선 8기 후반 2년이 열리고 있다”며 “지난 2년 우리는 우리가 ‘대한민국의 中心(중심)에 서다’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준비했던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는 이제 구체화되고 형상화되어야 한다”며 “충청북도는 ‘대한민국의 자연정원’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세 번째 단락에서 ‘명상과 힐링의 멍~청도’라는 부제를 달고 “동의를 해 준다면 우리의 정원(park)는 ‘멍’의 공간이었면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멍 때리는 곳에 전 국민을 초대해 자신을 돌아보는 ‘충청도’(최초 표현은 ‘멍청도’)를 실현하여 1년에 1억명이 찾는 ‘대한민국의 쉼터’, ‘休(휴)의 숲’, 천상의 정원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
김 지사는 이어진 글에서도 ‘AI 충북’, ‘어린이 궁전’, ‘복지중심의 일자리’ 등 후반기 도정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그는 마지막 글에서 “(공무원) 여러분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이제 저도 여러분의 사랑을 받고 싶습니다. 2024. 6.29. 새벽 3시 30분부터 쓰다”라고 적었다.
“단어를 써도 왜 하필 ‘멍청도’냐?”
김 지사는 직원에게 드리는 글을 자필로 쓴뒤 이를 사진으로 찍어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처음 게시된 게재물에선 “명상과 힐링의 멍~청도”라는 부분은 그대로 사진에 실렸다. 다만 본문에 사용된 ‘멍청도’란 부분은 펜으로 지운 뒤 상단에 다시 ‘충청도’라는 글을 대체했다.
김 지사는 다시 최초에 게제했던 게시물을 내리고, 다시 올렸다. 다시 올린 게시물에는 ‘멍청도’란 표현은 펜으로 모두 지웠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기자들에게 “좋은 취지로 사용한 표현인데, 혹시 오해를 줄까봐 ‘멍청도’란 부분을 지웠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도 관계자도 “물멍과 불멍 등 ‘쉼’과 ‘휴식’이라는 의미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지사가 그런 취지로 ‘멍~청도’라고 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영환 지사가 게시물을 수정해 다시 게재했지만 최초 사용했던 ‘멍청도’란 단어를 두고 비판이 일고 있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멍청도’란 표현은 (충청도) 지역에 대한 무시, 경시 이런 것들이 뼈속 까지 있는 것”이라며 “충청지역과 충청인에 대한 대표적인 ‘멸칭’이다”고 비판했다.
‘멸칭’이란 남을 비난할 또는 경멸할(무시할) 목적으로, 비꼬기 위해서 부르는 행위, 혹은 그러한 의도가 담긴 호칭 또는 별명을 뜻한다.
이선영 처장은 “김영환 지사는 ‘나는 기꺼이 친일파가 되련다’란 말을 해 그 많은 고초를 겪었다”며 “이제는 바뀌어야 하는데 그 고초를 겪고도 바뀌지 않으니 도지사로서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오송참사 1주기가 코 앞이고, 아리셀 화재 참사 도중”이라며 “지금은 ‘멍 때릴’ 시간이 아니라 깨어 있어야 할 시기다”라며 “도민을 우매한 존재로 몰아넣는 말도 안되는 표현”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