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36년째 최저임금 적용제외' 장애인노동자 최저임금 차별
충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심현지 센터장 인터뷰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는 6월 17일부터 21일까지 ‘최저임금 올리고, 노동자권리 넓히고, 차별제도 없애자’를 구호로 충북차별철폐대행진에 나섰습니다.
운동본부는 한국사회의 심각한 불평등 문제를 지적합니다. 900만 명에 이르는 근로기준법 미적용 노동자, 급증하는 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해 불안정한 삶을 이어갑니다. 다수의 비정규노동자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기본권, 노조할 권리를 침해받고 있습니다. 현행법과 제도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차별과 배제를 고착화시키는 데에 그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운동본부는 2024년 충북차별철폐대행진 기간동안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의 이야기와 최저임금을 둘러싼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연속 기고합니다.
이에 충북인뉴스는 운동본부가 전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최저임금제가 국내에 도입된 건 1988년 최저임금법이 시행되면서다. 임금의 최저 수준을 법으로 보장해 노동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한다는 것이 취지다. 그런데 장애인은 법이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최저임금법 제7조 1항에 따르면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거쳐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할 수 있다. 9000명에 가까운 장애인노동자들이 최저임금에 크게 못미치는 시급을 받으며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2024 충북차별철폐대행진은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 보장’을 구호로 집중행동을 펼치고 있다. 오늘은 36년째 최저임금 제도 밖에 있는 장애인노동자 이야기를 전한다.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
Q.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충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심현지입니다.
Q. 최근 장애인 노동자의 저임금 문제가 화두에 떠오르고 있는데 어떤 상황인가요?
A. 노동계가 2024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시간당 1만 2000원을 발표하며 최저임금 투쟁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노골적으로 친재벌 정책을 펼치는 윤석열 정권을 등에 업고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경영계가 해마다 요구하는 ‘업종/지역 등에 따른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현실화될지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장애인 노동자에게는 이미 현실의 이야기입니다.
현행 법대로라면 장애인의 임금에 하한선이 없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시급 1원’으로 책정해도 불법이 아닌거죠. 이 때문에 최저임금법이 장애인을 차별하는 것은 물론 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존중해 주지 않아 노동자의 삶을 더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Q. 장애인 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어떻게 되나요?
A. 2023년 12월 말 기준으로 최저임금법 적용 제외 인가를 받은 장애인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39만7000원으로 최저임금의 19.8% 수준입니다. 법정 최저임금 월 환산액이 206만원이 넘는 지금, 장애인 노동권의 현실은 처참한 수준입니다.
Q.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이란 무엇인가요?
A. 노동자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하는 최저임금 제도는 장애인 노동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최저임금법 제7조는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 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을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자로 정하고 있는데, 1988년 법이 시행되고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어째서인지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문제는 36년째 그대로입니다.
Q. 그럼 기업의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가 신청인원은 어느 정도 입니까?
A. 기업의 최저임금 적용 제외 인가 신청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입니다. 고용부의 ‘최저임금 적용 제외 장애인 근로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신청 인원은 △2019년 8971명 △2020년 9005명 △2021년 9475명 △2022년 6691명(8월 말 기준)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최저임금 적용 제외 인가는 일단 신청하면 무조건 승인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가 승인 비율이 매우 높은 편입니다.
2021년 강은미 의원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인가 승인 비율은 모두 97%를 웃돌았는데요. 사실상 신청하면 모두 승인되는 시스템이다 보니 평가 기준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Q. 마무리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헌법은 최저임금 취지를 ‘저임금노동자의 생활안정’ 및 ‘차별 없는 적정임금 보장’으로 규정하고 있고, ILO도 동일가치·동일임금 원칙 준수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도 최저임금법 제7조 때문에 많은 장애인들이 최저임금 이하의 보상을 받고 있음을 우려하며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 삭제와 장애인 공동일자리 확대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에게 최저임금도 주지 않으면서 비장애인과 비교하며 정상적 생산성을 강요하는 방식이 아닌 장애인 당사자가 있는 그대로 수행할 수 있는 최저임금 이상의 사회적 가치 창출 일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OECD 회원 38개국 가운데 장애인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지 않는 나라는 모두 9개국이다. 이중 별도 특례제도 등을 통해 장애인 임금의 하한선조차 정해놓지 않은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3개국(한국, 뉴질랜드, 캐나다 일부)뿐이다.
프랑스 등 일부 선진국은 기업이 보장하지 못하는 최저임금 차액을 국가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제를 유지하고 있다.
2014년 UN장애인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최저임금에서 배제된 장애인 노동자의 임금을 보조해주는 제도 도입을 권고한 바 있으나, 36년째 달라진 것은 없다.
충북차별철폐대행진은 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최저임금 적용제외, 차별적용, 결정기준 등 제도 개선을 위한 요구도 알려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