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저임금 차별 적용과 제도개선
전환 충북 이인선 활동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심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충북의 노동단체가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비정규직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는 최저임금이 왜 대폭 인상되어야 하는지, 최저임금 인상이 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나아가 한국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차별과 불평등에 대한 글을 보내왔다.
충북인뉴스는 총 네 차례에 걸쳐 이들의 주장을 싣는다.(편집자 주)
세종청사가 생기기 몇 해 전 여름, 빌딩 숲속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 아래 ‘최저임금 인상하라!’, ‘너희들도 최저임금으로 살아봐라!’ 아스팔트 위 초로의 노동자들 외침과 함께 한 적이 있다. 다른 집회와 달리 고령 노동자들과 여성 노동자들이 대부분이었던 그 날의 생경한 풍경은 이젠 낯설지 않다.
경비 노동자, 미화 노동자, 돌봄노동, 배달 노동 그리고 자영업 노동자까지 모두 고령사회를 반영하는 듯하다. 갈수록 분절화되고 불안정해지는 노동의 세계는 고령 노동자에게만 맞닥뜨리는 현실은 아니다 청년, 장년 할 것 없이 남녀노소 대한민국의 현생이다. 이 현 생계에서 각자도생이 당연하고 한 발 삐끗하면 수천 길 낭떠러지 아래 아비규환의 지옥계가 열린다. 모두 날이 서 있다. 힘들기 때문이다. 무섭고 외롭기 때문이다. 무섭고 외로운 세상, 최저임금제,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마지노선이고 울타리일 것이다. 이 선을 넘고 울타리를 걷어내고 쳐들어오고 있다.
적과 아군을 구분할 수 없는 혼돈계에서 승리하는 전술은 단결 투쟁만이 살길이다. 강고한 연대투쟁이 우리의 길이다. 업종별·지역별·연령별 차등임금제 주장은 노동자들을 갈라치기하고 차이를 차별과 불평등으로 고착화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실질임금이 하락하고 민생 파탄의 악순환을 가져올 것이다.
2018년 정기상여금, 식대 등 현금성 복리후생비가 포함되는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시키더니 2024년 외국인 가사도우미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시작으로 업종별 차등 등의 주장이 최저임금 이슈를 덮고 있다. 차등적용이 불황을 해소하고 자영업자 등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지 말고 모든 일하는 사람들에게 노동자성을 부여해서 근로기준법 등 노동 관련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감시·단속적 노동자, 단순 노무 종사자 및 1년 미만 제외 수습노동자, 장애인 보호작업장 노동자, 농수축산업노동자, 가사노동자, 배달 등 플랫폼종사자, 특수고용노동자들 그리고 영세 자영업자에게 노동자성을 확대해야 한다.
2013년 가맹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제14조의 2는 점주들의 단체교섭권을 규정했지만 실효성이 없었다. 2024년 21대 국회에서 협의 요청에 불응할 경우 제재조치 등을 포함하여 단체교섭권을 실질화한 법안을 본회의 상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또한 민생법안들과 함께 지난 국회에서 폐기되었다.
2022년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이 제정되어 가사서비스 제공기관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상 연차휴가, 4대 보험, 퇴직금 등의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가사서비스 제공기관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경우는 법의 온전한 보호를 받을 수 없다.
60세 이상 고령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감액하자는 의원들에게는 65세 이후 고용된 노동자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이 제외된 현행법의 문제는 문제로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 부당해고, 연장 휴일 야간 가산 수당, 연차휴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등의 문제는 어떤가.
노동자 다섯 중 한 명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고 5인 미만 사업장의 절반 이상이 여성 노동자이며 30%가 고령 노동자이다.
시대의 변화와 상황 여건에 따라 최저임금제도 변해야 하고 예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노동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데는 있다는 최저임금법의 목적은 위배하지 말아야 하지 않은가.
‘연대’만이 살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