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덮인 나무뿌리, 훼손 없다던 우암산 데크길”

시민단체, "우려했던 나무 훼손 심각하다" 지적 "보행약자 편의, 식생 보존 둘다 잃은 '탁상행정'"

2024-05-16     이종은 기자

 

우암산 둘레길 내 훼손된 나무 사진 (충북연대회의 제공).
우암산 둘레길 내 훼손된 나무 사진 (충북연대회의 제공).

 

지난해 12월 조성된 우암산 데크길을 두고 시민단체가 수목 훼손이 만연한데다 가파른 경사 등 보행 편의성도 떨어지는 ‘엉터리’ 공사라며 규탄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이하 충북연대회의)는 16일 성명을 내고 “100억 혈세를 쏟아부은 탁상행정이 저지른 엉터리 공사의 전형”이라며 “청주시는 나무 건강 진단과 생육환경 개선을 우선하라”며 우암산 생태 보전을 촉구했다.

지난해 청주시는 총 4.2km 구간에 도비 75억 원, 시비 25억 원 총 10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우암산 둘레길 조성에 나섰다.

시민단체는 100억 혈세를 들여 2400여 그루 나무를 훼손한다며 거세게 반대했으나 청주시는 수목 훼손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데크길 조성’을 강행해 논란이 일었다.

그해 12월 청주시는 삼일공원에서 어린이회관 방향 2.3km 구간에 데크길을 준공해 개방했다.

시민단체의 반발에 청주시는 ‘데크를 설치할 때 상판에 구멍을 뚫어 수목 훼손을 최소화’하겠다며 ‘식생 유지에도 문제가 없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청주시의 호언장담과 달리 개방된 우암산 둘레길을 방문한 시민단체는 ‘참담했다’며 분노했다.

충북연대회의는 “작거나 가치가 없다고 여겨지는 관목과 어린나무들은 제거됐고, 큰 나무들도 가지가 잘려 심하게 훼손됐다”며 “데크 상판 구멍은 딱 자기 몸통만큼의 공간만 있었으며, 일부 왕벚나무는 뿌리까지 시멘트가 덮여 있어 고사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보행약자도 편하게 다닐 수 있다던 데크길은 가파른 경사와 높은 보행로 경계석 때문에 전동 휠체어조차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이동이 불가능했다”고 꼬집었다.

충북연대회의는 “데크길이 조성되는 구간은 멸종위기종인 하늘다람쥐와 오색딱다구리, 붉은머리오목눈이, 참매 등 수많은 동식물이 서식하는 곳”이라며 “우암산 나무숲은 거주지와 상업지역의 훼손을 막아주는 생태구간이자 ‘점이대’로 청주 도심의 허파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4월 청주시는 2차 데크길 조성 사업을 입찰에 부쳤다. 시는 30억 원가량을 들여 우암산 근린공원에서부터 어린이회관까지 1.9km 구간에 둘레길 조성사업(데크길 조성)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