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력으로 탈출해 살아 돌아왔더니, 왜 혼자 나왔냐”
오송참사진조위, 피해자 지원현황 및 개선방안 발표 피해자 사과 요구에 청주시장, “그럴 계획 없다” 심리치료 지원 등 재난 매뉴얼 전혀 지켜지지 않아 참사 이후 공적지원, 권리보호, 회복프로그램 부재
오송참사 원인부터 대책까지…시민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⓶
시민·교수·변호사 등 각계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된 오송참사시민진상조사위원회(오송참사진조위)가 오송참사의 원인부터 현황, 앞으로의 대책까지 그동안 진행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오송참사진조위는 지난 3개월간 오송참사의 원인 및 현황 등을 조사한 결과, 재난 매뉴얼은 물론 기관 간의 연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참사 이후 대응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또 충북도지사, 청주시장 등 기관장의 중대재해처벌법 및 과실치사혐의가 적용된다며 조속한 수사와 기소를 촉구했다.
충북인뉴스는 오송참사진조위가 발표한 내용을 주제별로 나눠 총 4차례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주)
<생존자 인터뷰>
“누가 버스 생존자냐고 그래서, 전데요, 그랬더니, 왜 혼자 탈출했냐 이런 식으로 취조를, 이제 막 하는 거에요. 네다섯 번 똑같은 거를 물으러 여러 사람이 와서 왜 너만 나왔냐 이걸 계속 물어보고. 나중에 막 (생존자가)울고, 여러 명이 와 가지고 똑같은 거를 또 쓰고 또 쓰고 또 쓰고.” - 오송참사시민진상조사위원회 최종보고서 중 -
오송참사는 참사 원인도 문제였지만, 참사 당시와 참사 직후에도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궁평2지하차도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구조’가 아닌 자력으로 '탈출'했다고 증언했으며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도, 또 귀가한 이후에도 지자체로부터의 실질적인 도움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각자 알아서 회복방안을 찾아야만 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2차 가해로 심각한 고통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오송참사시민진상조사위원회는 24일 열린 최종보고회에서 오송참사 피해자 지원과 관련, 생존자 및 유가족들의 생생한 증언과 함께 문제점을 공개했다.
오송참사진조위에 따르면, 피해자 지원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은 우선 ‘신고·구조에서 응급조치까지 공적 대응 체계가 작동하지 않고 피해자 개인의 자력 탈출과 자구 노력으로 생환되거나 희생됐다’는 점이다.
<생존자 인터뷰>
“너무 아무 장비 없이 보통 119가 출동하듯이 와서 너무 패닉이 된 거예요. 그분들(119대원들)도 다들 막 당황한 게 보여요. 서로 ‘야 이거 어떻하냐’ 막 이러면서 그걸 우리가 이제 바깥에서 보고 있으면 마음이 너무 불안하잖아요.” - 오송참사시민진상조사위원회 최종보고서 중 -
이해진 조사위원은 “생존자들이 병원으로 이송, 귀가하는 과정, 귀가 이후 회복과정에서도 지자체는 없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지자체 시스템과 응급의료 시스템 연계 부재로 응급실에서 입원, 진료 및 검사, 병원비 지불, 귀가 과정 등 모든 것을 생존자가 개인적으로 처리했다고 전했다.
이 조사위원은 “생존자를 피해자로 인식하지 않는 문제점을 발견했다”며 “지자체 행동 메뉴얼에는 생존자 정의조차 부재하고 부상자 범위가 매우 협소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생존자들이 느끼는 죄책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생존자들과 인터뷰해 본 결과, 생존자들은 참사 당시 주변 사람들의 탈출을 도왔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이해진 조사위원은 “과연 이것이 피해자가 가져야 하는 생각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시장 및 도지사의 도의적인 사과 또한 없었다는 점도 지적됐다.
<생존자 인터뷰>
“도지사한테 사과 요구를 했거든요... 어쨌든 안 이뤄졌고, 시장한테도 요구했어요. (담당공무원이) 그러니까 시장이 홈페이지에 그 수해민이나 시민들한테 공개적으로 송구스럽다는 얘기를 했다. 거기에 우리 생존자들도 포함이 된 거다. 그래서 저희들(생존자들)한테 따로 개인적으로 (사과를)할 계획이나 그런 건 없다라고 얘기했어요.” - 오송참사시민진상조사위원회 최종보고서 중 -
유가족들을 위한 공적지원, 권리보호, 회복프로그램이 부재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해진 조사위원은 “유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매뉴얼이 있음에도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며 생존자들과 마찬가지로 자력으로 회복방안을 찾아야만 했다고 전했다.
△장례 절차를 모두 준비한 이후에야 담당 공무원이 찾아온 점 △분향소 철거를 요구한 점 △심리치료와 법률지원이 부실했던 점 △담당공무원이 화장터까지 찾아와서 필요한 절차라며 사인을 하라고 요구한 점 등을 언급했다.
<유가족 인터뷰>
“도청이 저희한테 뭐랬냐면 (분향소)그거 하려고 비용이 (든다고)죽는 소리를 하시는 거에요. 그리고 운영하는데 (얼마가)들어간다 이런 것도 언론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또 시민이 와서 내 세금을 왜 갖다 쓰냐 이런 내용까지 들려버리니까 솔직히 갑자기 저희 마음이 확 뭐랄까 의기소침해진다고 해야 하나요? 그런 게 확 드는 거예요.” - 오송참사시민진상조사위원회 최종보고서 중 -
이해진 조사위원은 “유가족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실무책임자뿐 아니라 최종 책임자가 처벌을 받는 것”이라며 “만일 이러한 것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에는 결국 우리도 잠재적인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해진 조사위원은 피해자 지원 현황 및 개선방안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 1월 생존자 및 유가족 10명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