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충북교육청은 IB도입 이유와 계획 밝혀라
이제 와서 왜 또다시 단재고와 행복씨앗학교를 이야기하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혹자는 철 지난 주장을 아직도 하는 것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충북교육청이 IB를 언급하는 순간, 단재고와 행복씨앗학교를 또다시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지난 2년간 윤건영 교육감은 IB와 철학이 동일한 단재고와 행복씨앗학교를 정면으로 부정해 왔다. 그런데 이제와서 아무런 설명도 없이 IB를 도입하겠다고 하니 당연히 어리둥절하고 여러 가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윤 교육감이 하려는 IB는 도대체 어떤 교육인가, 단재고와 행복씨앗학교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다수의 시도 교육청에서는 IB를 도입하고 있다. 극에 달한 ‘경쟁교육’과 ‘양극화’에 아이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의 표현이다. 살인적인 경쟁교육을 해소하고 미래교육에 한발 다가서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수의 교육감들은 IB교육방식에 공감하고 있다.
충북에서도 IB와 관련해 교사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있다. 청주 동주초에서는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IB를 공부하고 IB연구학교로 지정해달라고 도교육청에 요구했다. 어떤 방식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야 할지 연구하고 있으며 IB월드스쿨 정보를 알고 싶어 한다.
제천 송학초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학년별로 IB학습공동체를 운영하고 주제 중심 수업을 위해 교사들은 여기저기에서 IB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 교육감이 IB를 하겠다고 밝혔을 때 들었던 생각은 두 가지다. 반가움과 걱정이다. 충북에서 IB를 한다는 것이 한편에서는 무척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구체적인 계획 또는 방향성을 밝히지 않은 채 진행하는 것 같아 반가움만큼이나 우려도 크다.
혹시 IB의 철학에는 동의하지 않은 채 IB가 자랑하는 교육방식만을 도입하려는 것은 아닌가, 결과적으로 IB가 경쟁교육과 일부 특권학교를 더욱 부각시키는 요인이 되는 것은 아닌가.
기자는 충북교육청에 여러 번 질의했다. 담당자에게는 수 차례 전화를 했고, 공보실을 통해서도 연락했다. 하지만 해당 부서의 담당자는 전화를 받지 않고 있고, 공보실은 IB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며 곤란해한다.
충북교육청은 이제라도 IB를 왜 도입하려고 하는지,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 단재고와 행복씨앗학교보다 어떻게 업그레이드시킬 것인지, 그리고 충북교육청이 추구하는 IB방향성은 과연 무엇인지 반드시 말해야만 한다. 만일 그렇지 않는다면 ‘미래교육 흉내만 내는 것’이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IB와 혁신학교를 모두 연구한 인하대학교 교육학과 손민호 교수는 IB를 추진하면서 철학을 빼놓는다면 사상누각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충북교육청과 윤건영 교육감은 충북에서 IB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를 밝히길 바란다. 혹시 이러한 고민이 아직까지 없다면, 이제라도 전문가들과 함께 고민해보길 진심으로 충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