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고 목표 공모로 정하고 주민의견 반영”…거짓이었나
도교육청, “설명회 당시 단재고 결정사항 아무것도 없다” 밝혀 도민행동, 교육청 면담 결과 1학년 보통교과 60시수 이상 배치 공모로 교육목표 정하고, 후에 교육과정 짠다더니 이미 결정? 주민 A씨, “황당했다. 주민 개무시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단재고 정상개교를 위한 도민행동’(이하 도민행동)은 충북교육청이 청주시 가덕면 주민들과 도민들에게 거짓 정보를 발표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단재고 방향이 아직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고, 앞으로 도민 토론회와 공모 절차를 거쳐 목표와 비전을 결정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
지난 4일 충북교육청은 가덕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중등교육과 모지영 장학관은 “단재고와 관련해 정해진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고 향후 진행될 도민 토론회와 도민대상 공모를 바탕으로 단재고의 방향을 결정하고 이후 TF팀이 교육과정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도민행동에 따르면, 지난 15일 단재고 업무 담당 장학사들과 도민행동 관계자들은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모지영 장학관은 단재고 1학년 교육과정에 보통교과를 60~70시수 이상 배치할 것이고, 2·3학년에게는 3~4가지 특정 진로 트랙에 맞는 선택과목을 개설해 수강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설명회에서 말한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발언과는 상반된다.
도민행동의 정길재 교사는 “단재고 방향성과 교육과정의 방향을 이미 결정하고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지역주민에게 거짓 정보를 공표하고, 지역주민의 의견을 철저하게 무시한 담당자에게 항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의면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주민설명회 때 분명히 확인했다. 그날 모 팀장은 포럼이나 토론회를 통해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런 방향에서 교육목표를 공모하고 결정된 교육목표에 맞춰서 TF팀이 교육과정을 짜겠다고 했다. 도민들의 생각을 반영하겠다고 세 번 정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민행동의 설명을 듣고 황당했다. 주민들을 개무시한다는 생각밖에 안든다”고 비판했다.
또 “다시 한번 모 팀장에서 직접 확인할 생각이다. 모 팀장이 어떤 자격으로 이야기한 것인지, 교육청의 공식적인 입장인지, 설명회 때 주민들에게는 왜 그렇게 말을 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중등교육과 담당 장학사에게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편 가덕면 주민 ‘무시 처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도교육청은 가덕초·중학교 통합시 학부모들에게 통합 조건으로 2024년 단재고 개교를 약속했었다. 당시 학부모들은 도교육청 담당자들로부터 단재고의 목표와 비전, 교육과정 등에 대해 설명을 들었고, 동의했다. 이들은 결국 가덕초·중 통합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윤건영 교육감 취임 이후 도교육청은 지난해 12월 국·과장 회의를 통해 2024년 단재고 개교를 1년 연기했다. 가덕지역 학부모들을 위한 설명은 없었다. 지난 4월부터 개교연기와 관련 도민행동의 비판이 지속되었고, 7월 12일 오영록 교육국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개교 연기를 공식화했다. 주민들과 대화를 한 것은 지난해 10월 열린 주민설명회 이후 1년 만이다. 결과적으로 가덕초·중 통합의 조건으로 내세웠던 2024년 단재고 개교 약속은 아무런 설명 없이 어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