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지수와 행복교육

2022-03-31     홍성학 충북교육발전소 공동대표

충북교육발전소는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연대하여 건강하고 행복한 교육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교육단체입니다. 작은 배움도 소중히 여기고, 친구와 같이 성장하고 기쁨이 있는 학교를 희망합니다. 교사와 부모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아이들을 돕는 교육,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을 지원하는 지역사회를 꿈꾸지요. 충북교육발전소가 전하는 희망을 이곳에 담습니다.(편집자 주)

홍성학 충북교육발전소 공동대표.

홍성학 충북교육발전소 공동대표

지난 3월 20일은 ‘세계 행복의 날’이었다. 유엔에서는 2013년부터 매년 이날을 ‘행복의 날’로 정하고 축하해 왔다. 그리고 유엔 산하 자문기구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에서 매년 세계 행복의 날을 맞이하여 세계 각국의 행복도를 비교한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를 발간하였다. 올해는 지난 3월 18일에 <2022 세계행복보고서>를 발표하였는데,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전 세계 146개국 중 59위다.

세계행복보고서는 1인당 GDP,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 건강기대수명(Healthy life expectancy), 삶에 대한 선택의 자유(Freedom to make life choices), 관용(Generosity), 부정부패에 대한 인식(perceptions of corruption) 등의 항목에 대한 3년 치 자료를 분석해 산출한다. 우리나라는 1인당 GDP 항목에서 26위를, 건강기대수명 항목에서는 4위를, 부정부패에 대한 인식 항목은 46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삶에 대한 선택의 자유 항목은 113위, 사회적 지지 항목은 86위, 관용 항목은 94위로 매우 낮았다. 결국 한국의 경우 경제성장과 행복이 일치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러한 항목 중에서 삶에 대한 선택의 자유 항목의 낮은 순위는 행복교육을 실현하는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항목에서는 ‘인생에서 무엇을 할지 선택할 수 있는 자유에 불만이 있는지’를 묻는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초등학교부터 철저히 경쟁과 순위로 점철된 교육을 받고 있다. <2021년 청소년 통계> 자료에서 우리나라 13~18세 청소년이 고민하는 문제 중 공부가 46.5%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성적과 경쟁으로 아이들을 평가하고 상위권 대학 진학을 욕망하도록 부추기는 학교 현장에서 다양한 삶에 대한 선택의 자유는 낮을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삶에 대한 선택의 자유가 낮은 것은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발표하는 <한국 아동 삶의 질> 보고서에서도 드러난다. 2016년에 발표한 보고서의 책임연구자 서울대 이봉주 교수는 우리나라 아동의 경우 부모와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에 맞추느라 항상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분위기에 위축되어 있다고 하였다. 부모들이 습관적으로 언급하는 누구 아들, 누구 딸의 이야기와 지나치게 경쟁적인 사회 구조가 아이들의 행복지수를 박탈하는 주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 아동의 삶의 질 연구 10주년을 맞이하여 2021년 12월 발표한 <지난 10년의 성과와 향후 10년의 과제> 심포지엄에서 “우리나라 아동들의 높은 학업스트레스와 이로 인한 자유시간 부족, 수면시간 부족은 여러 연구를 통해서 드러난 바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저희 연구에서 우리나라 아동들에게서 유독 많이 발견되었던 것은 시간 사용 만족도와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도가 낮다는 점이었습니다. 자유롭게 자신의 시간을 계획하고, 사용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자유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 그리고 지나친 경쟁과 비교 등으로 인하여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도가 낮다는 점이 우리나라 아동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판단하였습니다”라고 밝혔다.

학생들은 사회로 진출하기 전에 이미 승자만 살아남는 사회, 진실된 협력이 상실된 사회, 서로에 대한 배려가 줄어든 사회, 쉼을 용인하지 않는 사회를 교육 현장에서부터 느끼고 있는 것이다. 선택을 강요받은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자기만의 삶과 꿈 그리고 쉼이 없어 행복한 교육으로 이끌 수 없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교육 현장과는 달리 대다수 선진국 교육은 행복교육에 맞춰져 있다. 예를 들어 정석원의 저서 ‘덴마크 행복교육’에서는 우리나라 교육과 너무나 다른 덴마크의 행복교육을 소개하고 있다.

“자기 연령에 맞춰 자라나며 제 삶을 살고, 자기만의 꿈을 꾸며 진로를 찾고, 충분한 휴식을 하며 쉬엄쉬엄 공부해 나간다. 그들은 행복을 유예하지 않고 지금 누리며, 친구들과 그 행복을 나눈다. 그들의 학업성취도는 우리보다 ‘우수’하지 못하다. 그렇지만 그곳 어른들은 자기의 속도로 제 길을 찾아나가는 아이들을 대견해하며 격려한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입학을 중요시 여겨 학부모가 가장 기뻐하는 날이 자녀가 대학에 합격하는 날, 명문대학에 합격하는 날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교육경쟁력은 국제경영개발원(IMD)에서 발표한 대학교육경쟁력 순위에서 2008년에는 55개국 중 53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고, 2019년에는 63개국 중 55위에 위치할 정도로 낮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둔감하다. 학벌추구의 비정상적인 교육에 매몰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5월 10일에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6월 1일에는 교육감 선거가 있다. 새로운 정부와 교육감 후보들이 아동들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행복교육 정책을 적극 마련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적어도 문용린 교수의 저서 「행복교육」에서 제시한 행복교육의 세 가지 조건을 고려할 것을 제안한다. 세 가지 조건은 ‘먼저 아이에게 미래에 대한 ‘꿈’, 노력에 의해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 자신이 원하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둘째, 진정한 몰입을 경험하고 긍정적인 존재감을 갖게 하기 위해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 셋째,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 즉 인성이 갖춰져야 한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