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휴게시간이 싫다”…학교 당직노동자들의 외침

16시간 학교에 있지만 노동시간은 6~8시간만 인정 “감시·단속적 근로자 적용제외 승인제도 폐지해야”

2021-09-06     최현주 기자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 당직전담사분과 최석현 분과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매일 16시간을 학교에 있는데도 일한 시간은 8시간밖에 안쳐줘요. 150만원 조금 넘어요. 그래도 저는 다른 사람에 비해서 엄청 많은 편이에요. 6시간밖에 안쳐주는 학교가 충북에만 40~50%될 거예요. 그분들은 100만원도 안돼요. 저희들이 바라는 거는 그냥 간단해요. 노동한 만큼 값어치를 인정해 달라는 거예요.”

 

학교를 지키는 학교 당직 노동자들이 ‘일한 만큼 대가를 달라’며 한자리에 모였다. 일명 ‘감시·단속적 근로자 적용제외’ 노동자들인데, 이들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과 휴게·휴일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즉 16시간을 노동현장(학교)에 있음에도 ‘노동을 했다’고 인정받는 시간은 고작 6시간, 많아야 8시간밖에 안 된다.

청주지역 A중학교에서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B씨. 그는 매일 오후 4시에 출근해 다음날 아침 8시 30분에 퇴근한다. 그의 업무는 학생과 교직원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이후부터 시작되는데 각 교실과 계단, 학교 시설물을 전부 돌며 불을 끄고 문을 잠그는 일로 시작한다. 2시간가량 일이 끝나면 급식실 직원이 미리 챙겨둔 식사를 하고 학교 순찰 업무를 밤 10시까지 한다. 아직 학교에 남아있는 학생은 없는지, 학교에 무단으로 들어온 사람은 없는지, 구석구석 살핀다.

밤 10시 이후부터는 휴게시간이다. 그러나 제대로 잠을 잘 수는 없다.

 

“며칠 전에는 한밤중에 학생들 몇몇이 학교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운동장에 모여 술을 먹더라고요. 다행히 발견해서 타일러 보냈는데, 미처 발견하지 못하면 아침에 뒤처리까지 청소해야 되고요. 새벽 5시가 좀 넘으면 우유나 급식차량이 들어와요. 그러면 얼른 문도 열어줘야 하고요. 특히 학교 시설물을 고치는 공사라도 하게 되면 밤낮이 없어져요. 수시로 공사차량이 들락거리기 때문에 항상 문을 지키고 있어야 되고……. 휴게라고 하지만 휴게가 아니에요.”

 

평균연령 70대, “사실 하는 일도 별로 없지 않는냐”는 질문에 B씨는 이렇게 답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 제공.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는 6일 고용노동부청주지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당직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과 휴게·휴일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지 못하면서 장시간 학교에 체류하고 극히 짧은 시간만 유급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고용노동부는 대책마련과 근로감독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명절이면 짧게는 3일, 길게는 일주일을 학교에 구속된 채 24시간 일하지만 유급으로 인정되는 시간은 고작 6시간 정도에 불과하다”며 “학교현장에서 당직노동자들이 강요받는 불합리하고 기형적인 근로시간을 개선하는데서 ‘근로시간·휴게·휴일적용제외’라는 명백한 차별을 철폐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초미의 과제”라고 주장했다.

최석현 분과장이 고용노동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모습.(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 제공)

 

특히 최근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일부개정훈령(안)’을 행정예고했으나 학교 당직노동자들에게는 아무런 개선효과가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개정안을 통해 감시·단속적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별도 수면시설 또는 휴게시설 기준을 제시했다. 또 월평균 4회 이상 휴무일 보장, 수면시간을 포함한 휴게시간은 근로시간보다 짧아야 한다는 것을 명시했다.

그러나 ‘다만, 사업장의 특성상 불가피성이 인정되고 휴게시간에 사업장을 벗어나는 것이 허용되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라는 조항을 둬 학교 당직노동자는 사실상 해당되지 않게 됐다. 또 이미 적용제외 대상으로 승인받은 경우는 새로운 개정안을 적용할 수 없어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생겼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차별적인 감시단속적근로자 적용제외승인제도를 온전히 폐지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새롭게 마련된 승인기준의 즉각적인 적용이라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B씨는 “노동 강도는 강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야간당직근무를 하고 있고 학교 울타리 안에 있으라고 한다. 휴게시간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며 “최소한 8시간만이라도 인정해 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