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산업단지 유치하는데 종교가 문제라니?”
이원종지사 문선명 총재 만남, 일부 종교인들 ‘트집’
통일교(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가 국내 관광·레저·스포츠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간조선 1월호는 “IMF 사태 직후인 98년 계열사들이 줄줄이 부도나면서 국내사업이 위축됐던 통일교가 막대한 외자를 앞세워 새로운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통일교가 인수한 사업과 향후 투자 액수를 감안하면 3조원 가까운 통일교 자금이 국내에 유입됐거나 유입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그 중 눈길을 잡아당기는 것이 전남 여수시에 건설될 (가칭) 국제해양관광레저단지와 헬기조립 공장. 여수시 화양면 일대 300만평에 들어설 이 단지에 통일교는 향후 10년간 1조6000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미 여수시 화양면 일대 180만평을 매입하고 지난해 9월 김충석 여수시장과 투자협약서(MOU)에 서명했다는 후문이다.
충북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통일그룹내 WTA(워싱턴타임즈에이비에이션)가 미국 굴지의 헬기 제조업체인 시콜스키사와 공동으로 건립하려는 헬기조립 공장. 이미 WTA는 경기도 김포시에 이 시설을 설립키로 하고 MOU 각서까지 체결한 상태이나 MOU는 구속력이 없어 얼마든지 자유경쟁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마침 항공산업단지 유치를 갈망해온 충북도와 한국공항공사 청주지사측은 WTA의 공장 건립소식을 접하고 지난 1월 3일 경기 가평에 있는 통일연수원에서 문선명 총재를 만나 충북 유치를 적극 주장했다. 공항공사 청주지사측은 “현재도 통일그룹과 계속 접촉하고 있다”고 말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
그러나 항간에서는 “기독교신자인 이원종 지사가 문선명 통일그룹 총재를 만났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들이 떠돌고 있다. 기독교신자인 모씨는 “이지사가 사업도 좋지만 문총재를 찾아갔다는 것이 기분나쁘다”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통일그룹이 3조원의 외자를 유치해 국내에서 여러 사업을 벌이려고 하는 이 시점에 충북사람들은 이렇게 종교적인 색채를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이길희 공항공사 청주지사장도 “종교 때문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공항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이 중요하다. 통일그룹이 추진하는 관광레저단지 조성은 여수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충주와 괴산지역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 피스컵축구대회 개최지가 정해지지 않았는데 이런 것도 적극 유치할 필요가 있다. 피스컵축구대회 사무총장인 세계일보 사장이 청주출신이라고 들었다. 충북도내 통일그룹 인맥을 적극 활용해 충북도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북에서 문총재를 접촉하는 등 항공산업단지 유치에 힘을 쏟자 김포시는 어느 때보다 WTA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포신문에 따르면 김동식 김포시장은 지난 1월 29일 미국 워싱턴DC에 소재한 WTA사를 방문하고 항공산업단지의 차질없는 추진을 약속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WTA사는 김포시 대곶면 대벽리 일대 3만3000여평의 토지 매매 계약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결정은 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접한 시민 모씨는 “항공산업단지 유치를 앞두고 자치단체간 경쟁이 이렇게 치열한 마당에 충북도민들이 종교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정말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앉아서 기다리는 시대가 아니다. 단체장이 기업인을 만나러 가야 할 때다”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