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드는 성매매, ‘대책이 필요해’
불황의 여파로 대형 사우나 호황
불황의 여파로 대형 사우나 호황
2005-01-28 박소영 기자
“1차에서는 술만 마시고 2차는 다음날 점심때 만나요”
청주에서 자영업을 하는 장모(38)씨는 최근 한참 일할 낮시간에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잠시 망설였다. 술집 아가씨로부터 만나자는 유혹의 전화였기 때문이다. 지난밤 거래처 사람들과 함께 찾았던 00룸살롱에서 아가씨와 전화번호를 주고 받은 기억을 떠올렸다. 조건은 잠시 만나 즐기는데 10만원. 20만원을 주고 저녁에 2차를 나갔을때와 비교하면 절반가격의 좋은(?) 조건이었다.
최근 경찰의 단속 염려가 없는 점심시간대에 술집 여성과 손님들 사이에 은밀한 만남이 성행하고 있다. 단속을 두려워
하는 손님들을 상대로 술집 아가씨들이 안전한(?) 2차가 가능하다는 제안을 해 온다는 것. 1차에서는 깔끔하게 술만 마신 뒤 이튿날 회사근처나 청주 외곽에서 아가씨와 만나 점심식사를 하고 모텔에서 사랑을 나눈다.
‘정오에 만나요’라는 뜻으로 ‘눈타임(noon time)’이라고도 불린다. 1차는 룸살롱이나 단란주점에서 술과 대화로 간단히 끝내고 잠자리를 뜻하는 2차는 다음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갖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비용은 전날 주거나 만남 이후에 치루면 되기 때문에 부담없이 다음날 직장 근처나 약속장소에서 아가씨를 만나 오붓한 데이트를 즐긴다. 점심시간을 이용한 ‘눈타임’은 들킬 염려가 없는 탓에 청주 인근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2년째 단란주점에서 일하고 있다는 김모(27)양은 “점심 때 만나 관계를 맺으려 하면 남성들이 쑥스러워하면서 밥만 먹고 헤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잠깐씩 즐기는 편이다. 성매매 단속 이후 많은 술집들이 문을 닫았고 수입도 뚝 떨어져 먹고 살기가 힘들다. 이렇게 해서라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성매매 단속 이후 불황에 빠진 모텔들은 이들의 방문에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청원군 00면 A모텔 직원은 “성매매 단속 이후 낮 12시∼2시 사이 잠깐 쉬었다 가는 손님들이 늘어난 편이다”고 말했
다. 근처 B모텔의 사정도 마찬가지. 종업원 박모씨는 “점심시간에 찾아오는 고객들중 상당수는 정장의 직장인들로 보이고 여자는 젊고 깔끔하게 차려입은 스타일이다. 연령대도 남자는 30∼50대로 다양하지만 여자는 20대가 대부분이며 투숙시간은 점심때 1시간 가량 있다가 체크아웃 한다”고 귀뜸했다.
업소에서 직접 성매매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청주 용암동과 가경동의 일부 노래방에서는 도우미로 온 아가씨들이 입으로 성적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5만원의 봉사료를 받고 있다. 조건이 맞으면 바로 옆 룸에서 10만원에 성매매까지 가능하다. 아가씨들은 양주를 주문하고 돈이 있어 보이는 손님 테이블만 골라 은밀히 성매매를 제의하고 있다.
직장인 최모(33)씨는 “용암동의 한 노래방에는 20대 중반의 경상도 아가씨들이 도우미로 들어와 분위기가 익어갈 무렵 성매매를 제안한다. 아가씨들의 수완이 워낙좋아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단속을 걱정하는 남성들을 향한 유혹은 제주도원정까지 이어지고 있다. 주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 편안한 만남을 가질 적지로 꼽히고 있다. 1차에서는 술만 마시고 전화번호를 주고 받은 뒤 술집 아가씨가 쉬는 날을 잡아 제주도에서 만난다. 업주는 단골 손님을 만들기 위해 은근히 아가씨들에게 2차를 부추기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가씨들은 화대로 항공료를 치루고 잘만하면 수십만원의 팁까지 챙길수 있어 손님들을 은근히 유혹하고 있다. 남성들도 절대 단속될 염려가 없어 ‘누이좋고 매부좋은’ 만남이 되고 있다.
대형 사우나는 불황의 여파로 최근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마사지 서비스가 사실상 성매매에 준하는 ‘유사성행위’에 해당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손님에게 기구나 손을 이용해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4만원의 봉사료를 받고 있지만 손님들이 몰려 줄까지 서야하는 진풍경이 연출될 정도라는 것.
남성휴게텔이나 출장 마사지도 마땅히 갈 곳이 없어 고민하는 남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8~10만원이면 안마는 물론 목욕에 성매매까지 할 수 있어 성업중이라는 것. 현장을 적발하지 못하면 단속조차 어려워 성매매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한편 성매매가 다시 고개를 들자 경찰도 단속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지난 14일까지 218건을 성매매 특별법 위반으로 단속했다는 것. 이 가운데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가 136건(62%)이었으며 출장 마사지 30건(13%), 유흥업소 성매개가 6건(2%) 순으로 나타났다.
단속에 적발된 207명 중엔 성매수남이 129명(62%)으로 가장 많았고 업주 31명(15%), 성매매여성 30명(14%) 순이었다. 성매수남의 연령대는 30대가 60명으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으며 40대가 45명(34%)으로 30-40대가 전체의 81%를 차지했다.
경찰은 대형 유흥주점이나 노래방, 남성휴게텔 등에서 아직 뚜렷한 단속의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관이나 원룸, 업소내부에서 성매매가 이뤄지는데다 당사자들이 부인할 경우 증거가 없어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이달은 청소년 성매매 특별단속기간으로 설정해 단속을 벌이고 있다. 업소나 남성휴게텔 같은 곳은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내부 제보자가 없으면 단속이 어렵다. 주변의 신고나 첩보 수집을 통해 지속적으로 단속을 벌일 계획이다”고 말했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으로 성매매가 수그러드는 모습을 보이면서 매매춘 근절이라는 특별법 시행 취지가 한동안 실효를 거두는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 다시 성매매가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법제정에 따라 지속적인 단속을 통해 잘못된 접대문화를 개선할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이형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