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제거 수술 후 사라진 치아, 알고 보니 뱃속에?

지난달 충북대학교병원서 수술 받은 환자, 의료과실 '주장'
병원 "사실관계 확인 중. 의료분쟁 전담팀에서 소명할 것"

2018-11-05     박명원 기자


"종양제거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깨어나 보니 치아 3개가 사라졌다" 지난달 충북대학교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김춘식(가명)씨 말이다.

김 씨와 가족들은 '황당하다', '믿을 수 없다' 등의 말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씨와 가족들의 주장에 따르면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10월30일, 상세불명의 림프절병증으로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김춘식 씨. 한 시간 가량 수술을 마치고 전신마취에서 깨어난 김 씨는 황당한 상황을 마주했다. 수술 전까지 있었던 자신의 앞니 3개가 사라진 것.

김 씨는 "수술을 받고 난 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한 시간 전까지 있었던 내 앞니 3개가 사라졌다. 간호사에게 내 치아가 없어졌다고 말했지만 제대로 듣지 않았다"며 "무슨 경로로 내 이가 사라진 것인지 설명을 듣지 못해 답답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엑스레이에 잡힌 치아, 알고 보니 뱃속에?

치아가 사라진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설명을 듣지 못한 김 씨는 수술이 끝난 당일 오후 엑스레이 촬영을 하고 다음날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다음날 아침에도 엑스레이 촬영을 하게 된 김 씨는 자신의 사라진 치아와 관련된 황당한 얘기를 듣게 됐다.

사라진 치아가 바로 자신의 뱃속에 있다는 것. 김 씨는 "엑스레이 촬영을 마치고 나오는데 치아로 보이는 흰색 점들이 내 뱃속에 있다고 병원 사람들이 얘기하는 걸 들었다. 듣고도 내 귀를 의심했다"며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주치의에게 얘기를 하자 담당 주치의도 '병원에서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다'고 얘기해줬다"고 주장했다.

김 씨가 제공한 엑스레이 사진. 치아 세 개가 선명하게 보인다.


실제로 김 씨가 제공한 엑스레이 사진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수술당일인 지난달 30일 오후에 촬영한 사진을 보면 치아 세 개가 식도 부분에서 보였고 다음날 아침에 촬영한 엑스레이 사진에는 식도에서 뱃속으로 이동한 치아가 선명하게 보였다.

"병원이 치아 뱃속에 있는 사실 숨겼다"

김 씨는 "주치의 회진이 끝나고 몇 시간 뒤 수술 당시 마취를 담당했단 의사들이 엑스레이 사진을 들고 찾아왔다. 난 마취과정에서 의료과실로 내 치아가 몸속으로 들어갔다고 얘기했지만 마취과 의사들은 생각이 달랐다"며 "그들은 '무의식중에 입을 꽉 깨무는 과정이나 다른 이유로 치아를 삼켰을 것이다'라고 잘못을 나에게 떠넘겼다"고 비판했다.

이와 더불어 김 씨와 가족들은 충북대병원에서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도 치아가 몸 안에 있단 사실을 환자와 가족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김 씨의 부인은 "남편이 이가 없어졌다고 말해 황당해하고 있었다. 간호사와 의사에게도 수차례 말했지만 다들 아무런 답을 해주지 않았다"며 "엑스레이 촬영 시간과 사진을 보니 이미 병원은 수술당일은 물론 그 다음날 아침에도 남편의 치아가 몸 안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충북대학교병원 측은 "아직 해당 사건과 관련해서는 병원 측 CSTI팀(의료분쟁 전담 부서)에 아직 정식 접수된 상황은 아니다. 절차에 따라 사건이 접수가 되면 담당 부서와 위원회에서 의료과실 여부에 대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씨의 치아 상태를 사진으로 본 한 치과전문의는 "(부분틀니를)양쪽에 걸은 치아의 우식(부식) 상태가 심각한 상황이라 약간의 충격에도 부러질 수 있는 정도다.  짐작컨데 이를 꽉 깨물어서 빠질 가능성보다는 기구를 입안에 삽입할 때 충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