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소송 10년, 대법원도 ‘엎치락 뒤치락’
청주 강내면 학천리 1만m²땅, 법정분쟁 장기화
패소측 “향판의 들쭉날쭉 판결” 법조비리 주장
청주 강내면 학천리 땅 1만여㎡의 토지 및 건물 소유권에 대한 민사소송이 대법원에서도 엎치락 뒤치락 하는등 10년을 끌고 있다. 이에대해 건물 소유권 소송에서 상하급심의 엇갈린 판결을 받은 측에서는 이른바 ‘향판(鄕判)제’의 문제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향판제는 법관 임용 때부터 자신이 선택한 지방관할 법원에서 근무하는 일종의 지역법관제다. 법관이 서울과 지방을 오가지 않고 한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배려해 대전·대구·광주·부산고등법원 관할 안에 있는 법원에서만 보직을 바꿔주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재야 법조계는 연고지에 지원해 퇴임 때까지 근무하는 향판과 지방 토착 세력의 유착을 경계해 반대의견을 내기도 했다. 실제로 2014년 광주지법의 ‘황제노역’ 판결 등이 사회문제가 되자 대법원은 특정 지방권역 근무기간을 최장 7년으로 제한했다. 10년을 끌고온 부동산 소유권 분쟁의 내막을 알아본다.<편집자 주>
지난 2006년 5월 강내면 학천리 임야 1만여 m²의 소유자인 A씨는 지역 모전기회사와 20억9천만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청주역~충청대학 사이의 4차선 도로에 접한 땅이라서 활용도가 높았다. 당시 매매계약 부대조건은 진행중인 제1종 근린생활시설 건축허가를 받아 건축주 명의를 모 전기회사쪽으로 변경해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건축허가 명의변경 약정이 이행되지 않자 전기회사측은 계약금 및 위약금을 포함해 4억7천여만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청원군은 건축허가를 받은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착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건축허가를 취소시키려고 했다. 최대의 위기를 맞은 토지소유주 A씨는 서둘러 새로운 매수인을 찾게 됐다.
이때 만난 사람이 청주에서 유통 및 부동산업을 하는 B씨였다. 이때 B씨가 제시한 매매계약 특약조건은 다소 이례적이었다. A씨와 전기회사의 위약금 소송을 해결하고 청원군 건축허가를 다시 되살리는 조건이 포함됐다. 심지어 해당 부지안에 있는 묘지의 이장문제도 B씨가 해결하는 것으로 명시했다. 다만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든 비용을 정산해 토지 매수가격에서 제하기로 했다. 해당 토지의 매매대금은 20억 9천만원으로 계약했다. 매수인 B씨가 계약금, 중도금 지급없이 특약조건을 모두 이행하고 지출비용을 뺀 나머지를 토지주 A씨에게 잔금으로 지급하면 계약은 이행된 것이었다.
부동산 매매, 특약조건 발목
하지만 특약조건의 한줄이 훗날 양측의 분쟁을 낳는 빌미가 됐다. 해당 조건은 “B씨로 인한 이득금에 대해서는 쌍방 합의하에 A씨가 B씨에게 이득금 모두를 지급하기로 한다”는 것이었다. B씨가 건축허가, 산지개발허가 등을 통해 실제 토지가치를 상승시켰을 경우 그 이득금을 인정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토지가치 상승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치를 명시하지 않아 나중에 민사소송에서 핵심 쟁점이 되고 말았다.
계약체결후 B씨는 전기회사의 위약금 소송과 건축허가 부활 등 대부분 조건을 이행했다. 건축허가에 따라 자비로 430m²의 창고를 짓고 소유권은 땅소유권자인 A씨의 명의로 했다. 위약금 소송에서는 전기회사측에 2억2천만원 지급조건으로 법원 조정이 성립됐다.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에서 해당 토지를 담보로 9억5천만원을 대출받았고 이에대한 이자를 B씨가 납부하기도 했다. 매매계약 조건이 어느 정도 성사되자 토지소유주 A씨는 정산을 요구하며 잔금 지급 이행을 촉구했다. 2007년 9월까지 잔금지급을 하지 않을 경우 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B씨는 계약내용을 모두 이행했다며 반대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으로 맞섰다. 하지만 2009년 9월 청주지법은 계약 해제를 인정하고 B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법원이 인정한 B씨의 지출비용은 토지 시설비용 5500여만원과 은행 이자 납입금 3898만원을 더해 총 9000만원에 불과했다. 애초 B씨는 토지가치 상승분을 10억여원으로 잡고 특약조건대로 자신의 이득금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정 감정인이 제출한 2006년 기준 14억1381만원, 2012년 기준 25억791만원의 차액 11억원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렸다. 6년간 공시지가 자체가 크게 올랐고, 시간 경과에 따른 지가 상승분도 반영됐다며 B씨의 비용과 노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에서도 토지주 A씨의 손을 들어주어 B씨의 소유권이전 요구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B씨는 소유권이전 청구소송 패소에 대해 “재판 진행 과정에서 A씨측에서 부동산명도단행 가처분신청을 냈고 당시 청주지법의 ‘향판’인 모판사가 인용결정을 내리는 바람에 막판에 뒤집힌 거라고 생각한다. 1심 선고기일을 며칠 앞두고 A씨측에서 재판부에 가처분 인용결정 자료를 제출했고 다시 1년 넘도록 재판이 진행되다 결국 패소판결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명도단행 인용결정을 내렸지만 집행은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자 A씨측은 2012년과 2014년 두번에 걸쳐 또다시 건물명도단행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청주지법에서 모두 기각당했다. 결국 동일한 사안에 대해 청주지법이 5년만에 서로 다른 가처분 결정을 내린 셈이다.
B씨는 소유권이전 청구소송 항소심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대전고법 청주재판부 K부장판사가 재판장이었는데 적극적인 증인심문도 하고 조정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그때 A씨측에서 5억원을 저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종용했으나 조정성립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선고를 이틀 앞두고 ‘향판’인 주심판사가 우리 변호인에게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하면서 변론재개 신청을 하도록 유도했다.
결국 선고기일이 미뤄졌고 그 사이에 K재판장이 인사발령이 나서 떠나자 다른 재판장이 맡게 됐다. 결국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는데 판결문 어디에도 막판에 요구했던 금융거래정보 내용은 명시되지 않았다. K재판장 인사를 기다리기 위해 주심판사가 일부러 변론재개 신청을 내도록 유도했다는 의심이 떠나지 않는다”
대법원 승소판결도 ‘도루묵’
B씨는 2011년 5월 항소심에서 패소했고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1년이 지난 2012년 6월에서야 기각 판결을 받았다. 또한 자신의 돈으로 짓고 A씨 명의로 등재한 창고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임대료를 B씨의 부당이득금으로 판단했다. 소유권 청구소송에서 패소하고 창고 임대료 수입을 부당이득금으로 반환해야 할 처지에 놓인 B씨는 2013년 역으로 부당이득금 반환과 토지 인도 소송을 제기한다. 자신이 건축허가를 살리고 개발행위를 하면서 토지가치가 상승한 부분에 대해 이득금을 돌려달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1, 2심에서 패소했고 2015년 12월 대법원 상고심에서 파기환송 판결을 받게 된다. 대법원 재판부는 창고시설 인도 청구와 부당이득금 청구 부분을 파기하도록 판결했다. 소송 제기 8년만에 일부분이지만 첫 승소판결을 받게 된 것이다.
상고심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B씨)가 건축허가가 실효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비용을 지출해 창고시설을 신축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신축 건물의 소유권은 이를 건축한 사람이 원시취득하는 것이므로 건물 소유권 명의자가 이를 신축한 것이 아니라면 스스로 소유권을 취득한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A씨의 창고 소유권보존등기 만으로 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었다. 또한 창고시설의 임대수익에 대한 부당이득금 청구 부분도 전부 파기하도록 했다. 하지만 ‘8년만의 승소’에 환호하는 시간도 잠깐, 고법의 파기환송심이 기다리고 있었다.
2016년 10월 대전고법 청주 제3민사부는 B씨의 창고건물을 철거하도록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대로 건물 소유권은 인정하더라도 토지 점유권없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A씨측의 요구대로 철거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A씨로부터 해당 토지를 매수한 새로운 토지 소유주에게 부당이득금(임대료)을 반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B씨가 대법원에서 일부 승소했지만 아무런 실익도 없는 처지가 돼버렸다. 대법원에 또다시 상고했지만 올 2월 기각당했다.
결국 A씨측은 지난 5월 법원에 대체집행(강제집행)을 청구했고 B씨는 담당 민사부에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B씨는 의견서에서 “건물의 철거는 등기 명의자를 상대로 이뤄져야 한다. 등기상에 채권자들 소유로 되어 있기 때문에 채무자가 법률상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다. 건물 철거로 인한 권리행사자의 이익보다 건물 원시취득자인 채무자의 손해가 현저히 크고 사회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10년에 걸친 법정공방은 대법원의 한차례 파기환송 판결에도 불구하고 B씨에겐 아무런 보상도 이뤄지지 않았다. “향판이 상식밖에 부동산명도단행 가처분 인용결정을 내려 첫 단추가 잘못 꿰졌다. 이후 하급심에서 이를 근거로 내돈으로 지은 건물까지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에서 원시취득을 인정해 건물명도가 잘못 됐음을 인정했지만 파기환송심에서 건물 철거하라고 판결하니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됐다. 건물에 대한 원시취득을 하급심에서 인정했다면 소송의 진행상황이 180도 달라졌을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향판에 의한 법조비리라고 주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