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경부 청주경유 반대 왜?
세종시장 "예산늘고 사업 지연"

2017-04-07     권혁상 기자
지난 3일 청주시 서원구청에서 발족식을 가진 `제2경부고속도로 청주 남이분기유치위원회'

이춘희 시장 "예산 많이 들고 사업지연 우려" 공식 발표
청주 `제2경부고속도로 청주 남이분기유치위' 발족 맞불

 KTX세종역 신설 요구로 불거진 충북-세종간 갈등이 서울-세종고속도로(제2 경부) 노선을 둘러싼 청주-세종간 이견으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세종시는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대선후보와 소속 정당에 요청할 지역공약을 정리 발표했다. 1순위는 예상대로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헌법에 명기하자는 주장이었다. 이밖에 KTX세종역 신설과 서울-세종고속도로 조기 착공도 공약 요구사안에 포함됐다.

KTX세종역 신설은 충북의 강한 반발과 함께 KTX공주역이 있는 공주시도 반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대선 후보들도 지역 공약으로 채택하기 부담스런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도 KTX세종역은 뺀채 서울-세종고속도로 조기 착공을 공약에 포함시켰다. 지난해 총선에서 이해찬 의원과 함께 KTX세종역 신설의 불을 지폈던 이춘희 세종시장은 이웃 지역의 반발에 부딪치자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세종시 정례브리핑에서 KTX세종역 신설의 경우 "지금 철도시설공단에서 조사하고 있기 때문에 타당성 여부가 판단될 것이고 그 결과를 토대로 정부정책으로 결정될 것"이라며 "물론 그 과정에서 우리 시나 충북도도 각각의 입장이 있겠지만 결국 이 문제를 추진하는 것은 국토교통부이기 때문에 (그곳에서)결론을 내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연구 용역을 기다려보고 중앙 정부의 판단을 기다리자는 입장이다. 어차피 이번 대선의 정당 공약에 포함되지 않은 상황에서 완급조절을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반면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에는 강한 톤으로 소신을 밝혔다. 청주시의 노선 경유 주장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적인 반대입장을 발표했다. 이 시장은 "계획노선은 사실상 확정된 상태이다. 이 계획노선을 변경하면 실제 사업추진이 상당히 늦어질 우려도 있기 때문에 우리 시의 입장은 원래 계획한 노선대로 추진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또 하나 문제는 청주시 쪽으로 노선을 변경하게 되면 도심구간 가까이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보상비가 많이 들어 경제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라며 청주 경유를 거듭 반대했다.

청주시 독자적인 노선변경 추진
세종시가 노선변경 불가 입장을 천명한 직후 청주시에서는 청주 경유를 목표로 하는 `제2경부고속도로 청주 남이분기유치위원회(상임대표 박영순)'가 공식 발족했다. 남이분기유치위는 3일 청주시 서원구청에서 이승훈 청주시장과 황영호 시의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 자유한국당 송태영 도당위원장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발대식을 가졌다. 남이분기유치위는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서울-세종 고속도로 노선이 청주 오송을 지나 경부-중부고속도로가 만나는 남이 분기점과 연결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충북도와 청주시가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바라보는 관점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도는 서울~세종 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 확장 문제를 상호 배타적 관계로 설정하고 있다. 어차피 국토부가 유사한 구간에 두가지 고속도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서울-세종 고속도로가 남이분기점으로 연결된다면 중부고속도로 확장은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충북도는 음성, 진천, 오창 일대의 산업단지 경쟁력을 감안해 중부고속도로를 충북의 대동맥으로 여기고 있다. 따라서 남이~호법 구간 확장에 무게중심을 두고 추진하고 있다.

도와 시의 접근방식이 다르다보니 결국 전문기관에 공동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서울~세종고속도로 청주 경유와 중부고속도로 확장 가운데 어느 것이 지역발전에 더 유익할까? 하지만 결과는 어느 한쪽의 실익이 월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5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청주권 고속도로망 구축과 지역발전 방향(청주경유 여부)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가졌다. 용역을 맡은 대한교통학회는 이날 세종고속도로 청주 경유가 중부고속도로 통행량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분석했다.

내년 지방선거 청주 쟁점화 예상
학회는 세종고속도로의 청주 경유를 전제로 한 4개 검토 노선을 제시하면서 각 노선이 중부고속도로 통행량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하지만 문위원들도 의견이 갈려 2시간 30분 가량의 마라톤회의에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결국 학회에서 제시한 3안과 4안을 절충한 노선을 결정해 추가 논의를 하기로 했다. 3안은 경기도 안성~세종 구간을 동쪽으로 이동시켜 청주 오송을 지나게 하는 노선이다. 4안은 경기도 안성~충북 진천 백곡~오창~청주를 연결하는 노선이다. 도와 시는 3·4안을 절충해 국토부에 최종입장을 공동건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남이분기유치위 4안을 지지하고 나섰고 청주시도 4안을 보완해 다음달 중순 전까지 국토교통부에 제출키로 했다.

충북도는 중부고속도로 남이~호법 구간 확장사업을 더민주당 문재인 후보 지역공약에 포함시키는데 성공했지만 청주시와 서울-세종고속도로 노선변경 문제를 조정하는데 한계를 드러냈다. 또한 이시종 지사는 충청권 광역단체장협의회에서 두 사업 동시추진에 합의한 것에 대해 역공당하고 있다. 남이분기유치위측 관계자가 이 지사가 서울-세종고속도로 청주 배제에 합의한 것처럼 정치적 공세를 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이분기유치위는 이미 지난해 9월께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내에 사무실을 내고 준비작업을 해왔다. 청주시가 편의를 제공한 것이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민주당 이시종 지사와 자유한국당 이승훈 시장 간에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선거 쟁점화될 경우 지역내 소모적인 이슈화가 우려된다. 이제 활은 시위를 떠난 상황이다. 도는 중부고속도로 확장에, 시는 세종고속도로 청주 경유 노선 확보에 방점을 찍고 각자 도생해야 한다. 음성, 진천, 오창의 산업벨트를 강화하자는 도의 방침이나 청주시 잠재력을 확장하자는 시의 방침이나 고유의 정책적 선택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종시 국회이전 뒤에 KTX세종역 숨겨?
안철수 등 다수 후보 이전 공약, 문재인은 '국회 분원'

이춘희 세종시장은 지난달 30일 시정브리핑에서 KTX세종역 신설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취재기자들이 충북도, 공주시 반대여론에 대해 질문하자 "추신 부서인 국토교통부가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직답을 피했다. 하지만 KTX세종역 신설은 이 시장 자신과 이해찬 의원의 선거공약이었다. 우선순위로 첫손에 꼽히지만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는 배경에 대해 정치적 계산이 숨어있다는 분석이다. 19대 대선후보들이 세종시 공통공약으로 행정중심도시 역할 강화와 국회 이전을 꼽고 있기 때문이다. 

차기 정권에서 공약대로 이행된다면 서울-세종 고속도로 보다 KTX세종역 신설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소요 예산과 공사 기간을 감안하면 훨씬 수월한 사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 사업공약에 가장 적극적인 주자는 국민의 당 안철수 후보다. 안 후보는 "개헌을 통해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명시하고 청와대와 국회를 모두 이전하겠다"고 공약 발표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도 "국회가 세종시로 내려가는 게 맞다"고 공언했다. 홍 후보는 3일 한국 지역언론인클럽 초청 인터뷰에서 "공무원들이 세종시에서 국회로 오는 길에 뿌리는 돈과 인력낭비를 생각하면 국회가 세종시로 내려가는 게 맞다"며 "헌법을 개정해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국회 이전에는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유 후보는 "수도이전은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결정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세종시의 기능을 어느 정도 보강해주는 차원에서 국회가 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이러니하게도 세종시 탄생의 주역이었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신중한 입장이다. 3월말 대전·충청 정책공약을 제시하며 "국회 분원을 설치하고, 행정자치부와 미래창조과학부를 이전해 행정중심도시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이에대해 지역 정치인 모씨는 "국회 이전은 정부 부처 한두곳 옮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선거를 의식해 얘기할 순 있지만 실현되기 위해서는 수도권 여론수렴과 행정절차 등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국회 이전으로 결론이 난다면  KTX세종역 신설은 날개를 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