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자' 진위여부 1년반 조사 성과없어
직지 보다 오랜 고려활자 여부 문화재청 최종보고회 결론 못내
직지 보다 오래 된 고려시대 금속활자라는 주장이 제기돼 청주시가 촉각을 곧두세웠던 ‘증도가자(證道歌字)’의 진위여부가 끝내 밝혀지지 못했다. 문화재청은 조사단을 구성해 지난 1년 6개월간 재조사를 벌였지만 제조연대와 출처를 규명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증도가자에 대한 국가문화재 지정 여부도 일단 보류될 가능성이 커졌다
8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증도가자 최종 검증결과 보고회를 비공개로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연구원들이 문화재청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단’ 12명과 문화재위원 3명에게 검증결과를 보고했다.
이날 보고회에 참석한 문화재위원회 관계자는 “문화재연구소나 국과수 모두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증도가자의 진위를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는 것. 이에 앞서 황권순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장은 최근 한 강연에서 “증도가자를 진짜라고 할 수도 없고 가짜라고 할 수도 없다. 검증 결과를 발표하기가 참 애매하다”고 발언했다는 것.
이번 검증의 핵심은 금속활자의 제조연대와 출처였다. 6일 결과보고에서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다보성고미술이 소장한 101개 금속활자에 대해 3차원(3D)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실시한 결과 인위적인 성분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제조연대를 확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같은 잠정결론은 지난해 국과수가 “청주 고인쇄박물관 소장 증도가자 7개에서 인위적인 조작 흔적이 발견됐다”는 발표를 부정한 결과로 볼 수도 있어 주목된다.
국과수는 이날 발표에서 금속활자와 증도가 목판 번각본(금속활자로 찍은 책을 목판 위에 놓고 똑같이 다시 새긴 것)의 서체 비교 결과를 제시했다. 국과수는 “특수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비교한 결과 금속활자와 증도가의 서체가 서로 일치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증도가자가 가짜일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그러나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오류 지적에 대해서는 따로 반박하지 않았다.
증도가자 출처도 밝혀낸 것이 없다. 문화재청은 “일본에서 활자가 넘어왔다”는 다보성고미술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추가로 확보했지만, 중간에 활자를 보유했다는 소장자가 사망해 입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출토지가 분명하지 않은 데다 명문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출처를 명확히 규명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