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참여예산제 형식적 운영 언제까지?
‘청주시 설명 위주의 회의 진행’ ‘위원 권한 없다’ 지적 되풀이
5일 관련 조례 개정…시민위원 임기 연장 등 일부 개선될 듯
청주시 시민참여예산제도가 시민단체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지난달 27일 충북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청주시 시민참여예산제도 운영현황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이승훈 청주시장은 제도 운영에 대한 의지가 없어 보인다. 예산참여시민위원회는 권한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예산안에 미치는 영향력도 거의 없다. 또한 위원의 임기는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비정상적 구조”라고 잘라 말했다. 충북참여연대는 또 “시민참여예산제도의 확대 발전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참여예산제도를 측면에서 지원할 수 있는 곳도 없다. 지금 상태로는 청주시의 시민참여예산제도는 미래가 없어 보인다”고 일갈했다.
반복된 지적에도 변화 의지 없어
충북참여연대는 2008년 시민참여예산제도가 도입된 이후 꾸준히 모니터링을 하며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효윤 정책국장은 “해마다 비슷한 문제가 제기되는데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단체장의 확고한 운영의지가 요구된다.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지자체의 경우 참여예산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인력과 재정을 투자하고 있다”고 인력과 재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충북참여연대는 지난해 11월 ‘청주시민참여예산제 운영현황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시기는 통합 청주시 1기 예산참여시민위원회가 활동하던 시기다. 당시 참여연대는 “회의 대부분이 청주시의 주요사업 설명과 이와 관련된 질의응답으로 마무리된다”며 회의의 형식성을 지적했다. 또한 “권한없는 위원회의 예산편성 요구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 27일 지적한 문제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건설교통분과위원회 등 6개 위원회 회의록 검토 결과, 회의는 청주시가 과별 주요사업을 설명하는 수준으로 진행됐다는 게 충북참여연대의 분석이다. 이 국장은 “주민제안사업에 대해서도 청주시 공무원이 검토결과를 설명하거나 보고하는 것으로 돼 있어, 이 과정에서 예산참여시민위원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예산참여시민위원들의 권한에 대한 문제제기도 반복됐다. 사업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가 아니라 기존 읍면동 숙원사업 중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정도로만 참여하고 있고, 이마저도 해당부서 소관사업부서의 검토를 거쳐 반영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예산참여시민위원회가 선정했다고 해도, 사업시행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시민위원들의 비효율적 임기도 다시 거론됐다. 예산주기와 시민위원의 임기주기(2015년 8월~2016년 7월)가 다르고, 1년 임기제로는 전문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충북참여연대의 지적에 대해 청주시는 반박했다. 시민참여예산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위해 제도적 보완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청주시 이상희 예산2팀장은 “수년전 위원수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50명이던 시민위원수를 100명으로 늘렸고, 5일 열릴 청주시의회 본회의에서 ‘청주시 시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 개정안도 통과될 전망이다. 개정 조례안에는 시민위원의 임기를 2년으로 늘리고, 예산주기와 임기주기를 맞추는 것이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청주시 “반영 노력” 반박
그는 또 “예산참여시민위원회의 싱크탱크 역할을 맡을 참여예산연구회 구성에 대해서도 도입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내년 위원회는 좀 더 좋은 모습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북참여연대가 분석한 시민참여예산제도 성공의 열쇠는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시민참여예산제도를 통해 반영되는 별도의 예산배정이다. 전국적으로도 우수 운영사례로 꼽히는 진천군이 이 같은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이 국장은 “진천군은 내년도 주민참여예산사업비로 13억 6000만원을 책정했다. 서울시도 500억원을 별도의 사업비로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청주시는 지난해 예산참여시민위원회가 선정한 10개사업에 30억원을 반영했다. 언뜻 보면 별 차이 없어 보이지만 반영하는 과정에서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청주시의 예산참여시민위원회는 이미 정해진 청주지역 읍면동 숙원사업 560건 가운데 우선순위를 정하는 역할 정도다. 위원회가 10개나 20개 우선순위사업을 정하면 이를 해당부서에서 검토해 반영여부를 확정하는 형식이다.
반면 진천군의 경우 책정된 예산을 바탕으로 반영할 사업을 직접 발굴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한다. 시민위원이 개입할 여지가 크다. 당연히 시민위원들의 권한도 청주시보다 크다.
이 국장은 “주민의사를 행정과정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시민참여예산제는 큰 의미가 있다. 성공적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시민위원들에게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고, 별도의 예산을 책정해 시민참여예산제를 확대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진천군 주민참여예산제 주민 호응 높아
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한 진천군민들의 호응이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다. 전국적인 모범사례로 꼽히는 진천군은 지난 8월 한달간 사업설명회와 주민홍보를 거쳐 지난 9월 사업신청을 받았다. 그 결과 총 156건에 22억 8000만원의 사업이 접수됐다. 이는 지난해 사업신청 140건 16억원보다, 16건에 6억8000만원 늘어난 수치다.
유재윤 진천군주민참여예산위원회 위원장은 “사업선정에서 탈락했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려도 해당 부서와 연결해 해결방안을 찾아주고 있어 주민들이 신뢰하는 것 같다”고 분석하며 “올해도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사업과 주민 다수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사업들이 제안됐다”고 덧붙였다.
신청된 사업은 현장실사와 부서의견 검토 등을 거쳐 주민참여예산 한마당 총회에서 주민투표와 전문심사단 평가를 거쳐 최종 선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