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풍속도 변화 불가피
3만 - 5만 -10만원 규정 … 9월 28일부터 본격 시행
그동안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김영란법은 당초 예정대로 오는 9월 28일부터 본격 시행될 전망이다.
헌재는 28일 오후 2시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제기한 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사건에서 언론인 및 사립학교 관계자를 ‘공직자 등’에 포함한 조항에 대해 재판관 7(합헌)대 2(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되면 대한민국 국민들의 소비 풍속도가 크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대론 장사가 안될 텐데 … 메뉴를 바꿔봐야죠.”
청주에서 제법 잘 나간다고 소문난 일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A씨(55·여)는 헌법재판소가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는 소식에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불경기로 장사가 안되지만 단골손님인 기업체 임원, 간부 공무원들이 자주 찾아와 간신히 버텨왔는데 오는 9월부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영업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접대 한도(3만원)에 맞는 식단개발을 심각히 고민하고 있다.
김영란법이 오는 9월 28일부터 본격 시행되면 A씨처럼 식사비가 1인당 3만원을 넘지 않는 메뉴를 내놓으려는 식당이 늘어나는 등 소비 풍속도가 크게 바뀔 수밖에 없다.
1인당 대부분 3만원대를 훌쩍 넘는 한정식과 고깃집, 일식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메뉴를 줄이고 저렴한 식재료를 활용한 코스를 내놓기 위해 고심 중이다.
청주 우암동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B씨(50·여)는 “인건비, 재료비 등 생산비가 많이 투입돼 가격 인하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며 “기업체 임원과 간부 공무원들을 단골손님으로 끌기 위해서는 메뉴를 줄여서라도 가격을 조정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술을 곁들일 수밖에 없는 저녁 약속도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직장에서의 부서별 회식도 젊은 층에서 거부감을 느껴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란 예상이다.
한 기업체 임원은 “공무원들과의 친분 유지를 위한 저녁 술자리가 사실상 업무의 연장이었는데 이제 어렵지 않겠느냐 ”며 “저녁보다 가격이 저렴한 점심 특선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기존 선물 세트의 크기를 줄여 5만원 한도에 맞추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백화점 업계는 이미 올 추석명절을 맞아 5만원 이하의 선물세트 품목을 20~30% 확대했다. 다른 방법으로 백화점 납품 협력업체들이 공동구매를 통해 단가를 내리는 방식도 고려 중이다.
접대와는 다소 거리가 먼 패밀리레스토랑 업계도 울상이다.
가경동의 한 패밀리레스토랑 관계자는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접대가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그런데도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매출이 줄어들게 될 것으로 예상돼 가격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의 골프장도 김영란법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골프 접대가 적지 않은 현실에서 주말 부킹이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김영란법 시행 이후엔 한산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골프장 입장에선 비어 있는 티오프 시간이 손실이나 마찬가지”라면서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그린피 인하 등의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